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어느 날 우리 반의 한 친구가 수업 중에 큰 소리로 했던 말입니다. 그때는 그냥 친구들끼리 웃어 넘겼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았을 때 결코 웃어 넘겨서는 안 될 말이었습니다. 그것을 더욱 실감한 것은 지난 1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보면서였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분명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어느 한 정당의 독재를 견제하기 위해 여러 정당이 필요하다고 배웠습니다. 같은 이치로 교과서도 당연히 여러 출판사에서 발행해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설령 그 내용을 정부 발표대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담는다 하더라도 그 중립의 기준을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지 의문입니다.
이번 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하는 쪽에서는 ‘5·16 군사 정변’을 ‘위대한 구국의 혁명’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독재 체제’를 ‘평화 통일과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라고 미화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같은 국정 교과서는 처음 한국사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의식을 심어줄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거짓된 과거를 배우는 학생들에게서 거짓된 미래, 그 이상 무엇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교육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근거 중 ‘헌법 정신 수호’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국가관’을 내세우고 있는데, 정작 헌법에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이승만 정부’가 아닌 ‘3·1운동 정신으로 세운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1992년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국정교과서가 학생들의 사고력을 획일화하기 쉽고 다양한 사고방식 개발을 억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교과서의 명칭도 ‘올바른 역사교과서’라 하고 있는데, ‘올바른’의 가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요? 정권의 입맛에 맞아야만 ‘올바르다’고 할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교육에는 지극히 사적인 의도나 정치적 목적을 개입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런 의도를 가진 교과서 개정이라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이번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중지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것을 막지 못한다면 40여 년 전의 악몽을 다시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에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게 희생하신 많은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현재 사용하는 검정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검정 기준을 강화하면 될 것입니다. 왜곡된 역사를 서술해 외면 받는 교과서로도 모자라 정부가 나서 역사와 교육을 획일화 하려는 시도는 어린 저희들이 보아도 치졸해 보일 뿐입니다. 국사편찬위원장님과 교육부차관님은 과거 국정교과서의 문제를 강하게 주장하셨는데, 이제는 권력 앞에서 학문적 소신을 접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보고 배워야 할까요?
저는 ‘과거를 배우는 일이 곧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그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 지는 우리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 단지 권력에 순종하고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이 아니라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진정한 ‘민주시민’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권력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배우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