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생 장 피에 드 포르를 출발해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약800㎞의 유명한 순례길이 있다. 예수의 제자 사도 야고보가 안장된 것으로 전해진 이 순례길은 813년 발굴된 이래 세계의 수많은 순례자들이 각자의 지향을 갖고 순례에 나선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우리말로 성 야고보의 길)’라고 불리우는 이 순례길을 기지시 성당의 김기범 신부님이 안식년 기간에 직접 다녀온 체험을 ‘순례자의 즐거움’이란 제목으로 쓴 책을 읽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도 언젠가는 이 길을 걸어봐야지. 감사와 용서와 보속의 의미에서. 그리고 휴식과 더 넓은 세상과 순례자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6.2 지방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돼 100일 남짓 활동해보니 군의원은 어쩌면 순례를 떠난 순례자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 꼭 군의원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순례자이기도 하다. 각자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를 뿐 일평생을 순례자로서의 길을 걷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순례과정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하고 희노애락의 감정을 느끼며 혹자는 짧게, 혹자는 긴 여정을 마친다. 그들은 순례중이나 또는 순례가 끝난 후에 다양한 평가를 받으며 그 평가에 따라 사람들이나 역사에 아주 오래 기억되기도 한다.
나는 4년이란 기간 동안 누구도 대신 걸어주지 않는 새로운 순례를 시작하려고 한다. 지역의 많은 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요구와 바람이 무엇인지, 주민의 복리 증진과 바람직한 지역발전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협의하는 민심순례를 출발했다.
때론 고되고 지치기도 하겠지만, 때론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에 주저앉아버리고 싶기도 하겠지만 순례자 본연의 자세인 감사와 겸손과 섬김의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순례를 계속할 것이다.
또한 우리 지역의 소중한 존재들에 대한 순례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나라의 흥망성쇠와 변화를 묵묵히 지켜보고,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며 주민들의 쉼터였던 50여본의 보호수. 각각의 전설과 추억을 간직한 채 수백년 세월을 꿋꿋하게 우뚝 서있는 보호수를 1년에 한번 이상 찾아볼 것이다. 농업이 생명산업이던 시절 농민이 천하지대본이던 옛날에 축조된 40여개의 크고 작은 저수지, 삽교천 방조제 준공에 따라 예전만큼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축산폐수와 생활하수 유입으로 날로 오염되는 저수지들도 1년에 1회 이상은 둘러볼 것이다. 50㎞밖에 남지 않은 해안선, 갯벌, 당진천, 역천, 남원천 등의 하천들. 아미산, 봉화산, 삼각산 등 우리의 산들. 당진의 역사가 간척의 역사이기 때문에 그리 많지 않은 유무형 문화제들. 당진지역 곳곳에 입주하여 지역의 구성원이 된 각종 기업체....
평안마을, 소망의 집 등의 사회복지 시설에서 생활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그리고 사명감과 봉사정신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들, 시민단체 활동가들...
이 밖에 열거하지 못한 많은 분들과 소중한 존재들이 4년간 나의 순례길에서 만나야할 대상들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진솔하고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행복한 순례를 떠나는 길에 기왕이면 동반자가 많았으면 좋겠다. 다행스럽게도 훌륭한 성품과 올바른 가치관이 정립된 동료들이 많아 즐거운 순례여정이 될 것 같다. 각자 관심분야와 소신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협의와 양보, 그리고 상호다양성을 존중하며 함께한다면 모두 행복한 순례자가 될 것이다. 4년의 순례를 마치고 난후에 모두가 즐겁고 의미 있는 순례, 후회 없는 순례였노라고 느끼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오늘도 경건한 마음으로 길을 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