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큰 교회 부교역자로 있는 친구목사에게서 안부전화가 왔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심방을 한다며 지금도 이동하며 잠시 전화하는 거라고 바쁜 이야기를 한참 하더니 “너는?”하고 묻습니다. 시골교회에서 어떻게 지내느냐는 친구목사의 답에 “나는 그냥, 시골교회 지키고 있지”라고 답했습니다.
시골교회 목사는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시골교회 목사는 감자를 캐고
시골교회 목사는 갈고리 찍어가며 마늘을 캐고
시골교회 목사는 어른 주먹 만한 양파를 거둬 하우스로 옮깁니다.
시골교회 목사는 감자 값이 적게 나올까봐 마음 졸이고
시골교회 목사는 마늘, 양파금이 제대로 안 나오면 어쩌나 걱정하며 삽니다.
시골교회 목사는 허리춤까지 기름 때 묻혀 가며 예초기를 돌리며 풀을 깎습니다.
시골교회 목사는 한여름에도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해 땔감을 주워 나릅니다.
시골교회 목사는 넥타이, 양복도 꺼내 입을 일이 별로 없어 입었다가도 바로 벗습니다.
시골교회 목사는 비릿한 땀 냄새로 금방 젖어버립니다.
모내기를 마치고 성도들과 동네 분들 고생하셔서 시청 앞 음식점 태화루에서 자장면 한 그릇 대접하고자 지난 2월부터 마음 졸였습니다. 자장면 뿐 아니라 고생만하는 시골 어르신들 건강상태도 체크해 드리고자 서울 온누리교회 의료선교팀과 이·미용팀 70여 명이 지난 12일 시골교회로 의료장비와 이·미용기구, 사진관 스튜디오를 옮겨왔습니다.
점과 검버섯 제거하는 피부과부터 치과, 내과, 한방 진료 등 강남에서 이름만 대면 아는 병원장과 대학교수진이 정성을 다해 진료해주고, 습한 날임에도 지지고 볶고 자르고 압구정 강남 스타일로 머리를 하곤 수줍게 장수사진을 찍으러 가는 어르신. 스텝진이 연지곤지 빨간 립스틱을 발라주자 시골교회 성도 및 지역 어르신들 아주 예뻐지셨습니다. 마지막 폐회 예배시간엔 당진연합 로베중창단이 한참을 기달려서 엄마 외 세곡의 성가를 부르며 작은 예배당을 은혜로 가득 채웠습니다.
교회 마당 숲에 얽힌 많은 차량들과 대형버스가 서울로 가고, 자리를 비켜주니 주변이 고요합니다.
시골교회 목사는 할 일이 없습니다. 아니, 시골교회 목사는 할 일이 많습니다. 모내기부터 감자, 마늘 캐고 고추를 수확 할 때면 어르신들은 교회에 못 나오십니다. 민망해 하실까봐 멀찌감치서 손 흔듭니다. 정 보고 싶으면 찹쌀 도너츠 몇 개 집 앞 흙 묻은 신발 앞에 살며시 놓고 옵니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가 수고도 아니하였고 재배도 아니하였고 하룻밤에 났다가 하룻밤에 말라버린 이 박넝쿨을 아꼈거든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12만여 명이요 가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 하시니라. <요나서4: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