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가까운 산에 올라 산행하기로 했다. 서로 말하기를 오늘은 빈 몸으로 가자고 말하고 출발했다. 때문에 평소 늘 메었던 배낭을 짊어지지 않고 출발했다. 그런데 산을 끼고 한참을 걷는데 길거리에 알밤이 널려있는 것이 아닌가? 그냥 지나치자니 자동차가 지날 때 바퀴에 으서져 아깝게 될 것 같았다. 벌써 여러 개 밤 알갱이들이 자동차 바퀴에 으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산행을 출발 할 때 생각을 하면서 밤알들을 주었다. 밤도 줍고, 도토리도 주었다. 주우면서 하나님 말씀이 앞을 가린다. 이렇게 식물들은 열매를 많이 맺었건만 나는 이 가을에 어떤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가? 수많은 식물의 열매를 주워들면서 정작 나는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가.

사랑의 열매를 맺으라고 하셨다. 기쁨의 열매를 맺으라고 하셨다.

화평의 열매를 맺으라고 하셨다. 인내의 열매를 맺으라고 하셨다. 자비의 열매를 맺으라고 하셨다. 착한 열매를 맺으라고 하셨다. 충성의 열매를 맺으라고 하셨다.

온유의 열매를 맺으라고 하셨다. 절제의 열매를 맺으라고 하셨다. 2012년에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가?

들판의 벼들이 익어가고 있다. 벼 내 음이 코를 찌른다. 벼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저렇게 수많은 벼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건만 한마디 말없이 자신들의 지나온 일 년을 지나온 아픔을 떳떳이 밝히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모진 태풍이 불어왔지만 쓰러지지 않고 이렇게 알차게 버티어 왔노라고, 뜨겁던 햇볕이 고마웠노라고, 살랑 살랑 불어왔던 바람이 자기들에게는 꼭 필요했었노라고, 저 마다 아름다운 사연을 지닌 채 꼿꼿이 서있는 자태들이 연륜의 당당한 모습과 알찬 향기로 진동하고 있다.

저 높고 푸른 하늘은 고개를 숙여가고 있는 벼들을 격려하고 있다. 한 밤의 점점 차갑게 하는 기온은 벼들에겐 고통이 아니라 열매를 익게 하고 알차게 하는 내용을 더 알차게 하고 있다. 저 벼들은 자기의 사명을 다 하고 사람들이 만든 기계에 의하여 베어질 것이다. 저 들판은 머지않아 텅 빈 들로 변모 될 것이다.

도로에 차량이 지날 때 마다 곱게 서있는 코스모스들은 한들거리고 있다.

차량을 운전 하느라 지친 운전사들께 반갑게 고마운 인사를 어김없이 하고 있다.

천 백년을 지켜온 저 은행나무는 이 가을에도 변함없이 푸른 잎을 제공하고 이어서 냄새는 고약하지만 은행 열매는 많이도 주려하고 있다.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가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