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일요일 아침 7시, 한창 늦잠을 자야 할 휴일 꼭두새벽에 10여 명의 당진시민들이 모였다. 송전탑 공사로 삶터를 훼손당할 위기에 처한 밀양주민과 연대하기 위해서다. 4시간을 꼬박 달려 도착한 밀양시 상동면 도곡리 현장. 할머니 10여 분이 765kV 송전선로 반대 문구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채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다. 고작 한 달에 1~2만 원 정도밖에 전기를 쓰지 않는 할머니들이 무려 765kV 고압 철탑과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한 달 전기료로 수십 만 원씩 써대는 도시민들의 삶터 어디에도 고압 송전철탑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도시의 편안한 삶을 위해 농촌의 주민들이 그로 인한 모든 희생을 강요당하는 셈이다. 지금은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이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지만 송전탑 규모면에서는 당진과 비교할 바가 되지 않는다. 당진의 사례는 밀양의 주민들이 그토록 저항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밀양의 송전탑이 전국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제6차 장기 송배전설비계획이 지난 8월30일 발표된 바 있다. 올 초 확정 발표됐던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누락됐던 송배전 계획이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가 가장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은 역시 당진지역 송전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2012년 12월에 작성된 ‘12년 중장기 전력계통 운영전망’을 통해 당진화력-신서산변전소 간 1루트 고장 시 수도권 대정전이 우려된다며 당진화력-신서산변전소 간 765kV 송전선로 신규 루트 1회선을 신속히 건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제6차 송배전설비계획을 살펴보면 당초 예상과는 약간 다르게 당진화력-신서산변전소 간 765kV 송전선로 대신 당진화력-북당진변전소 간 345kV 송전선로가 들어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전 전압은 낮아졌으나 대신 철탑 개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예상대로 당진화력-신서산변전소 간 765kV 송전선로라면 80개 정도의 철탑이 들어서겠지만 당진화력-북당진변전소 간 345kV 송전선로에는 100개가 넘는 철탑이 들어서게 된다.
현재 당진시 전체 송전철탑 개수인 521개의 2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정부에서는 수도권 대정전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당진지역 주민들은 이를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불과 몇 달 전에 한전 대전충남개발처의 담당자가 대전MBC 시사플러스에 출연해 당진화력-신서산변전소의 기존 765kV 선로는 최대 800만kW의 전력까지 송전할 수 있으므로 당진에 발전소가 더 늘어난다고 해도 송전선로가 증설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주민들이 한전이나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신고리 원전의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765kV 선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존의 3개 345㎸ 송전선으로 우회 송전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게 반대 측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한전과 정부가 굳이 765㎸ 송전선로를 고집하는 이유는 원전 추가 증설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당진화력-신서산변전소 간 765kV 송전선로가 당진화력 소유의 50만kW급 발전소 8기, 100만kW급 발전소 2기에 50만kW급 동부화력 2기까지 줄줄이 불러들이고 있는 것처럼 신고리-북경남변전소 간 765kV 송전선로는 더 많은 발전소 건설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더 많은 발전소의 증설은 필연적으로 또 다시 송전선로의 추가 증설을 불러온다. 당진의 사례가 이를 잘 증명한다. 밀양이 곧 당진이며 당진이 곧 밀양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