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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활동을 중단하고 구제역 종식을 선포한 지 60여일이 지났다. 의심축 신고가 중단된 3월3일을 기준으로 하면 80여일이 흐른 셈이다. 두 달여 시간이 흐른 지금, 구제역으로 시름했던 농가들이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30일과 31일 이틀간 군내에 피해 농가가 가장 많이 발생한 신평 남산리와 순성 나산리 일대를 돌며 구제역 피해 농가들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다시 돼지 울음소리 들리는 축산농가

양돈농가가 밀집해 있는 신평 남산리내 양돈 축사를 지날 적마다 돼지 울음소리가 들렸다. 얼핏 농가 안쪽에서 엉덩이를 실룩거리고 있는 돼지 모습도 보였다.

마을에 모임이 있어 대부분 농장주들이 자리를 비운 지난달 30일 농장에서는 인부들이 사료를 나르고 있었다. 다시 농가에 생기가 돌고 있었다.

남산리 마을 초입에서 경우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장병순 씨는 "이제 다시 시작"이라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장 씨는 지난달 26일 후보돈 24두를 농장에 들였다. 올 겨울이면 새끼를 낳을 장 씨 농장의 새 희망인 셈이다.

“구제역 발생 초기에 농장에 있던 돼지를 전부 묻었어요. 모돈 200두 포함 2천두 규모였죠. 겨우내 매일같이 소독만 했어요. 그러다 지난주에 후보돈 24마리를 새로 들였죠. 이제 다시 시작하는 거죠.”

순성 나산리에서 만난 이호경 양돈협회 당진지부장도 지난달 돼지를 입식했다. 지부장을 맡고 있는 터라 더욱 무거운 마음이었다는 그도 “지난해의 악몽은 떨쳐버리고 다시 일어서야 하지 않겠냐”고 애써 웃어보였다.

“언제까지 옛날의 아픈 기억만 붙들고 살 수는 없죠. 잊어버리고 다시 일어서야죠. 이번 기회를 통해 축산농가들도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지역 이웃주민들도 상처입은 축산농가들의 마음을 조금 헤아려 주셨으면 하고요.”

악몽은 끝났지만 농가 재정난은 여전

축산 농가들은 재입식을 위해 농장을 돌보거나 후보돈을 입식해 다시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지난 겨울 한파만큼 매서웠던 구제역 악몽을 떨쳐버린 듯했다. 마을에서 만난 축산인들은 대부분 “다시 시작”이라는 말부터 꺼내곤 했다. 하지만 축산 농가의 재정난은 여전하다.

이름 밝히길 꺼려한 한 축산인은 “구제역이 터지기 전에 대출받은 돈의 이자를 내는 것도 힘들다”며 “앞으로 새끼를 낳아 키워 출하하려면 1년 가까이 걸릴 텐데 그 동안은 돈 나올 곳이 없으니 어쩌면 좋겠냐”고 말했다. 그는 “정부 보상금은 언제 나오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호경 지부장은 “돼지 가격이 폭등하는 바람에 입식을 앞둔 매몰 농가들은 타격이 크다”고 전했다.

“구제역 비 발생 농가들은 돼지 가격이 올라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매몰 농가들은 반대로 경제난에 시달려야 하는 극과 극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정부 보상금이라도 하루 빨리 나와야 할 텐데 영세한 농가들은 더 힘들죠.”

돼지의 산지 가격은 지난달에 비해 28.3%(군 자료 참고)가 상승했으며 지속적으로 상승추세에 있다.

이호경 지부장은 “언론에서 보상금 액수를 운운하니까 지인들도 구제역으로 정부 보상금 많이 받아 괜찮지 않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지금 돼지 가격이 치솟은 상황인데다가 보상금 지급마저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합덕에서 양돈농장을 운영하는 ㄱ씨도 “축산농가 중에서 100% 자기 자본 갖고 농장을 꾸리는 사람은 없다”며 “대출 이자에 생활비까지 구제역이 끝나고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