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이 전국적인 핫이슈가 되면서 각종 대책기구가 구성되고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청소년 상담가, 경찰과 지역주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시선과 필요하다 여기는 대책방안이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학교폭력이 더 이상 학교 내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대책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같았다.
“때린 애만 혼낸다고 해결 안돼요”
“학교폭력이요? 어느 학교에나 다 있죠. 쉽게 말해서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학교에서 더 많이 일어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소위 서울대 많이 보내는 학교라고 학교폭력이나 왕따가 없는 건 아니에요. 다른 학교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왕따는 늘 있는 일이고요.”
“왕따는 문화처럼 번져 있는 거 같아요. 친하게 지내다가도 사소한 걸로 싸우면 집단에서 왕따가 되죠. 괴롭히고 놀리고요. 그래도 그런 건 또 금방 화해하고 풀어져요. 문제는 워낙 조용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아이들이에요. 그런 애들은 없는 사람 취급을 받거든요. 그게 더 문제인 거 같아요.”
당진시 소재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학교폭력은 어느 학교마다 존재한다”며 “특히 왕따는 문화처럼 늘 상존해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최근에 학교폭력이 이슈화되면서 '어른들 중심'으로 해결책이 마련되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 놓았다.
김모 학생은 “어른들은 무조건 때린 애가 잘못했다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들이 볼 때는 그렇게 보는 시선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때린 애만 혼낸다고 학교폭력이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에 실제로 학교에서 괴롭힘 당한 애가 선생님께 도움을 청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때린 애는 물론이고 다른 애들까지 ‘고자질했다’며 오히려 괴롭힘 당한 애를 더 따돌리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 이미지, 교사 진급 때문에 쉬쉬”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 씨는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에 여러 번 참석한 경험이 있었는데 간혹 학교 이미지나 교장의 진급에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해 조용히 덮으려는 경우를 봤다”며 “학생들의 잘못을 감싸려는 교사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쉬쉬하며 문제를 덮으려는 해결책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3 이모 학생은 “학교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고 쉬쉬하거나 학생들 입단속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헌데 오히려 일을 숨겨서 불필요한 소문이 나고 사건이 더 크게 부풀려져 알려지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기획취재 과정에서 “교내에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가 발생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다수의 교사들이 “우리 학교는 아이들이 착해서 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는 “학생들도 같은 자식이라 여기고 허물을 덮어주려는 교사들의 마음도 부모 입장에서 이해는 가지만 만연화된 학교폭력 문제를 더 이상 교내에서만 해결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고자질’과 ‘신고’의 차이도 가르쳐야
당진교육지원청 김종문 교육지원과장은 “학교폭력 문제는 우선적으로 가정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두 번째는 지역사회에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며 “특히 아이들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와 ‘고자질’이라는 인식의 차이를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아이들이 괴롭힘을 받고 교사나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주변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고자질’했다고 인식하며 더 괴롭히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아이들을 교육할 때 이런 점의 잘못된 인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당진 내 학교에서는 '학교폭력근절 캠페인'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캠페인은 주로 학교 내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다짐의 시간’으로 진행되지만 더러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
캠페인을 진행한 학교의 한 교사는 “학교폭력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캠페인을 통해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전문상담교사 충원, 학부모 교육 필요
당진교육지원청 위센터 정혜승 실장은 “전문상담교사제도가 2005년에 시작됐지만 당진에 전문상담교사는 합덕제철고와 호서고에 2명뿐으로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교내 위클래스에서 아이들의 상담이나 예방교육을 통해 사전에 학교폭력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전문상담교사를 충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올해 법 개정으로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엄격한 분리로 자칫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가해 학생이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는 부작용이 일어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박수희 청소년상담가는 “학교폭력에 가담하는 가해 학생들은 대부분 가정문제로 인한 결핍 등 정서적 불안을 안고 있는 만큼 학생들의 치유와 더불어 부모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부모교육, 상담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손가정과 같은 결손가정의 경우 부모가 자녀를 건강하게 돌볼 수 없는 경우 지역사회가 나서서 함께 공동돌봄을 하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