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충남도의회는 올해 첫 추경예산안 3041억원 중 11.4%인 346억원을 삭감하기로 의결했다. 그나마 지난달 예산안 심의 때 삭감했던 821억원에 비해 절반가량(441억 원)이 회생된 액수다.

도의회가 이처럼 큰 규모의 예산을 삭감한 것은 집행부가 본예산에 의원재량사업비를 반영하지 않는 데 따른 보복이었다. 도의원재량사업비는 예산 항목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일명 시책추진보전금이나 소규모숙원사업비로 분류돼 그동안 충남도의원 1인당 7억원씩 45명 모두에게 균일하게 예산을 배정해 왔다. 올해 예산에도 본예산을 통해 1인당 5억원씩을 반영했지만 올해 초 행안부가 감사원 감사 결과를 근거로 각 지방자치단체에 의원사업비 폐기를 지시, 도의원 1인당 추가분 2억원씩을 배정하지 않자 보복성 예산심의를 벌인 것이다. 도의회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와 ‘집행부 길들이기 식’ 의정 운영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례 1

지난해 11월, 충남도의회(의장 유병기)가 본회의를 열고 올해 의정비를 예년보다 3.4%(연간 180만원) 올린 5424만원으로 올리는 안을 기습 처리했다. 3.4%인상은 도민들의 뜻과 상반된 것이었다. 행정안전부가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지 않으면 위법’이라고 지적하며 재의를 요청했다. 도의회는 같은해 12월, 의정비를 다시 2.1%(108만원) 올린 5352만 원으로 재조정했다. 이는 행안부가 기준액으로 정한 4873만원보다 9.8% 높은 금액이다.

#사례 2

지난해 3월, 충남도의회 농수산경제위원회는 도의원 29명이 상정한 ‘친환경 무상급식조례 개정안’ 심의를 보류했다. 위원회가 안건 심의를 보류하기로 한 이유는 “무상급식 업무가 행정자치위원회 소관인 기획관리실(교육법무담당)로 업무 분장돼 있어 우리 상임위원회 직무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의회 의장은 직권으로 해당 의안 심의를 농수산경제위원회에 회부했었다. 때문에 당시 관련단체에서는 “조례안을 잘 만들어 시행하려하기보다는 안건 처리를 회피할 핑계거리를 찾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 조례안은 지난 3월 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발의된 지 1년 4개월만이었다.

#사례 3

지난 2010년 12월. 충남도의회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들이 안희정 충남지사의 도민과의 소통행정을 위한 ‘참여와 소통위원회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부결했다. 당시 충남도는 ‘참여와 소통위원회 조례안’은 도민들을 참여시켜 일선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실대로 수렴, 도정에 반영하기 위한 실효성 높은 조례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부결한 당시 자유선진당 소속 도의원들은 “‘참여와 소통위원회 조례안’이 기존위원회 기능과 중복돼 옥상옥이며 (도민들의 도정 참여는) 의회의 권한에 대한 도전”이라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이 조례안은 새로 설치한 것이 아닌 기존에 운영해 오고 있는 도민평가단을 지역별, 성별로 확대하는 것이어서 기능이 중복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반론에 직면했다. 때문에 도민들의 행정참여 기회 확대를 의회 권한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한 것은 오히려 도민들에 대한 권리침해로 받아들여졌다.

#사례 4

지난 해 12월, 충남도의회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서울을 빼고 가장 늦게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집행부가 제출한 도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안을 심의하면서, 위원 수를 100명에서 40명으로 크게 줄였다. 위원 선정 절차에서 ‘희망 주민 공개모집’ 조항을 삭제했다. 또 당초 분과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설치, 예산학교 설치·운영도 없앴다. 특히 도민참여예산제의 핵심인 위원회 운영과 예산교육 경비 7800만원 가운데 26%인 2000만원을 줄였다. 도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의 핵심인 ‘주민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게 한 데다 관련 예산마저 크게 줄인 것이다.

‘소통 부재’ 말하는 언론, 원칙없는 타협 원하나?

집행부와 도의회 간 논란이 일 때마다 상당수 언론은 매번 안 지사의 ‘소통 부재’를 꼬집었다. 도의원재량사업비문제에 대해서도 의회와 사전 교감이나 소통이 미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충남지역 국회의원 초청 ‘도정-간담회’에서는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도의회와의 관계개선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하지만 의원 1인당 예산 7억원의 돈을 재량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할까 말까를 놓고 의회와 집행부가 소통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서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안 지사의 방침은 아직까지는 단호하다. 안 지사는 기자브리핑을 통해 “새로운 관행, 그리고 예산 심의와 편성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번 진통을 개선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의원재량사업비 지출에 대한 새로운 규칙과 틀을 만들고 이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안 지사가 끝까지 원칙을 지킬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의욕을 갖고 추진하다 주변 여론과 환경에 밀려 용두사미가 된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재정을 왜곡시키고 도민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불나방’ 같은 도의회를 바로잡는 일은 도민들의 몫이다. 이기주의를 근간으로 의정활동을 벌이는 충남도의원들을 방치하는 것은 지방자치 위기를 부채질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충남지역언론연합 심규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