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경찰청에서는 지난 4월1일부터 당진시를 시범실시 지역으로 선정하여 ‘주간 전조등 켜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주행 중인 차량이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보다 빠르게 눈에 띄게 하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그간 경찰이 꾸준히 추진해 온 교통사고 줄이기 사업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물론, 대낮에 전조등을 켜자는 주장이 아직은 다소 낯설게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정말로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까?’하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우리보다 앞서 주간 전조등 켜기를 도입한 나라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상상 이상의 효과에 놀라게 된다. 핀란드는 1972년에 ‘주간 전조등 점등제’를 실시한 이후로 교통사고가 21% 감소하였으며, 특히 생명에 치명적인 정면 충돌사고는 28%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밖에 스웨덴에서는 보행자 사고가 11% 줄어들었고, 미국에서는 운전자의 주의력이 2배나 향상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나가노현에서는 1만대 점등운행결과 교통사고가 30%나 감소했다고 하니 그 효과가 가히 놀랍다고 할 만하다.
사실 국내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2002년에 한국도로공사에서 88올림픽고속도로 내에서 주간 점등운행을 의무화했더니 중앙선 침범사고가 18% 줄어들었으며, 사망자는 19%, 부상자는 18%가 감소하였다. 또한, 교통안전공단에서 2003년도에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전세버스 공제조합 소속 차량 523대를 대상으로 주간 점등운행을 실시한 결과, 교통사고는 4.4%, 사망자는 23.3%, 부상자는 5.8%가 각각 줄어들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 많이 받은 질문은 역시 ‘전조등을 켜고 다니면 기름이 많이 소모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전조등을 켜고 시속 60km의 속도로 50km를 주행했을 경우 전조등을 켜지 않았을 때에 비하여 기름이 0.1리터 더 소모되는 것에 그쳤다고 한다. 현재 유가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10원가량이 더 드는 셈인데, 교통사고 예방효과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첫 시범실시 지역으로 당진을 꼽은 것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당진 지역은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안개가 끼는 날이 많고 교통량이 많아 대형 교통사고의 위험이 크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충남 지역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당진 지역 교통사고가 충청남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인데 비하여 사망사고의 비중은 8.35%로 그 차이가 무려 2.15%p나 되었다. 이는 도내 15개 경찰서 중에서 가장 큰 수치인데, 그만큼 대형 교통사고의 위험이 큰 지역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해안고속도로의 경우 거의 전 구간이 해안을 접하고 있는데, 잊을만하면 짙은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안개가 짙게 깔렸던 지난 4월15일에도 관광버스가 정차 중이던 미니버스를 충격하여 34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밖에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도로 여건의 변화가 잦고 지역 사정에 어두운 외지인이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는 점, 서해안고속도로와 당진항을 끼고 있어 운송업체만 30여 개에 이르는 탓에 트레일러 등 화물차량의 이동이 잦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진을 시범실시 지역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당진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내 부모와 형제, 지인들이 보다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작년 한 해 충남 지역에서만 491명의 아까운 생명이 도로 위에서 사라졌다.
타인의 안전은 물론,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도 주간 전조등 켜기가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먼저 15만 당진 시민들이 그 취지와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동참해준다면, 전조등 켜기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새로운 운전 습관으로 충남 전체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