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지역언론연대 유럽연수기
런던근교의 작은 도시 '울리치'
영국의 지방자치는
인권·평등위한 서비스
‘이권개입 가능성’ 원천 배제한 ‘의회’가 선봉
도서관에 비치되는 의회 회의록 ‘인상적’
영국의 런던시내에서 전철로 1시간 정도 가면 근교에 작은 도시 울리치(Woolwich)가 있다. 과거 영·불전쟁에서 병기창 역할을 했던 이곳은 아직도 울리치 병창(Woolwich Arsenal)으로 불린다. 국제적인 천문대가 있는 그리니치(Greenwich)구에 속해있는 작은 도시(Town)이다. 도시인 이곳은 속칭 ‘워커타운(Worker Town)’으로 불리며 명칭 그대로 근로자층이 주로 거주하는, 부유하지 않은 도시다.
그러나 최근 2천년맞이 대행사의 하나로 영국정부가 건설중인 '밀레니엄 도움(Millennium dome ; 천년 역사관'을 이곳에 유치함으로써 이곳 주민들은 대단한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는 터였다.
'울리치'를 안내해준 사람은 한국에서 치과의사를 하다 10년전 영국으로 유학, 현재 런던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강의하고 있는 조효제(40세) 박사였다.
영국의 지방자치는 철저한 의회중심
조 박사에 따르면 영국의 지방자치는 철저히 ‘의회’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법률상에는 행정과 의회의 권력이 분리되었으나 사실상은 의회가 주도한다. 하위공직자 인사까지 의회에서 관할·집행할 정도다. 한편 지방자치단체를 관할하는 중앙부처도 ‘내무부’가 아닌 ‘환경부’이며 부수상이 환경부의 수장이다.
자치단체의 재정을 보면 예산의 중앙의존도가 70% 이상이다. 그만큼 중앙정부의 입김과 간섭이 많다. 중앙정부는 ‘표준지출평가’라는 것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예산감축명령을 할 수 있고 예산을 삭감할 수도 있다. 중앙정부 전체예산 중 사분의 일이 자치단체 관련 예산이다.
영국의 정치형태를 단순화 시켜 보면 지방자치를 주도하는 지방의회와 중앙정부의 갈등형태를 띠고 있다. 이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던 한가지 사건이 대처수상 시절에 있었다.
대처시절에 한 구의회가 대처의 정책에 계속 반기를 들고 나서자 대처는 그 구의 의회를 폐쇄하고 의사당 건물마저 개인에게 팔아버렸다. 그래서 그때를 민주주의의 암흑기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지방의원, 개발계획 때 경제적 이해관계
사전에 밝히지 않으면 거액의 벌금
자치단체의 예산은 대략 네가지 수입원으로 조달된다. 첫째 중앙정부의 보조금. 둘째 지방의회세, 우리가 흔히 재산세니 주민세니 하는 세금을 말한다. 이것은 주택의 감정가와 거주인원수를 기준으로 책정하는데 한 예로 가족 중 어른이 두명, 아이가 한명이면 1년에 8백파운드(우리돈으로 약 160만원)를 분기별로 납부한다. 세째 비거주 지방세가 있다. 상업성 세금이다. 네째가 공공요금 부과금인데 버스요금이나 각종 벌금이 이에 속한다. 공공질서를 중시하는 영국에서는 벌금의 세목이 많으며 이것이 자치단체의 주요세원 중 하나이다.
지방의회의 특징은 ‘옴부즈만(Ombudsman ;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정부의 민원조사관) 제도’가 잘 되어있다는 점이다. 지방의원은 우리나라 처럼 무보수이며 선거전 1년간 지역에 거주한 사람은 누구나 의원에 입후보할 수 있다.
정책과 관련된 의원의 의무를 보면 특히 신선하다. 지방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정책에 투표할 수 없다. 또 지방의 개발계획이나 정책에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있을 경우 반드시 사전에 공표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내야 하는데 벌금액수가 무려 2천만원이다.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사전에 투명한 원칙을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생활 요소요소에 흩어져 있는 관청사무소
'울리치'의 행정관청은 지역 여기저기에 좥사무소좦 형태로 나뉘어져 있다. ‘행정’은 주민생활 속에 스며있는 서비스 공간이다. 영국의 어디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모든 행정업무가 군청이나 시청건물 하나에 밀집되어있는 권위적인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우리가 처음 방문한 곳은 복지업무를 총괄하는 좥사회보장사무소좦다. 실직자와 빈민구제사업, 의료사업 등을 담당한다. 월요일마다 매주의 생활보조금을 이곳에서 나눠주는데 해당주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보조금은 연중 3천파운드, 우리돈으로 6백만원 정도다.
실직자에게도 1년간 실직수당이 주어지지만 재취업을 돕는 데 더 역점을 두고 있다. 1년 후 6개월간 교육기간을 주고 그 뒤부터는 수당지급을 중단한다.
빈민에 대한 의료보험료 역시 세금형식으로 받은 중앙세원에서 해당주민에게 직접 지급한다. 별도의 의료보험료 같은 것은 없다. 영국의 의료예산은 1년에 70조원 가량. 국립보건제도가 정착된 영국에서는 돈이 없어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란 일어나지 않는다.
평생교육 전담하는 교육국사무소
길가에 늘어선 건물 중에 좥교육국사무소좦가 눈에 띈다. 이곳은 관청사무소 중 교육관련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학생 의무교육과정을 담당하는 곳이 아니라 일반주민들 중 교육기회를 놓친 사람을 위해 교육문제를 전담하고 있는 교육행정서비스 기관이다.
상담에서부터 각종 시험응시 준비를 대행해준다. 교육분야를 전문직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을 인턴사원으로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 공채를 통해 뽑는다. 우리나라처럼 인사인동이 없어 한 지역 교육분야의 전문가들이 바로 이곳에 있다.
울리치의 문화·행정·정보의 산실 좥도서관좦
울리치에서 가장 자랑할만한 곳은 좥도서관좦이다. 2층으로 된 아담한 이 건물 역시 도로변에 있다.
어른·아이코너와 함께 특별히 지방의회 관련자료가 따로 비치되어 있어서 의회를 방청하지 않고도 회의록까지 주민이 직접 볼 수 있다. 앞으로 열릴 의회의 소집일정과 안건, 지난 회의기록들이 비치되어 있다.
도서관에는 도서 뿐만 아니라 교육적으로 이로운 비디오테입과 음반, 각종 연극·공연 안내팜플렛이 한쪽 선반 가득히 진열돼 있다. 한쪽 코너에는 판매용 책과 음반, 비디오테입이 있어서 중고서점 노릇까지 힌다.
특히 도서관 입구 세개의 벽면 전체가 게시판 역할을 해 지역의 모든 정보를 자발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구청에서 낸 공고가 한쪽 벽면에 가득 게시되어 있고 한쪽은 공연포스터, 한쪽은 구인·구직·영업·주택과 관련된 주민들의 쪽지가 그대로 가득히 붙어 있다. 한마디로 살아있는 정보장터였다.
청소년 유해업소 한번 위반하면 영업취소
사회보장사무소에서 멀지않은 곳에 우체국(Posto ffice)이 있다. 우체국에서는 체신업무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네 동사무소에서 하는 민원서류 발급과 접수도 이곳에서 한다. 우체국안은 민원인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관공서 뿐 아니라 대학건물도 도시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규모를 줄이는데 훨씬 경제적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대였다가 그리니치와 합쳐지면서 정식 4년제 대학으로 승격된 울리치대학의 외과건물이 빽빽한 도심의 한 길목에 서 있다.
조금 더 지나자 다른 건물들 사이에 이 대학의 행정업무를 보는 학생서비스센타(Student Service Center)가 있다.
조효제 박사에 따르면 영국의 대학들은 철저히 지역에 봉사하고 있다. 학생도 지역학생들을 우선으로 선발하며 대학의 주요 전공과목도 지역에 봉사할 수 있는 과목들로 이루어진다.
학생서비스센타 맞은편 쪽에 장의사가 보였다. 장의업무 역시 지방의회의 주요업무 중 하나다. 의회에서는 특히 청소년 유해업소나 주류판매업 등에 대한 통제가 강하다. 청소년에 대한 판매와 출입이 금지된 업소가 단 한번만 이를 위반해도 허가가 취소되며 한번 취소되면 왠만해선 갱신이 어렵다.
좥울리치좦를 통해서 본 영국의 지방자치 시스템은 개개인의 부차적 이익 이전에 모든 개인이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받으며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체제였다. 그리고 그 첨병에는 부패 가능성을 철저히 배제한 ‘의회’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