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곳곳에서 사회 안정망과 공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발생 두 달여가 다 되도록 국민의 안녕을 지켜야 할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사고의 참상만큼이나 참혹했다.

각종 특혜를 받으면서도 기업윤리를 져버린 파렴치한 모습을 보인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고 발생 후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는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단 한 명의 실종자 구조에 심혈을 기울어야 할 시간, 정부와 관련 기관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몰라 허둥댔다. 300여 명의 학생과 시민이 배 안에 갇혀 세월호와 함께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상황에서 퇴선 방송을 한 이도, 퇴선을 위해 세월호에 진입한 구조대원도 없었다.

이미 침몰한 세월호 내 실종자 구조를 위해 서둘러 조치를 취했어야 할 골든타임 72시간 동안 정부는 무수한 대책본부만 만들어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았고,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고위 공직자들의 잇단 망언과 본분을 잊은 행각도 정부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정부의 무능은 4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무능과 함께 언론이 또 다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관련 내용을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할 정부가 갈피를 못 잡고 잘못된 정보와 면피성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 언론은 덩달아 오보를 양산해 냈다. 언론은 속보 경쟁에 매몰돼 언론윤리를 외면한 채 정부의 부정확한 발표만을 되풀이 하거나 사고 참상만을 부각시키는 보도에만 치중했다.

“제발 현장을 확인하고 보도해 달라”는 유가족들의 외침과 KBS 항의 방문은 국민들이 언론을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 단면을 드러낸 사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KBS 김시곤 보도국장 사임과정에서 밝혀진 정부의 보도통제 의혹은 정부와 언론의 신뢰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혔다. 언론은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지만 믿음을  잃은 것이다.

사실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권의 미디어법 개악과 공영방송 KBS, MBC를 비롯한 방송사 사장 인사 개입, 이를 통한 각종 시사·보도 프로그램 편성권 침해 등 정부의 언론통제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정부의 언론장악은 지속됐다. 방송사들은 취임 이후 정부에 대한 비판 보도는 축소한 채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는 데에 치중하면서 정권 홍보방송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번 KBS 보도국장의 발언과 정부의 보도협조 요청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정부의 언론통제의 실체가 확인됐다. 정부의 부당한 언론통제를 거부하지는 못할 망정 이를 수용한 언론의 행태가  현실로 밝혀진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정부도, 언론도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국민의 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