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아이들의 눈망울이 빛났다. 입에 붓을 물고 캔버스에 색을 하나씩 입혀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들은 생각보다 진지했다. 처음엔 호기심 어린 눈으로 휠체어를 탄 작가를 지켜보던 아이들이, 자신도 입으로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연신 손을 들었다. 종알종알 지저귀던 아이들의 입은 곧 손이 돼 캔버스 앞에 섰다. 입에 붓을 물고 물감을 찍어다 빈 종이를 채우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자꾸만 마음이 앞서 뒷짐 진 손이 움찔거렸다.
경계를 넘어 예술로 소통
당진시구상작가회(회장 조인숙)가 주최하고 아름다운 동행전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상옥)와 당진장애인복지관(관장 이병하)이 공동으로 주관한 ‘아름다운 동행전’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당진문예의전당 제1·2전시실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18명의 장애인들이 참여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너머 예술로 함께 동행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당진시구상작가회 회원 및 전국 유명 작가들의 그림과 장애인 작가 등 총 150여 명이 참여했다. 또 나사렛대 캐릭터디자인학과 학생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됐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구필화가(장애로 손을 사용하지 못해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박정 화백의 그림 시연이었다. 지난 13일 당진문예의전당 제1전시실에서 열린 시연회에는 밤비니어린이집(원장 도현주) 원아들이 참여해, 입으로 그림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한편, 아이들도 손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구필체험에 참여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아이들은 장애에 대한 편견을 뛰어 넘어, 몸이 불편해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깨닫는 계기가 됐다. 구필 체험에 참여한 7살 송유빈 원아는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힘들었다”며 “하지만 재밌었다”고 말했다.
풍경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뿐만 아니라 지난 12일에는 미술평론가 임재광 공주대 교수가 ‘풍경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임 교수는 모네 등 인상파부터 고흐·고갱 등 후기 인상파와 현대미술까지 풍경에 대한 작가들의 시각에 대해 설명하고, 풍경화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에 대해 강의했다. 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새로운 관점을 소개했다.
“마음으로 보아야 하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란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의 한 구절이다.
미술에서 ‘구상’은 풍경화나 인물화처럼 형태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그림을 의미하지만 당진시구상작가회는 이번 전시를 통해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더 많은 것을 표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민들의 문화적 시야를 넓히고, 장애에 대한 편견의 문턱을 낮추고자 진행된 이번 전시회는 예술을 통해 육체와 정신을 초월하고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공감하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인터뷰] 이상옥 아름다운 동행전 운영위원장
“행복한 동행으로 이어지길”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현대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그림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주관한 아름다운 동행전 운영위원회 이상옥 위원장은 “일상에서 장애인들을 접하고, 함께 생활하고, 정을 나눌 때 장애에 대한 편견을 허물 수 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름다운 동행’에 이어 ‘행복한 동행’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이병하 당진시장애인복지관 관장
“자존감과 자신감을 얻어”
아름다운 동행전 운영위원회와 함께 이번 전시회를 공동으로 주관한 당진시장애인복지관의 이병하 관장은 “복지관이 개관하며 붓을 처음 잡은 장애인들이 대부분인데, 그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며 “특히 비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장애인들의 자존감이 올라가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자칫 정서적으로 메마르고 각박할 수 있는 장애인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안정을 찾고, 삶에 대한 의욕이 생겨나는 걸 느꼈습니다.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도현주 밤비니어린이집 원장
“장애에 대한 교육의 장”
구필체험에 참가한 밤비니어린이집 도현주 원장은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며 “몸이 불편해도 얼마든지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였다”고 말했다.
도 원장은 “체험 전에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장애에 대해 강의했는데, 이후 구필체험에 아이들이 상당히 진지하게 임했다”며 “장애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의 효과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