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길라잡이

엄마와 아기가 함께하는 행복한 출산문화

출산은 의료사고가 아니라 삶의 이벤트

지난 7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임산부 가운데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한 산모가 4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수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제왕절개율 10%의 4배가 넘는 것일 뿐 아니라 선진국 중에서 제왕절개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알려진 미국의 20%(1998년도)보다 배 이상 높다.

구체적으로 제왕절개분만에 따른 건강상의 피해를 보면 흡인성 폐렴, 기관지경련, 저혈압 등의 마취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을 초래하기 쉬우며, 감염·출혈·요로 외상 등을 유발한다. 또한 산모의 건강회복과 모유수유를 저해하는 주요인으로 지적되며, 산모의 정신적 측면에서도 우울증 등 부정적 반응이 더 높게 나타난다.

제왕절개 분만율을 현재보다 50% 감소시킬 경우, 절감되는 보험재정은 연간 611억원으로 추정되며, WHO 권장수준인 10%까지 줄이면 연간 939억원의 보험급여비가 절감된다. 이는 1999년 의료보험 총 급여비 7천839억원의 12%에 이르는 큰 규모이다.

최근 출산을 질병이 아닌 삶의 이벤트로, 출산의 주체로 여성을 부각시키는 노력이 잇따르고 있으며 새로운 출산문화에 대한 요구 또한 높아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여성들이 출산을 통제하고 의료기술이 특별한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가운데 병원출산의 대안을 찾는 노력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의 분만실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밝힌「1999년 제왕절개 분만실태 분석」에 따르면 1985년 6.0%였던 제왕절개 분만이 1999년에는 43%로 약 7.2배가 증가하였다.

1985년에는 4만3천856건의 분만 중 제왕절개 분만이 2천611명에 불과하던 것이 1999년 하반기에는 16만1천360건의 분만 중 6만9천421명이 제왕절개 분만을 하였다.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분만은 어떤 정도의 수준일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제왕절개 분만율을 10%가 적정하다고 밝히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것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또한 선진국 중에서 제왕절개 분만이 높다는 미국보다 2배가 많으며, 일본보다 3배가 많은 수치이다.

분만을 연령대별로 보면 우선 25~29세 연령층이 전체분만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30~34세 연령층에서는 4만3천106건으로 26.7%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사회의 출산력 저하는 전체 출산에서 25~29세 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산모의 연령별로 제왕절개 분만율을 살펴보면 산모의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제왕절개 비율도 급증하고 있다. 25~29세 연령층에서는 제왕절개 분만이 40.7%인데 반해, 35~39세 연령층에서는 58.4%, 40세 이상에서는 제왕절개 분만율이 68.7%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직장, 만혼 등의 이유로 초임 연령이 늦어지고 있으며, 우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30세 이후에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제왕절개 분만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및 대책이 필요하다.

제왕절개 분만과 모유수유

‘엄마젖 먹이기’는 세계 어디에서나 보편적 가치로 작용한다. WHO의 보고에 의하면 인공유보다 모유가 영유아에게 있어 영양면이나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월등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모유수유 실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유수유율이 계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출생아 중 최종아에 대한 현재의 수유양상을 살펴보면 1997년의 경우 모유만 수유한 경우인 모유수유율은 14.1%이며, 모유와 인공유 수유를 병행하거나 모유를 수유하다가 인공유를 수유한 경우인 혼합유수유율이 52.5%. 모유수유는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인공유수유율이 33.4%이다.

그런데 인공유수유율이 증가하는 데에는 제왕절개 분만의 증가와 그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제왕절개 분만을 할 경우,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마취제와 항생제 등으로 인해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해 늘어나는 제왕절개 분만만큼 우리의 아이들은 모유를 먹을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제왕절개 분만에 대한 잘못된 신화들

■제왕절개 수술은 안전하다?

아기의 상태가 위험하거나 역위, 전치태반 등의 경우 제왕절개 수술이 자연분만보다 안전할 수 있으나 모든 분만에서 그렇지 않다. 제왕절개는 전신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수술과 마찬가지로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올 수 있다. 최근 미국의학협회지에 발표된 자료를 보면 정상분만보다 제왕절개 합병증율이 2배가 높을 뿐 아니라 분만사망율도 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 제왕절개 했으면 계속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

제왕절개했던 산모가 둘째아이를 자연분만하는 시술(VBAC)의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 미국에서의 성공률은 30~50%정도이다. 지난 1988년 미국산부인과 협회는 “습관적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반복 시술하는 것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발표하면서 제왕절개 수술 경험자의 자연분만에 대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다.

■자연분만을 하면 살이 찐다?

출산 후 체중이 느는 것은 우리나라의 산후조리 관습과 가장 높은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생리적 현상때문으로 분만방법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노산일 경우 몸매 회복 속도가 느리기 쉽다. 분만 후 6개월 이내에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통해 정상체중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분만을 하면 성생활이 불편해진다?

자연분만을 할 경우, 회음부절개술의 상처자국, 또는 자연분만 후 질이 늘어날 염려 때문에 제왕절개술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 난산으로 골반근육이 파열되거나 약해질 경우 요실금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성생활과는 무관하다.

■35살이 넘으면 자연분만은 위험하다?

산과적으로 35세 이상일 경우에는 고연령으로 간주된다. 의학에서는 ‘나이 든’ 여성이 임신하는 것을 심각한 위험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영양상태가 좋은 현대여성의 경우 위험도는 훨씬 적다. 지난 1986년 미국의 다운증후군 아동 조사결과를 보면 출산나이와 무관한 경향으로 나왔다.

제왕절개 분만의 증가원인

■의료보험 수가체계의 불합리성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1999년 정상분만의 경우 평균 2.9일 입원에 진료비가 33만2천885원이며, 제왕절개의 경우 7.2일 입원에 86만3천491원으로 나타나 제왕절개가 2.6배 높으며 53만원이 더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커다란 진료비의 격차는 의료기관이 제왕절개 증가를 주도하는 일차적 요인으로 이해되고 있다.

■의료분쟁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의 판결이 “정상분만은 유죄, 제왕절개는 무죄”로 판결하는 경향이 많다. 이에 따라 의사들은 방어진료를 하게 되고 이것이 제왕절개 비율을 높이게 된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입증책임은 의사에게 있고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은 의료인 개개인이 담당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약간의 곤란한 경우에서도 의료인들은 쉽게 제왕절개를 선택하게 된다.

일본의 경우 제왕절개에 보다 엄격한 책임을 묻고 정부가 의료분쟁에 개입하는 유럽의 경우과 비교해 보았을 때 의료인들은 방어진료와 제왕절개 분만을 선호할 경향이 높다.

■의료서비스 감시체계의 부재

제왕절개 분만이 이루어졌을 때 의료인의 적절한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의료감시체계가 미흡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조사한 에 따르면 응답자 중 80%이상이 의사의 권유로 수술을 받았지만 의료진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과도한 의료개입경향

여성이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은 여성의 자연스런 생리과정 중의 하나이다. 여성의 몸은 본능적으로 아기를 낳는 방법을 알고 있다. 출산에 있어서 의료공급자는 이를 돕고 긴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출산에 의료개입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의료인들은 대부분 임신·출산을 자연스런 생명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의료사건으로 받아들인다. 의료공급자들은 특별히 자연분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들의 출산에 대한 잘못된 인식

의료인 뿐 아니라 산모들도 임신과 출산을 자연스런 생명현상이 아니라 의료적 사건으로 의식한다. 여성들이 스스로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몸을 신뢰하면서 출산을 주도하려는 주체적 자세가 부족하다.

■제왕절개에 대한 잘못된 통념

‘제왕절개로 낳은 아이는 머리가 좋다’, ‘제왕절개를 하면 몸매가 잘 유지된다’, ‘성감이 좋다’, ‘고통이 덜하다’ 등의 통념 또한 제왕절개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경험이 없는 초산부들의 경우 이런 통념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러한 요인을 인식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우리 정부의 책임이 제일 클 것이다.

WHO가 1985년 제왕절개 기준율을 10~15%로 설정하고 그 이상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규정한 후, 세계각국은 이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제왕절개율이 높았던 미국은(당시 25%) 2000년까지 15%로 줄이기 위해 대대적인 제왕절개 감소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우리는 오히려 1986년 6%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14년 사이에 7배 이상 증가하여 오늘에 이른 것은 정부의 관련정책이 부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