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어”

“아이 아버지가 아기를 낳자마자 소식을 끊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데 할아버지는 앞을 못보시고 할머니는 허리가 아프세요. 집에 돈을 벌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팔리지 않는 땅 때문에 정부의 지원도 못받아요.”

“아이고, 어떤 집은요. 할머니가 큰 아들 자식, 작은 아들 자식까지 모두 키워요. 굴 따서 번 돈 몇 푼으로요. 어느 날은 집에 찾아갔더니 막내 손녀가 불도 안 켜고 라면을 끓여 먹고 있더라고요. 어찌나 딱하던지...”

박문수(송악 기지시리 주플라워) 씨는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웃집 불구경하듯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표정부터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전하는 말투까지, 걱정과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이야기다. 박 씨가 전하는 모든 어려운 이웃의 사연은 그가 지인들과 함께 돕고 있는 송악읍내 이웃들의 이야기다. 2009년 3월 송악읍 기지시리에 작은 꽃가게를 열면서 박 씨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시작했다. 막상 누구를 어떻게 도와야 할 지 몰랐던 박 씨는 무작정 송악읍사무소를 찾아갔고 조손가정의 아이를 돕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 4월부터는 새롭게 후원자로 추천을 받은 또 다른 조손가정을 지금까지 돌보고 있다.

“딸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학원에 보내 영어도 가르치고, 때마다 옷이랑 신발도 사주고요. 2~3일에 한 번씩 집에도 들려서 할머니, 할아버지 건강도 챙기죠. 병원에도 모시고 가고요.”

박 씨는 좀 더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지인들을 하나둘 꼬시기(?) 시작했다. 한달에 5만원이면 밥 한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을 도울 수 있다는 말에 지인들은 선뜻 후원에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 지금은 5명의 지인이 매달 5~10만원씩 걷어 송악읍내 초등학교 학생 7명을 후원하고 있다. 요즘 시대에 5만원이면 4인 가족의 외식비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매달 빠짐없이 남을 위해 호주머니에서 5만원을 내놓는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경기가 얼어붙은 요즘, 후원에 동참하고 있는 이들은 박 씨를 비롯해 모두 자영업자 혹은 회사원이라고.

박 씨가 지인들과 함께 조용히 해오던 후원활동은 얼마 전 본지에 ‘사랑을 나눠주세요’ 코너에 보도된 가정을 방문하기 위해 남부행복나눔복지센터를 찾았다가 알려지게 됐다. 그는 어려운 시절을 겪었던 경험에서 이웃과 나누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저도 무척 어려운 시절이 있었어요. 아이들을 낳아준 아내가 암으로 일찍 세상을 뜨고 갓난쟁이까지 아이 셋을 혼자 키우면서 남몰래 눈물 흘린 적이 많았어요. 동사무소를 찾아가 제발 도와달라고 사정을 한 적도 있었죠. 과로와 영양실조로 피를 토하고 쓰러졌을 때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열심히 산 덕분에 지금은 아이들도 다 컸고 작지만 내 가게도 갖게 됐어요. 아이들이 새엄마와 갈등을 겪을까봐 걱정돼 미뤘던 재혼도 몇 해 전 했고요. 지금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과 조금이나마 나누며 살고 싶었어요.”

오늘도 박 씨와 박 씨의 지인들 덕분에 8명의 아이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다.

▪박 씨와 함께 후원에 동참할 분을 기다립니다. 혹은 ‘사랑을 나눠주세요’에 소개된 이웃들을 위한 후원을 받습니다. 후원 문의 : 355-5440(당진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