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언어에는 품격 이전에 책임이 실려야 한다. 지역 정치가 거칠어질수록 시민이 보고 싶은 것은 자극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질적인 결과다. 최근 어기구 국회의원이 지역 언론 기고를 통해 오성환 시장을 향해 내놓은 날 선 발언들은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적지 않은 유감을 남긴다. “소가 웃을 일”, “떠벌린다”는 식의 표현은 정책적 비판이라기보다 감정적 정치 공세에 가깝고, 공적 책임을 지는 3선 국회의원의 언어로는 과도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논란의 핵심인 항만 친수시설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만으로 추진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중앙정부, 특히 해양수산부의 승인 없이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구조다. 당진시는 LNG 생산기지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준설토 처리 문제와 관련하여, 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한국가스공사가 사업비의 99%를 부담하는 협약을 이끌어냈다. 이는 시민의 혈세를 아끼면서 지역 개발을 추진하려는 행정가로서의 고심 어린 결단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사업의 최종 결정권은 결국 중앙정부에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회의원의 존재 이유가 드러난다. 어기구 의원은 현재 해양수산부를 피감기관으로 두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의 위원장이다. 부처의 정책 방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위원장’의 자리에 있는 것이다. 2024년 6월부터 시장과 부시장이 여러 차례 협조를 요청하며 읍소했다면, 승인 과정에서 어 의원이 어떠한 실질적인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제되어야 한다. 본인이 평소 자부하던 ‘국가권력 서열’이 지역의 막힌 현안을 뚫는 데 사용되지 못했다면, 그 책임 또한 그 직함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법이다.

도비도·난지도 개발사업을 둘러싼 공방도 같은 맥락이다. 도비도는 농어촌공사가 운영하다가 10년 넘게 폐허로 방치되어 재개발이 지역의 간절한 염원이었다. 민선 8기 당진시가 약 1조 7천억 원 규모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중기부 특구 신청까지 마치는 등 가시적인 진전을 보였다면, 그 성과와 실효성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두고 ‘떠벌린다’며 폄훼하는 것은 그 긴 시간 동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3선 중진 의원이 취할 자세는 아니다. 본인이 풀지 못한 숙제를 추진하는 행정을 비난하는 것이 과연 지역 발전을 위한 진심인지 묻고 싶다.

결국 이 문제는 표현의 강도가 아니라 ‘역할의 수행’ 여부에 달려 있다. 국회의원은 중앙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관철하고, 지방정부는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각자의 책임을 진다. 두 축이 협치가 아닌 충돌로 치달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지금 당진에 필요한 것은 소모적 비난이 아니라 성공적으로 지역개발을 완수하는 일이다. 사업 지연의 책임을 시장에게 전가하는 것은 간단하고 쉬운 일이지만, 당진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을 했는가”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권력의 서열은 자랑의 근거가 아니라 지역의 숙원을 해결해야 할 책임의 출발점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