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반값 등록금’ 문제가 심각하다. 필자의 제자들을 보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등록금 부담은 대출로 이어져 예비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있다. 학비 때문에 정작 학업에 열중해야 할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내몰려 학업에 매진할 기회조차 빼앗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을 졸업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일부 고소득층을 빼면 교육비는 대부분의 가계에 심각한 압박이다. 2009년 우리나라 가계가 지출한 교육비 규모는 사상 최대인 40조원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교육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4년제 국공립 대학과 사립대학의 연간 평균등록금이 각각 4700달러와 8500달러로, 미국의 5600달러와 2만500달러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러나 국민소득 수준을 반영해서 비교하면 국공립과 사립 모두 세계 1위다. 이렇게 대학등록금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1970년 27%에서 1992년 35%, 2000년 68%, 2005년 82.1%로 지금은 거의 90%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세계에 이런 나라는 없다.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인하여 국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건가?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철저한 약육강식 사회현상 때문일 것이다. 무지막지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정글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오로지 각개 약진으로 명문대학을 나와 사회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1등 만능주의’ 사회풍토 때문이다. 이는 대학진학률을 급격히 상승시키고 과중한 사교육비 지출로 이어진다. 또한 우리나라는 학력별 격차가 너무 심한 사회이다. 모든 곳에서 학벌, 이른바 일류대학 출신 위주로 사람을 채용하고 대학졸업장이 없으면 뭔가 모자란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 장가가기도 어렵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적성에 따라 일을 해야 할 대학의 우수 인력들이 돈이 되는 의대와 법대 쪽으로만 몰리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등 사회적 편향이 심각하다. 그러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그 해답은 아마 유럽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처럼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사람답게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주면 될 것이다. 굳이 학문적 자질이나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우리같이 무지막지한 돈을 들여가며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면 된다.
여기 필자가 11여년간 유학생활을 한 오스트리아를 보자. 오스트리아는 대학원 박사학위까지 학비가 없다. 그야 말로 우리 학생들과 부모들이 간절히 원할지도 모르는 무상교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가는 학생들은 해당 연령층에서 약 3분의 1 정도이다. 나머지 3분의 2는 실업계 등 직업학교로 간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오스트리아는 직종별로 생애임금이 비슷하고 교육, 의료, 주거 등 사회보장이 잘 되어 있어 굳이 공부하기 싫은 사람을 대학으로 부르지 않는다. 우리처럼 돈과 시간과 노력 등 청춘을 다 바쳐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별다른 차별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해답은 간단하다. 우리도 오스트리아처럼 사회·교육시스템을 바꾸면 된다. 우선 오스트리아처럼 무상교육 등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데 국가의 대규모 투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천문학적인 사교육비와 국외유학 및 연수경비 등을 줄이고 과도한 고급 청년인력 때문에 발생하는 노동시장에서 노동력 수급 불균형 및 대학 교육의 부실문제 등 대대적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비정규직 등의 차별해소와 학력별, 직종별 보수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여주어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그 시발점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사회가 간절히 요구하고 있는 ‘반값 등록금’ 공약부터 즉시 이행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