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다. 충남도지사 선거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승리했다. 세월호 역풍으로 ‘정권심판론’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충남만 놓고 보면 정권심판론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안희정 당선인 스스로 새누리당을 심판하자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다른 정치인들이 심판론를 외칠 때 안 당선자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도민들에게 대안을 펼쳐보였다.
충남 15개 시·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9(새누리)대 5(새정치)로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에 비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약진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천안시장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차지한 것은 12년만이다. 안 당선자가 아니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충남 유권자들은 도의회 비례의원 정당투표에서는 새누리당에 46만 명(새정치민주연합 지지 33만 명)이 투표했다. 반면 같은 당 정진석 후보에게는 39만 명(안희정 지지자 46만 명)만이 투표했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상당수가 안 당선자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눈여겨볼 것은 안 당선인이 자력으로 승리를 일궈냈다는 점이다. 당 원내대표에서 중진의원들이 총 출동한 새누리당 앞에 안 당선인은 중앙당의 지원을 거절하고 ‘나 홀로 선거’를 치렀다. 대규모 시끄러운 유세대신 재래시장과 골목골목을 누비며 유권자의 손을 직접 잡는 ‘조용한 공감 선거’를 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의 ‘조용한 선거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중앙언론의 조명이 거의 없는 변방에서 묵묵히 일궈낸 안 당선자의 성적은 박 당선자의 그 것보다 훨씬 의미 있어 보인다.
그의 승리요인은 공감능력이다. 그는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추도로 선거운동을 시작해 희생자에 대한 다짐으로 선거운동을 마무리했다. 현장에서 대화하며 지친 마음을 토닥거리는 그 자체가 ‘안희정 재선’을 만들었다. 선거운동과정에서 보여준 진심 섞인 태도와 소통 방법이 통했다. 이 때문에 안 당선인은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 등과 함께 차기 대권 후보 대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도 있다. 선거를 앞두고 대권도전 의사를 스스로 밝힌 점이다. 그것도 본격 도지사 선거운동 직전에 말이다. 시기도 적절치 않고 공정하지 않아 보인다. 도지사 선거이지 차기 대통령 예비후보 경선이 아니지 않은가. 안 당선자는 후보 등록 직후 “지방정부 운영을 통해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확신이 든다면 그 다음날이라도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선언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권을 잡아야만 ‘충청의 대표 인물’이 되는 게 아니다. 민선 5기, 대선 출마 의향을 물을 때마다 “오직 충남도정만을 생각하겠다”고 말하던 그 때가 더 돋보이는 건 필자만의 인식일까?
일 추진이 가로 막힐 때마다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상소문 행정’도 탐탁지 않다. 4대강 사업, 금강 물고기 떼죽음, 송전선로 인근 주민들의 재산 및 건강 피해 등 사안마다 결국 그 끝은 제도개선 등 정부 건의가 해법이 돼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충남 방문 영접 준비에는 수 백억 원(183억 원)이 투입되지만 6.25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도내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십 수년째 쌈짓돈을 털어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거대담론을 놓지 않으면서 일상의 구체성도 특별하게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도지사는 ‘공정한 심판’을 보는 자리가 아니다. 도민들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축구장을 평평하게 만들고, 때론 부당한 판정에 거칠게 항의할 줄 아는 현장 감독형 도지사를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