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인 당진 채운리를 떠나 서울 강북구에서 거주한 지 어느새 40여년이 되었다. 긴 시간 동안 수필가였던 큰형 김현석 씨는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해 출판해 유명인이 됐고 당진뿐만 아니라 중앙 정계에서도 비중 있는 정치인이었다. 손 위 형 김현욱 씨는 세 번의 국회의원직을 지내고 최근에는 강연활동에 더욱 많이 나서고 있다. 치과의사였던 그는 강북구청장을 두 차례 지내는 동안 제2의 고향이 되어버린 강북구를 위해 노력했었는데 뜻처럼 잘 되지 않았다. 이제는 정치 인생을 접고 생업이었던 치과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이 내 삶 중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기”
올해는 그의 부친인 ‘초부 김용재’ 선생의 탄신 100주년이다. 100주년을 맞아 수필가인 큰형 김현석씨가 주로 집필한 가족이야기 「세월은 강물처럼」이 지난 3월 출판됐다.
이 저서에는 김용재 선생을 비롯해 조부모와 김현풍 전 청장 등 7남매의 삶의 과정과 당시 사회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학교수를 지낸 큰형님은 교수를 역임하면서 수필가로도 등단하셨지요. 또한 남달리 기억력이 뛰어나셨어요. 살아오면서 있었던 일, 당시 시대상황은 물론 소소한 에피소드까지 뚜렷하게 기억하고 계시지요. 아버님의 탄신 100주년을 맞춰 준비한 저서입니다.”
지난 2010년 재선의 구청장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불출마를 선언해야 했다. 그 뒤로는 언론에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았던 그였다. 그런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계기는 「세월은 강물처럼」 출판 소식이었다. 그는 출판 소식을 적극적으로 전하면서 과거보다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을 보여줬다.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강북구에 자리잡으면서 ‘김현풍 치과의원’을 연 지 수 십년이 지났습니다. 현재 치과가 있는 자리(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역 5번 출구 앞)에서 운영해왔고 치과가 위치한 건물도 제가 지었어요. 구청장에서도 물러난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기인 듯 싶습니다.”
우리 가족의 역사가 당진의 역사
그같은 여유로움이 있어서였을까. 「세월은 강물처럼」 출판기념회 준비는 그가 전적으로 도맡았단다. 출판기념회 장소 섭외부터 내빈 초청, 출판준비와 행사 진행까지 맡아 준비했다.
“출판기념회 자리에 15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준비가 쉽진 않았지만 그만큼 이번 저서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지요.”
김현풍 전 구청장은 “「세월은 강물처럼」은 우리 가족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당진의 역사이고 기록”이라고 말한다. 유난히 명석하고 각자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7남매가 자라온 성장과정과 활동상황은 당진의 변화와 발전과 일맥상통한다고.
“당진 분들을 많이 초청했고 출판된 책들을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게 보내드렸습니다. 당진의 역사가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습니다.”
아쉬움 많이 남았던 정치인 생활
강북구는 서울에서도 발전속도가 더디기로 유명하다. 김현풍 전 구청장의 재임시기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였다. 그는 구청장 시절에 이뤄놓았던 성과들에 대해 많은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
“미아뉴타운, 영어마을 수유캠프에 이어 북서울 꿈의 숲이 개장됐죠. 가장 큰 성과는 우이동과 신설동을 잇는 지하경전철 개통이 확정되고 제 임기 동안 착공한 것이었습니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어하는 컨텐츠’를 구축해 관광자원화하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룬 것이죠.”
그는 “무엇보다 강북구에 있어 중요한 일은 삼각산 자락 애국지사 묘역 성역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곳엔 이준 열사를 비롯 손병희 선생, 이시영 부통령 등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유공자 묘역 16기와 안중근 의사 장녀인 안현생 선생을 비롯해 오상순, 현재명 등 문화예술인 묘역이 있다. 이곳에 순국선열 묘소를 만들어 그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고 동시에 ‘강북구=애국특구’라는 공식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지난 2010년 한나라당의 공천이 좌절되면서 빛을 잃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정치인생도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이미 일흔을 넘긴 나이인 그에게 다시 한번 정치를 하고 싶은가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현재가 가장 마음 편하고 좋다”는 대답을 남겼다.
“북한산이 아닌 삼각산”
본래 이름 찾기에 매진
최근에 그가 매진하는 것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본래 이름을 잃어버린 우리나라 곳곳의 지명을 되찾는 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북한산이라 불리는 삼각산이다. 조선시대에도 삼각산이라고 불린 북한산은 삼각산이라는 명칭이 올바른 명칭이라는 것. 그는 ‘삼각산 자연환경보존연합회’를 창립하고 이사장을 맡아 ‘삼각산 알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강북구청장 시절부터 삼각산 명칭 찾기에 관심을 갖고 중앙기관에 명칭변경을 적극적으로 건의했었습니다. 북한산 뿐만 아니라 인왕산과 속리산 천황봉, 백운봉 등 다른 지역에서는 명칭이 바로잡아졌는데 북한산만은 아직도 변화가 없습니다.”
그는 삼각산이라는 명칭을 중앙기관에 적극 알리는 한편 삼각산 자연환경체험학습에 학생들을 초청해 삼각산 명칭 알리기를 펼치고 있다.
“고향 후배들 많이 만나고 싶어”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한 시기”라고 말하는 김현풍 전 강북 구청장. 그는 오는 13일 당진문예의전당에서 강연을 할 예정이다. 부친인 초부 김용재 선생과 관련된 활동을 고향에서 펼치고 있는 그는 이번 강연을 시작으로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 과정을 고향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어했다.
“무엇보다 뿌리가 중요하죠. 고향 후배들에게 제 삶을 통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싶어요.”
김기연 시민기자 sainttail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