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학교에 “투기꾼” 몰린다
교육부 뒤늦게 ‘특별법’ 만들어 용도 제한하기로 해
지역주민의 폐교 가꾸는 노력 절실
교육부와 도 교육청은 ‘소규모학교 통폐합 방침’을 밝히며 폐지된 학교는 대안학교, 환경교육장, 지역주민의 문화·복지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지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연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이 학교는 마을주민들이 등짐을 져가며 흙을 퍼날라 지은 학교입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외지인 별장이 되다니요.”
보령시 오천면 효자도리 추도분교 마을주민들은 시 교육청의 학교 매각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보령시 교육청은 최근 폐교된 추도분교를 충남 천안에 사는 외지인에게 감정가보다 2배가량 높은 1억6천만원에 넘겼다. 사용용도는 개인용 휴양시설.
태안군 교육청도 이원면 죽도분교를 개인 휴양용으로 신청한 외지인에게 감정가(3천만원)보다 곱절이 넘는 8천만원에 매각했다. 분교소유 땅에서 수년째 농사를 지어온 이규도(66세)씨 등 마을주민 2명이 뜻을 모아 입찰에 참가했으나 감정가보다 약간 많은 금액을 제시한 탓에 농지를 잃게 됐다.
충남도 교육청이 올 폐교매각을 승인한 학교수는 모두 27개교. 이중 현재까지 11개교(태안 6, 보령 2, 서천 2, 청양 1)가 매각됐고, 현재 16개교가 매각을 추진중이다. 매각된 학교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휴양시설 등을 차려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입찰에 참여한 열명 중 아홉이 외지인인 현실이 이를 잘 반영한다.
14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청양군 화성면 용당리 용두분교의 경우 한 외지인에게 감정가(8천4백만원)보다 3배가 넘는 2억4천여만원에 낙찰됐으나 계약이 파기됐다. 차익을 노리고 높은 가격을 써냈다가 생각처럼 양도자가 나서지 않자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주변 주민들은 추측하고 있다.
이처럼 투기꾼들이 몰리고 있지만 정작 시·군 교육청 관계자들은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반응이다. 절차에 따라 입찰공고를 통해 낙찰했는데 ‘무슨 소리냐’는 거다.
실제 교육부가 관련 법률을 마련해 놓지 않은 채 폐교를 일삼은 까닭에 도·시·군 교육청의 이같은 부동산 중개업(?)에 대해 아무런 제재수단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부는 뒤늦게 좥폐교재산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좦을 만들어 오는 12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교육용 시설, 주민복지시설, 공동생산시설, 재산의 일부를 기증한 사람 등에게는 수의계약만으로 폐교시설을 임대·매각해 활용토록 했다. 또 연임대료도 감정가의 1천분의 10이상의 율(감정가 1억원일 때 연 100만원)로 낮췄고 매각된 재산을 당초 목적과 다르게 사용할시 계약해지할 수 있도록 특약등기조항도 삽입됐다. 한마디로 활용용도를 제한하고 해당 지역주민의 참여의 기회를 높인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별법은 폐교의 매각과 임대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나 법이 허용하는 합리적 수준에서 투기를 목적으로 폐교를 구입하는 외지인을 제한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별법은 ‘교육용’의 범위를 자연학습시설, 청소년수련시설, 도서관, 박물관, 문화재 전수관 등으로 지나치게 넓게 정의하고 있어 효과적인 투기꾼 차단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소년 야영시설을 차려놓고 싼 임대료를 내가며 수익사업에 열을 올리는 임대업자들이 즐비한 현실이 그 반증이다. 게다가 수의계약 요건을 갖춘 2인 이상의 신청자가 매수를 희망할 경우에는 여전히 경쟁입찰하도록 돼 있어 마을주민들보다는 돈많은 외지인이 차지할 공산이 크기는 매한가지다.
이에 대해 전성환(32세, 작은학교를 지키는 사람들 간사)씨는 “교육용 시설의 범위를 제한하고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활용기회가 돌아가도록 수의계약 우선권한을 주는 등의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 “지역주민들이 폐교된 학교는 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폐교된 학교를 가꾸는 일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전씨는 덧붙인다.
어쨌거나 농어촌 주민들은 이제 ‘학생 유치작전’으로 학교통폐합을 막는 일에서부터 폐교된 학교를 관리하는 일까지 떠맡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