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석탄화력 신설 반대’란 팻말을 들고 뜨거운 아스팔트에 나선 것은 지난 해 7월부터다. 얼굴과 이름은 몰라도 나를 구터미널에서 1인 시위하는 사람으로 소개하면 ‘아’ 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린다.

물론 그 표정들은 내가 아스팔트 위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만큼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쟁점을 가지고 7개월째 1인 시위를 지속하는 게 당진에서 익숙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처음엔 명분 없이 시위를 중단하기 어렵다고 몇몇이 공감하여 시작한 일이 계절이 세 번 바뀌는 사이에 나를 ‘구터미널의 1인 시위자’로 만들어 버렸다.

반년이 넘게 1인 시위를 하는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1인 시위를 하는 나에게 거리의 시민들이 보여준 호의와 반감이 ‘화력발전소 문제(증설이든 대기오염이든 송전탑이든)’가 우리 지역의 최대 쟁점 사안이라는 사실을 더욱 실감나게 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4학년 사회시간에 교재로 삼고 싶다며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묻는가 하면, 온갖 협박과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가는 시민도 있었다. 어느 한국계 독일인은 당진의 미세먼지와 석탄화력발전소의 문제점이 보도되어 재독교포들은 우려를 금하지 못하는데 당진은 너무 조용하다며 걱정하는가 하면, 당진 경제를 위해서라도 화력발전소 신설을 서둘러야 한다며 삿대질을 하고 가는 시민도 있었다. 어떤 아주머니는 날도 추운데 뜨끈한 국밥이라도 한 그릇 사먹으라며 만 원을 쥐어주고 가는가 하면, 1인 시위가 당진의 오염도를 홍보하는 꼴이 되어 지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반박하는 상인도 있었다. 서울 모 일간지 신문기자는 SNS를 통해 알게 되었다며 당진까지 찾아와 인터뷰를 요청한 후 기사로 내보내는가 하면, 1인 시위하면 일당이 얼마냐며 나 같은 노인도 할 수 있느냐고 궁금해 하던 할머니도 있었다.

석탄화력의 폐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언론에서 많이 소개했기에 반복할 생각은 없다. 다만 힘든 1인 시위를 이어가며 든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지면을 통해서나마 짤막하게 나누고자 한다.

미세먼지 오염 농도가 국내 최악인 당진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신설하는 일은 단순히 지역현안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헌법 35조에서 보장하는 ‘모든 국민의 건강권과 쾌적한 환경권’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민적인 토론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지역 시민운동가의 한 사람으로서 당진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 신설은 17만 당진 시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중차대한 지역의 쟁점일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는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국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전국적인 쟁점화가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

제주의 강정마을이나 밀양의 할머니들이 지역 쟁점을 전국적인 쟁점으로 만들며 수년간 저항해 왔듯, 나는 1인 시위를 통해 우리지역의 쟁점을 전국 쟁점화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헌법이 보장하는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에 대해 당진 17만 시민의 합당한 요구가 전국적인 쟁점화를 통해 공론화되고 올바른 국가에너지정책 수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송전선로 및 미세먼지 피해에 대한 객관적인 통계조차도 없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 이렇게 많은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건 개인의 건강권, 나아가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이 분명하다. 필요한 지역에 필요한 발전소를 지어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어찌 수도권의 필요에 따라 당진시민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가? 당진시의 폐해를 계기로 삼아 국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