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농아들이 오토바이 면허시험을 못본 사연
청각장애인 두번 울린 경찰의 편의주의
지난 8월24일, 본사 편집국에는 한통의 편지가 팩스로 들어왔다.
“오늘은 정말 가슴 아픈 날이었습니다. 저희 교회 교인들 교통수단이 오토바이인데 면허없이 다니시거든요. 여간 위험한 게 아니어서 이번엔 꼭 면허를 따게 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늘 면허시험을 치르는 신평복지회관에 갔는데 ‘농아’라는 이유로 단번에 거절당했습니다. 얼마나 억울하던지요. 농아로 태어난 것도 서러운데 이 사회에서 또 농아라는 이유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도 박탈당해야 하는지... 시험담당자 말이 농아라는 이유 외에 글을 모르기 때문에(시험을 볼 수 없으므로) 응시가 불가하다는 거였어요. 우리 교인들 얼마나 실망하고 낙심했는지 모릅니다.”
청각장애인들에게 수화도 가르치고 복음도 전파하는 당진농아교회 박경인 목사의 편지였다.
자신 역시 청각장애인인 박 목사는 이 일로 다시 당진경찰서에 들어가 어렵사리 의사를 전했지만 이번엔 사고위험이 높기 때문에 안된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고 한다. 다른 차량의 경적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사고가 많이 날 수 있다는 거였다.
그날 박 목사의 인솔로 시험을 보러갔던 농아는 모두 16명. 대부분 50대 이상이었고 특수교육의 기회를 누리지 못해 모두 글을 몰랐다. 대부분 농사를 짓는 이들은 지체장애인과 달리 활동력이 있어 오토바이를 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면허를 따지 못해 사고가 나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농아이기 때문에 안된다’, ‘글을 몰라서 안된다’, ‘사고위험이 높아서 안된다’는 경찰쪽의 얘기는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법규정엔 농아는 오토바이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조항이 한 줄도 없었던 것이다. 글을 모르는 사람은 응시할 수 없다는 규정도 물론 없었다.
경찰에서 응시기회를 주지 않은 이유는 다름아닌 글 모르는 농아들도 필기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수화비디오테이프를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경찰청에서 제작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2종 면허시험의 경우 글 모르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비디오테이프가 있으나 오토바이 면허시험엔 준비를 해놓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물론 당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당진경찰서는 응시기회가 왜 주어지지 않는지 답답해 하는 농아들에게 솔직하게 이유를 말하고 이해를 구하기 보다 이러저러한 거짓핑계로 농아들의 가슴을 두번 울렸다. 결과적으로 법규정에 따라 농아들도 응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죄없는 농아들에게 떠넘겼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된다’ 보다 ‘되는 쪽’으로 대안을 찾아보았어야 한다는 건 무리한 요구일까. 수화가 가능한 제3자를 초빙해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할 수도 있지 않은가. 박경인 목사는 글을 몰라서 시험을 보게 할 수 없다는 시험담당자의 말을 듣고 그럼 자신이 수화로 문제를 읽어주겠다고 제안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대답은 ‘안된다’였다. 정답을 가르쳐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안된다’의 벽에 수없이 부딪혀야 했던 박 목사는 결국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고 신문사에 넋두리 삼아 글을 띄웠던 것이다.
농아들이 면허시험을 볼 수 없었던 진짜 이유는 바로 힘없고 무지한 민원인을 외면한 경찰의 편의주의 탓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의 한 단면이기도 했다.
당진경찰서는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농아학교나 공공복지기관에서 수화가능자를 초빙해 농아들도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