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우량 40% 증가, 수확량 30~50% 감소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된 비로 지역 소상공인과 관광업, 건축업 등 너나할 것 없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역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기후변화에 민감한 농민들이다.
올 봄 파종시기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비는 가을 수확기까지 계속됐다. 당진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지난 5월10일부터 8월18일까지 당진의 강우량은 1,221mm로 전년 동기간 727.5mm보다 493.5mm가 더 내렸다. 농작물의 작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조시수 역시 지난해 691.4시간에 비해 크게 줄어 441.1시간에 그쳤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비가 자주 내려 농작물의 생육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습해로 인한 병해충 발생률이 늘어났고 수확시기를 놓쳐 피해를 본 농가도 많았다”고 말했다.
올해 당진에서 가장 피해가 큰 작목은 단연 감자와 고추다. 감자의 경우에는 수확기에 태풍과 장마가 이어져 땅에서 캐내지도 못하고 썩혀야 했다. 군내 감자 수매량의 상당수를 책임지고 있는 송악농협의 경우 계약재배 물량 중 수매량은 55%에 그쳤다. 당진군 전체를 놓고 봤을 때도 재배면적 대비 수확량은 52%에 불구하다.
수확이 한창인 고추의 경우에는 역병과 탄저병 등 병충해가 심해 수확을 하지 못하고 노랗게 병들어 죽어 있는 모습을 마을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 자료에 의하면 군내 434ha에 달하는 고추 재배지 중 118.7ha가 병해충 피해를 입었다.
조일형(순성 아찬리) 씨는 “탄저병으로 절반가량은 따서 버렸고 수확해 건조한 고추도 부분적으로 병을 입은 곳을 일일이 손으로 제거하고 있다”며 “올해 고추농사는 비가 많이 와서 망쳤다”고 말했다.
당진은 추석 대목 작물은 양호
잦은 비로 인한 농산물 작황 피해는 비단 당진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농산물 물량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추석 대목을 앞두고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당진의 경우, 추석 대목 작물이라 할 수 있는 사과, 배 등은 타 지역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다는 것이 농민들의 중론이다.
이원태 농업기술센터 과수특작팀장은 “사과, 배 모두 지난해 태풍 피해와 냉해 피해로 착과량이 예년에 비해 적었다”며 “하지만 당진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해 피해가 덜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순성면 아찬리에서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윤필구 씨는 “추석을 맞춰 재배한 홍로는 수확량이 평년작으로 양호한 편”이라며 “품질은 좋은 편이고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가격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추석이 빨라 가격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햅쌀은 벼 이삭이 패는 시기에 비가 자주 내리면서 쭉정이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수확이 예정된 9월 초순까지 더 이상 큰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게 농업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농수산물 가격 오름세, 주부 울상
수확량이 급감한 고추의 경우 가격이 상승한데다가 물량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진농업기술센터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19일 기준 붉은 고추는 4kg 기준 1만8400원에서 2만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송악 가학리에서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노봉환 씨는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병충해가 심해 대다수의 농가들이 고추농사를 망쳤다”며 “물량이 적은 만큼 가격은 올라 한 근에 1만5천원씩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본격적인 출하시기도 아닌데 벌써부터 농수산물 가격이 올라 차례상 장보기를 앞둔 주부들의 걱정도 만만치 않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지난 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과의 경우 15kg 도매 기준 작년에 비해 47.3%가 올랐으며 차례음식에 많이 사용되는 계란은 소매가 기준 24.8% 상승했다. 호박은 평년 기준 2배 이상 오른 2만6160원(8kg)에 거래되고 있으며 마늘도 평년보다 약 38% 오른 6만6880원(20kg)에 거래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잦은 강우로 수확량이 감소해 가격이 오름세에 있다.
김영춘 주부는 “10만원을 들고 마트에 나가도 살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며 “과일은 제철인데도 가격이 비싸 사먹는 게 엄두가 안 나고 채소 가격도 많이 올라 차례상 장보기가 걱정 된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기후변화, 대비책 마련도 시급
급격한 산업화에도 여전히 당진이 농업웅군으로 불리고 있는 만큼 계속되는 기후변화에 대한 지자체와 농민들의 대비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몇 년 전부터 농번기 무렵이면 본지에 단골로 등장하는 기사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피해 현황이다. 집중호우와 예년과 다른 기후 변화가 지속되면서 날씨에 좌지우지 되는 농업의 피해가 수년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노화용 송악농협 상무는 “기후변화로 인한 수확량과 가격 변동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책적인 측면에서 이같은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안정적인 유통과 공급이 가능할 수 있도록 농산물유통센터와 같은 유통 시스템의 정착과 함께 농민들의 인식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