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읍이 주목받고 있다. ‘소길댁’ 이효리가 살고 있는 마을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제주도 서북부 해안을 따라 뻗은 애월해안도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10km 가량 이어진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눈부시도록 투명한 푸른 빛 바다가 펼쳐있어 매 순간 감탄을 자아내고, 비현실적인 풍광에 숨이 멎을 것만 같다.

애월읍 해안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에 자리한 애월초등학교는 학생 128명이 다니는 시골의 작은 학교다. 한때 학생수가 600명이 넘을 만큼 규모가 컸지만,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기 시작하면서 5년 전엔 100명까지 학생수가 줄어들었다.

최근 제주시의 인구가 늘고 도시가 확장하면서, 제주시와 가까운 애월읍도 꾸준히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애월초등학교 김영준 교장은 5년 뒤엔 약 150명까지 학생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께 배우는 ‘다혼디 배움학교’

학생이 많은 도시의 학교보다 덜 경쟁적이고,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애월초등학교는 올해부터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 배움학교’로 선정돼 기존의 학력 중심의 수업이 아닌 학생 중심의 새로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다혼디란 ‘다함께’라는 뜻의 제주 방언으로,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주체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지향한다.

다혼디 배움학교는 교과서 중심이 아닌 교육과정 전체를 아우르는 교육과정으로 재구성하고, 협력 중심의 수업은 물론 교과 내, 교과 간의 주제를 통합한 블록 수업을 운영한다. 또한 평가 혁신을 통해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며, 종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하는 평가를 확대했다. 교사들에게는 행정업무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두 명의 행정인력을 배치해 교사들이 온전히 수업과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애월초등학교에서는 이러한 혁신교육 방침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입학식에서 교사들은 모두 동물인형탈을 쓰고 아이들을 맞이했다. 동물 탈을 쓴 교사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공연을 하고, 즐겁게 웃고 소통하면서 아이들에게 학교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호기심을 키우기 위한 이벤트였다. 학생들은 매일 서로의 삶을 교실에서 나누고, 매주 다모임 활동을 통해 전교생이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교사들은 틀을 제시할 뿐, 아이들 스스로 논의하고 토론하도록 둔다. 아이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수학여행 장소와 활동을 계획을 세우거나, 앞으로 친구들과 함께 실천할 일들을 스스로 정한다.

김영준 교장은 “물론 이러한 과정을 지나 무엇인가를 성취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하지만 더디더라도 도출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고, 엇갈리는 의견을 조율하면서 학생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배움”이라고 말했다.

재봉·목공예·낚시·노작 교육 진행

이러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것이 ‘다혼디 야영’이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여러 학생들이 한 조를 이뤄 학교에서 1박2일 동안 야영하는 것으로 학부모와 함께하는 야영이 아닌 학생들 스스로 밥을 지어 먹고, 함께 생활한다. 이곳에서 역시 교사들은 최소한의 역할만 할 뿐이다.

또한 애월초등학교 학생들은 학년별로 재봉, 목공예 등 자신들이 원하는 활동을 계획, 실천하고 있다. 특히 5학년의 경우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목표로 매일 아침 아이들 스스로 자전거 훈련을 진행하며, 6학년 학생들은 수학여행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국어·영어·수학 등 교과 중심에서 벗어나 ‘삶’과 관련된 수업에 더욱 무게를 두고 수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의·식·주 교육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목공예를 하면서 못을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박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 이는 지식보다 지혜를 더 필요로 하는 일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더욱 주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

“애월초등학교의 교육은 ‘원시로 돌아가는 것’이에요. 재봉·목공예·수영·낚시·노작 교육 등은 모두 의·식·주 교육이예요. 국·영·수 수업만으로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없어요. 어떠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이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애월초등학교의 교육입니다.”

교사들에게도 시작된 변화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구조상 학업도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위해 애월초등학교는 국어·수학의 기본을 다지는 디딤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김영준 교장은 “혁신교육은 학업에 덜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지나치게 불균형적이었던 교육의 균형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시작한 교실의 혁신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처음엔 이러한 교육활동을 마냥 좋아하기만 했던 교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고민에 빠지고 어려움을 느낀단다. 수업을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교사들도 성장하는 밑거름이라고 김 교장은 말했다. 혁신교육을 위해 교사들도 스스로 자기계발과 연찬 등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바뀌지 않으면 학생들도 변화하지 않아요. 학생을 바라보는 교사의 눈, 학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교사의 귀가 바뀌지 않으면 혁신교육은 하나마나한 일이죠. 교사들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건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에 제대로 들어온 겁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