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에 백석올미영농조합이 있다면, 옆 동네 서산에는 참샘골 호박농원이 있다. 호박 하나로 인생을 바꾼 한 농부가 마을을 변화시키고 지역 농업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서산시 대산읍 운산리에 위치한 참샘골 호박농원 최근명 대표는 4전5기 인생이다. 실패는 했어도 포기란 없다는 말처럼 실패를 거듭했던 그에게 어느 날 호박 한 덩이가 굴러들어왔다.

군대 전역 후 우연한 계기로 낙농업에 뛰어들었던 그는 송아지 5마리로 시작해 10년 동안 1만 두의 젖소를 기르는 대농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로 인해 낙농업이 쇠퇴의 길을 걸으면서 이후 토종닭 생산, 왕우럭 양식, 느타리버섯 재배까지 농축수산업에 고루 도전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늘 새로운 것을 찾고, 연구하고 도전하던 그에게 지난 네 번의 도전이 실패로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누구보다 새로운 영농법을 실행해 나가면서 질 좋은 농축수산물을 생산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매번 그의 발목을 붙잡았던 건 유통과 판매였다.

전국 최초 온라인 판매 개척

농촌에서의 모든 것을 접고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서울로 상경한 그는 마지막 남은 느타리버섯을 판매하기 위해 가락동 농산물 시장을 찾았다. 그런데 그곳에서 한 할머니가 팔고 있는 호박 한 덩이가 황금덩이로 보였단다. 한여름에 왠 호박인가 싶었다.

그 순간 ‘호박의 저장성을 높이면 한여름에도 호박을 높은 가격에 팔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어린 시절 할머니가 시렁(물건을 얹어 놓기 위해 방이나 마루 벽에 두 개의 긴 나무를 가로질러 선반처럼 만든 것) 위에 얹어 놓아 두었던 호박이 생각났고, 그 길로 고향으로 다시 내려왔다.

그는 과육이 두껍고 색과 향이 좋은 멧돌호박을 흑색멀칭재배법을 개발해 기르기 시작했다. 쉽게 썩는 호박의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옛날 할머니의 지혜를 빌려 시렁과 같은 원리로 대형 저장고를 만들었다.

생산에는 자신 있었지만 늘 유통과 판매에서 고배를 마셨던 그는 온라인 판매에 주목하면서 지난 2000년 전국에서 최초로 농산물 직거래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홈페이지 오픈 1년 만에 첫 온라인 구매 고객이 생겼다. 최근명 대표는 “새벽 시간에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온라인으로 호박을 구매했는데,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가공·체험까지…마을도 변화

이후 온라인 판매가 차츰 확대돼 갔다. 어느 날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여고생이 “호박은 맛있는데 먹기가 불편하다. 호박으로 만든 다른 것도 팔아 달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멧돌호박으로 호박즙과 호박죽 등 가공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또 다른 고객이 “자녀들과 함께 직접 호박을 따보고 싶다”는 의견에 농촌체험을 시작하게 됐다.

이렇게 고객들과 온라인을 통해 소통해 온 그는 어느덧 5억 원의 연매출을 자랑하는 어엿한 CEO가 됐다. 그는 직접 농사지은 호박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수매해 온라인에서 팔고, 마을에 농촌체험 학습장을 만들어 농촌체험은 마을의 소득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제는 모바일 시대!

최근에는 모바일 시대를 맞아 스마트 간판을 만들었다. 참샘골 호박농원 간판에 새겨진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호박농사의 모든 과정과 마을 이야기가 손 안에 펼쳐진다. 그리고 그가 올리는 모든 일상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SNS에 동시에 퍼져 소비자들과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다.

이렇게 한 발 앞서 나가는 최근명 대표의 도전 정신으로 인해 참샘골 호박농원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6차 산업화의 대표적인 모델로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최 대표는 서산시가 지정한 농특산물 명인으로 인증받았고, 마을은 녹색농촌체험마을·정보화마을 등으로 지정됐다. 이밖에 수많은 인증과 수상경력이 그의 삶을 대신 말해주고 있다.

최근명 대표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도전해야 한다”며 “유통과 마케팅에 대해 배우고 가르치며 잘사는 농촌이 되도록 지역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페이지: www.camsemgol.com

■문의전화: 041-663-8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