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어머니와 아버지로 혹은 며느리로 불리는 사람들이  중년의 나이에 책을 피고 연필을 들었다. 낮에는 누군가를 위해 일하고 밤에는 자신을 위해 공부하는 늦깍이 학생들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당진학생인 교육학과 이형숙(58)·신오순(51)·신영호(50)·최정숙(49), 국어국문학과 이재성(56)은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한 이유로 “나를 찾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았다.

“젊었을 때는 아이 돌보고 일하느라 바빠서 공부할 생각조차 못했어요. 여유가 생겨 나를 돌아보니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를 찾기위해 공부를 시작했어요.”(최정숙)

뼈 깍는 고통을 무릅쓰고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형숙 씨는 3~4시간 동안 한 자리에 앉아 있다보니 피가 안 통해 발가락이 저릿저릿해 족욕을 하며 공부를 하기도 하고 신오순 씨는 어깨충돌증후군으로 한동안 수술실에 있으면서도 책을 들었다. 신오순 씨는 말 그대로 뼈 깎는 고통을 무릅쓰고 공부를 이어간 셈이다.

그는 “시험은 코앞인데 몸은 아프니 책을 폈다 접었다 수십 번을 반복했다”며 “그렇게 한 달 반을 고생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고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든든한 나의 버팀목

“그 나이에 공부를 왜하고 그래. 그냥 맛있는 것 먹고 놀러 다니면 최고지.”

주변에 친구들이 던져주는 저 한마디가 늦깎이 학생들의 마음에는 작은 상처로 남았다. 무엇보다 자신을 찾기 위해 시작한 공부이기에 남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울 만도 하다. 공부를 위해 친구들과 저녁모임도 거르고 가정에 신경쓰지 못 할 때면 들려오는 저 한마디가 참 속상하다고. 하지만 주변에서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은 다시 일어났다.

신오순 씨가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남편은 독서대를 사주기도 했고 딸들은 그가 시험을 볼 때마다 “엄마, 시험 끝나고 맛있는 것 사드세요”라며 용돈을 넣어주기도 했다. 신영호 씨의 부인은 신 씨가 공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알고 방통대 입학을 직접 신 씨에게 권유해주기도 했다.

또한 방통대에는 당진학생회라는 큰 버팀목이 있다. 학기 초 공부를 이어갈까 말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면 당진학생회 회원들이 서로서로연락하며 “이번에 수강신청 뭐해? 내가 해줄까?”라며 함께 끌어주고 밀어줬다.

“학생회가 많은 힘이 돼요. 아무래도 혼자 공부하면 외롭잖아요. 누군가 제가 공부하는 걸 알면 자존심 때문이라도 더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네요.”(이재성)

공부하고 돌아서면 까먹는 불혹의 나이를 거친 만학도지만 그들은 공부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늦깎이 학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