해마다 요맘때면 친정엄마가 햇밤을 보내시곤 했다. 친정집에는 20년 가까이 되는 아름드리 밤나무가 밭을 이루어 이제는 연로하신 두 분이 아침과 저녁으로 낱낱이 줍기에도 벅차다. 부모님이 애써 수확한 밤을 몇 년간 팔아드리다 보니 단골도 생겨 밤이 언제 오는 지 먼저 물어오곤 한다.

올해는 밤톨이 예년에 비해 작다며 처음 수확한 알밤을 택배로 한 자루 보내셨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한 줌씩 선을 보이고는 단 돈 몇 만원이라도 엄마 손에 쥐여 드리고 싶어 저울을 빌려왔다. 이상한 것은 40㎏ 한 자루를 받았는데, 2㎏씩 밤을 담아 보니 몇 봉지가 비는 것이다. 아무래도 빌려 온 저울이 의심되어 밤이 아닌 다른 것도 올려보고, 아무도 없을 때 나도 가만히 저울에 달아보았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도 저울에 올려보았지만 저울은 나름 정직했다. 그래도 밤 봉지가 모자라는 것이 억울해 달아놓은 봉지의 밤을 만지작거렸더니 옆에서 TV보던 남편이 “예수 믿는 사람이 저울눈을 속이면 되나”하며 겁을 준다.

왠지 억울해 하며 여덟 봉지를 팔아 겨우 4만원을 손에 쥐었다. 이렇게 장사했다간 내가 손해 본다 싶어 밤을 사겠다는 주문이 들어왔지만 일단 미뤄놓고 엄마에게 안부전화를 했다. “40㎏ 한 자루 받아 겨우 여덟 봉지 팔았다” 했더니 엄마 말씀이 “내가 29㎏ 보냈다. 요새는 우체국에서 30㎏ 넘으면 안 가져간다”고 하셨다.

갑자기 한 자루 40kg에 묶인 나의 고정관념 때문에 무수히 의심했던 형님네 저울과, 간신히 2kg 담아놓고 밤 봉지를 만지작거렸던 나의 부끄러운 손이 생각났다.

밤새 떨어진 알밤을 줍기엔 조금 늦은 시간에 송악산을 올랐다. 산밤이 멀리뛰기해서 딱 내 발 앞에 와 있다. 발로 살짝 밀어보니 빈껍데기다.

이윤미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