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난 건 지난달 27일 저녁 무렵이었다. 진해마천산업단지(경남진해시 남양동 일원)와 불과 수 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부근 웅동초등학교 근처였다. 그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간간히 주물공단 특유의 악취가 코끝을 자극했다.

신금숙(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씨. 부산에서 인근 주물산업단지 부근으로 10년 전 이사를 와 정착했다는 그는 주물공단의 첫 기억에 대해 “시궁창 냄새 같은 악취가 방안까지 들어왔고 창문을 닫아도 소용없었다”고 회상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이야기의 요지다.

■언제부터 이곳에 정착했는가? 처음 왔을 때 주물공장의 모습은?

-부산에 살다 이곳에 온지 약 10년 정도 됐다. 주물공장이 들어선지 약 10년 정도 됐을 때 이사온 셈이다. 이곳에서 처음 생활을 시작하는데 주물공장에서 시궁창 냄새 같은 악취가 방안까지 들어왔다. 창문을 닫아도 소용없었다. 아이들에게 아토피가 생기더니 갈수록 심해졌다. 결국 견디다 못해 인근 산동네로 멀리 이사했는데 거짓말처럼 아토피가 사라졌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의 반응은?

-악취 때문에 메스껍고 얼굴이 따갑다고 여러분이 말한 그대로다. 부산을 오가는 차량들이 주물공단 부근에 들어서면 모두 창문을 닫아 버린다. 현장에 가 봐서 알겠지만 숨을 못 쉴 정도다.

■공해가 심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고 있나?

-아이들은 아토피에 시달리고 주택과 아파트 주민들은 쇳가루가 섞인 분진 때문에 밖에 빨래를 널지 못하고 살고 있다. 입주민들이 이사를 와서는 일 년을 못살거나 신혼부부가 아이를 못 가져서 이사 가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인근 초등학교에는 교실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주물공단이 들어서는 바람에 농지는 농지대로 없어지고 바다는 바다대로 제 멋을 잃었다. 바다를 매립해 공단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 복원도 불가능하다.

■주민들과 공단 측은 언제부터 어떻게 싸웠나?

-2006년 공해추방대책위를 만들었다. 각 통장과 자치위원장 등을 비롯 회원만 150 여명(주민 약 8000여명)에 이르렀다. 주민 대비 회원수가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주민을 대표하는 통장 등이 모두 참여했다. 우선 각종 언론매체에 피해현실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특구청과 진해시청에 탄원서를 내고 공해배출업소를 찾아내 고발조치했다.

■대책위를 통한 활동의 성과는?

-주물공단이 품어내는 공해의 심각성을 널리 알렸다. 타지역 이전을 확실하게 약속받았다. 당시 활동목적은 주물공단이 다른 지역으로 얼른 이전하게 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이전이 확정된 지금은 주민들이 빠른 이전을 위해 일이 생겨도 더 이상 이를 문제를 삼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진해마천산업단지관리공단 측은 공단이전 이유에 대해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보완하기 위해 땅값이 보다 저렴한 곳으로 옮기려는 것’이라고 하는데?

-아니다. 단지 시설을 증설하고 보완하기 위해서라면 왜 이곳에서 쫓겨가겠나. 인천주물공장이 충남 예산으로 왜 가려하겠나.? 처음엔 첨단시설이라고 들어왔다 공해배출로 문제가 생기니까 버티다 결국 옮겨가는 것이다.

■주물단지가 지역경제에 보탬을 준 긍정적 측면도 있지 않았나.

-주민들이 당초 주물단지를 받아들인 것은 경제 활성화로 살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보상 심리 때문이었다. 실제 상인이나 농민과 어민 등이 보상을 받아 살기가 좀 윤택해 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장과 생산설비가 노후되고 기업들이 투자를 제대로 못할 지경이 되면서 각종 공해문제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작업환경도 매우 열악해 공장마다 외국인 근로자도 많다. 지금은 지역경제에 해가 됐으면 됐지 보탬이 안 된다.

■인천주물공단의 입주를 추진중인 예산군의 경우 2012년 강화된 대기환경보전법이 시행되면 환경문제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당장은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전 후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 지금처럼 시설이 노후화될 것이고 시설투자에도 한계가 올 것이다. 일예로 여기 있는 주물공장도 매년 시설투자를 1~2억원씩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오는 매연을 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악취가 나고 눈이 따가울 정도로 피해가 느껴지는데 왜 현행법상 문제가 안 되나?

-오염총량제를 시행하면 되는데 관계기관이 적용지역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개별업체에서 나오는 분진이나 냄새를 검사하면 대부분 기준치 이하로 나온다. 한때 경남대학 연구팀이 오염현황 분석을 위해 공단내 오염지역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런데 그때는 공장에서 매연과 분진이 나오지 않았다. 각 업체가 정해진 량만 투입하고 생산하면 현재 설치된 환경저감시설로도 소화가 가능한데 업무규정을 지키지 않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무조건 집어넣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농작물에는 피해가 없었나?

-벼나 콩이 수확을 하면 다 빈쭉정이, 빈깍지였다. 배추 속에는 쇳가루가 쌓여 있었다. 인근에서는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고 있다.

■주물공장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 또다시 다른 주물공장이 들어설 위험은 없나?

-앞으로 새로 입주하는 기업은 인근 주민들의 동의가 없으면 들어오지 못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이주예정인 주물업체가 전체 60개 업체 중 35개 업체에만 효력이 있다.

■전국의 사정을 들어보니 운영하던 주물공단이 주민들이 환경문제로 반발,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방식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악순환을 막을 방도는 없나?

-있다. 주물 산업은 간산업으로 아예 없앨 수는 없다. 현재처럼 대규모 주물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은 절대 안 된다. 공장을 개별적으로 떨어뜨려 놔야 한다. 그래야만 공해저감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하게 할 수 있다. 또 주민감시도 수월해 진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외국에서는 절대 산업단지를 만들지 않는다. 주물업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들을 일본으로 견학을 보낼 게 아니라 일본은 큰 산업단지를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거듭 강조하자면 한 곳에 모으지 말고 멀리 떨어뜨려놔야 한다.

충남지역언론연합 심규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