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띠 여섯사람의 소망 여섯가지

1년내내 생일맞는

기분이에요

■탑동초교 홍택주(13세)군

“너무너무 좋아요. 한해동안 나랑 같은 띠가 계속된다는 것이 꼭 1년내내 생일을 맞는 기분처럼 느껴지는 걸요.”

태어난 해에는 엄마젖 먹고 아무 생각없이 1년을 보냈지만 올해는 자신이 직접 ‘나의 해’라는 느낌을 갖는 소띠해로 ‘무작정 기분이 좋다’는 홍택주군.

올해는 소의 해이고 또 탑동초등학교에서는 맏형인 6학년이 되고 보니 책임감마저 든다며 어른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는 택주군의 97년도 소망은 ‘전체회장이 되는 것’이다.

모든일에 어린이 답지않은 성실성과 꼼꼼함을 보여 완벽한 성격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택주군은 ‘전체회장이 되면 재미를 느끼는 학교, 학생들이 만족하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소는 굉장히 괴팍한 것 같아요. 그런면에서는 저와 닮은 것도 같구요.”

지난번 할머니댁에서 소에게 먹이를 주다가 갑자기 뿔로 덤벼드는 소를 보고는 ‘조용하고 순한 이미지’보다는 ‘괴팍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택주군은 괴팍하지만 자신이 해야할 일은 철저하게 지켜나가는 듬직한 소처럼 자신도 그렇게 자라고 싶단다.

꼼꼼한 성격답게 조용히 앉아서 온힘을 기울이는 ‘서예’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택주군은 앞으로의 꿈도 한석봉 못지않은 서예가가 되는 것이다.

엄마도 소띠,

태어날 아이도 소띠

■당진읍 채운리 이은하(25세)씨

1월초 예쁜 아이를 낳게 될 이은하(25세)씨는 분만예정일을 며칠 앞두고 하루하루를 신기한 기분으로 지내고 있다. 자신도 소띠인데 태어날 아이도 같은 소띠라는 생각을 하니 어쩐지 친근감이 더 느껴지기도 한다는 이은하씨.

“임신초기에는 우리 아이가 소띠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죠. 배가 불러오면서 이것저것 아이와 관련된 생각을 하다가 나와 같은 소띠인 것을 알았습니다.”

현재 보건소에 다니면서 행동에 있어서도 조심스럽게 지내고 있는 이은하씨는 ‘아이가 작다’는 의사의 진단에 조금은 걱정이 앞선다.

강원도 홍천이 고향인 이씨는 인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당진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당진이 어색하고 적응을 하지 못했지만 이젠 ‘당진사람 다 됐다’며 웃음을 보이는 이은하씨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좋겠다’며 아이보는 재미로 한해를 보낼 것 같다고 말한다.

“올해는 시집가야지요”

■순성우체국 유선숙(37세)씨

“이젠 새해가 다가오는 것이 반갑지 않죠. 나이를 한살씩 먹는다는 게 두려워졌다고나 할까요.”

서른하고도 일곱해째 맞는 새해. 더구나 본인과 같은 띠인 소의 해를 맞이하는 새해지만 유선숙(37세)씨는 그리 새롭거나 신이나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고 한다.

친구들 대부분이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유씨 자신은 아직도 혼자이다 보니 한해 한해가 아쉽게만 느껴진다.

‘30대 초반에는 혼자 멋있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었지만 나이가 들다보니 아무래도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유선숙씨는 올해 자신만을 위해줄 수 있는 반쪽을 만나 결혼하고 싶다고 소망을 털어놓는다.

자신이 아직까지 결혼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중의 하나가 14년동안 몸담아온 일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일하는 여성 유씨는 앞으로는 남을 위해 봉사를 하면서 더욱더 적극적인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물론 시집가는 일도 더 미루지 않을 생각이다.

“소값이나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면천면 원동리 박달환(37세)씨

“새해에는 소값이나 팍팍 올라 양축농가 주름살 좀 펴줬으면 하는거지유 뭐.”

요즘들어 소값이 계속 떨어져 수매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박달환(37세)씨는 새해소망으로 소값안정을 꼽는다. 면천면 원동리에서 30여마리의 젖소를 키우며 5천평의 논농사도 짓고 있는 농사꾼 박달환씨는 열심히 살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사람으로 혼자서 그 많은 일을 해오고 있다.

“그저 몸 건강허구 식구덜 모두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쥬. 뭘 더 바란데유”라며 덤덤하게 소박한 바램을 얘기하는 박씨는 올해 농사계획으로 땅을 좀 구해 축사를 현대식으로 지어 젖소들에게 깨끗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줄 생각을 갖고 있다. 또한 올해에 유치원에 들어가는 큰아이를 보면서 학부모로서의 책임감도 전보다 더 느껴진다고.

면천에서 태어나 줄곧 면천에서 농사지으며 살아온 박달환씨는 아내와 함께 아침마다 축사에 들러 우유를 짜내는 일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그저 평범한 농촌사람이다.

97년 한해도 ‘그저 무난하기’를 바라는 박씨는 오늘도 아내와 함께 아침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건강회복해 소같이 듬직해졌으면쪾쪾쪾

■정미면 장정순(49세)씨

‘묵직하고 정직하며 거짓이 없는 소가 너무 멋지지 않냐’며 자신의 띠에 대해 만족하는 장정순(49세)씨.

벌써 결혼한지도 20년이 넘는 주부인 장정순씨는 ‘안좋은 건강을 빨리 회복해 소같이 듬직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으면 한다’며 건강회복을 올해의 가장 큰 바램으로 꼽았다.

또한 ‘올해에 있는 우리나라 대통령선거에 소처럼 정직하고 믿음직스런 분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으면 한다’는 소망도 함께 가지고 있다.

10년 넘게 새마을부녀회 일을 해오다가 올해부터는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부녀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장정순씨는 집안일과 농사일에 열중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장씨는 이익이 생기는 농사가 아닌 가족의 먹거리를 충족시키는 농사로 전락하고 있는 요즘의 농촌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 모쪼록 앞으로의 농촌은 지식을 쌓은 젊은이가 많이 모여들어 잘사는 농촌, 발전하는 농촌이 되었으면 한다고.

어쨌든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조그만 일에도 항상 감사하고 기뻐하며 살고 싶은 것이 장씨의 올해 소망이자 앞으로도 지켜나가고 싶은 바램이다.

좋은일만 보고 느긋하게 여생보낼 터

■대호지면사무소 총무계장 남기호(61세)씨

“60년의 세월을 살아온 지금에서야 삶을 한번 뒤돌아보게 됩니다.”

丁丑(정축)年에 태어나 60년이 지난 올해 또다시 丁丑年을 맞이한 남기호(61세)씨가 맞는 새해는 다른 소띠들보다도 감회가 더욱 깊다. 어쩌면 진정한 생일을 맞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예전같으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았다고 해서 잔치를 하고 호들갑을 떨 환갑이지만 요즘에는 환갑은 젊은이, 칠순정도나 되어야 노인대접을 받고 있는 세상이다보니 남씨가 맞이하는 환갑도 ‘지난날을 돌아보고 또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미래를 계획’하는 정도이다.

“그동안 앞만 보고 살아왔습니다. 이젠 숨도 좀 돌리고 느긋한 생활을 해야죠”라며 최선을 다해온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는 남기호씨는 앞으로도 좋은 일만 보고 착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지난 73년 효부상을 탄 부인 한등자(56세)씨의 내조가 있어 일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는 남기호씨. 그 또한 지난해 말 효자상을 탈 정도로 극진한 효자이며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독립운동에 가담한 독립운동가 집안이다.

2남3녀의 자녀도 모두 성장해 각자의 몫에 열중하고 있다는 남씨는 정년을 맞으면 집안주변에 나무를 심고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