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고로 풍구 보수하다 사망한 30대 청년]
“아들 죽은 것도 원통한데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이게 벌써 몇 일째야. 협력업체 직원은 사람도 아닌가. 협력업체라는 이유로 위험하고 힘든 일자리로 몰려 죽어 나가는데 현대제철 직원은 코빼기도 보질 못했어.”
이재주(37) 씨가 사망한지 17일이 지났다. 썰렁한 빈소에는 유가족 몇 명이 고작이다. 가족들은 이 씨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텅 빈 빈소만을 지키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감정이 무뎌진다지만 가족들은 아직도 내내 눈물을 훔친다. 5남2녀 중 여섯 째로 태어난 이 씨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군포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왔다. 버스운전부터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아들이 2년 전 친구의 소개로 현대제철에 입사하게 됐다고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가족들 모두 이 씨를 축하했다. 이 씨 역시 “좋은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 “이제는 걱정하지 말라”며 기뻐했다.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
지난 6일 최근 각종 안전사고로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고로 풍구 교체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이 씨가 쓰러져 숨졌다. 이 씨는 사고 전날인 지난 5일 무려 13시간 동안 작업을 한 뒤, 다음날 정상 출근해 또 10시간에 걸친 작업을 하다 사망했다. 갑작스런 아들의 사망소식에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이 씨의 어머니 임선임(75) 씨는 “명절 때도 일거리가 많다며 고향을 찾아오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면서 “싸늘한 주검으로 품에 안긴 아들을 보니, 입사 당시 기뻐하며 당진으로 보냈던 일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매형 홍순전(54) 씨는 “처남은 힘들고 위험한 작업현장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장시간 근무를 해 왔다”며 “원청에서 연장근무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다면 300℃가 넘는 고로에서 과로로 사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300℃ 이상 고열 설비에서 장시간 작업
사망한 이 씨가 근무했던 작업장에는 물 500㎖ 500여 개가 비치돼 있다. 노동자들은 이 물을 마시기도 하고 몸에 뿌려 열을 식히면서 작업을 한다. 작업중 발생하는 분진이 많아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으며 가스제거를 위한 점화작업을 진행해도 가스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때도 있다.
직장동료 A씨는 “풍구 교체 작업은 한달에 1~3회에 걸쳐 작업을 진행하며, 연장근무 시 업무를 마무리할 때까지 인력교체 없이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표면온도 300℃ 이상의 고열인 설비와 불과 30cm 떨어져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장시간 작업으로 인해 신체 피로가 상당히 높다”며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하게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