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방속에 방침만 무수하고 민생은 뒷전
채권확인서 가져도 담보물 없으면 은행대출 어려워
중소기업 육성자금도 내용상 3개월 단기, 액수도 태부족
한보부도에 따른 여파를 줄이기 위해 행정당국이 최근 각종 자금지원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으나 막상 주민들의 피해구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한국은행을 통해 한보철강 피해업체에 대출을 해주거나 어음을 할인해준
금액만큼 중도환매하는 방법으로 2조3천억을 지원하는 한편 지원자금을 담보없이 신용대출
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실적으로 효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또 2월 6일 현재 한보철강 자금관리단은 협력업체 204군데에 대해 332억6천만원 가량의 채
권을 확인해 확인서를 발급했으나 이 역시 아직까지 특별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보부도로 피해를 입은 관내 제조업체들에 따르면 막상 한보철강의 어음을 갖고 자금관리
단으로부터 채권확인서를 발급받았더라도 이것을 가지고 시중은행으로부터 단기융자를 받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은행이 이들에게 일반대
출과 똑같은 담보물을 요구한다는 것.
피해자 최모씨는 “어음 1억을 갖고가면 은행이 공시지가 1억의 담보물을 요구해 지금으로
서는 은행자금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신용대출’방침이 일선 은행측에는
전혀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은행측에서도 “상부지시가 없어 무담보로 주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하고 있
어 정부의 발표가 세부적인 시행에 대한 보장없이 남발되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충남도가 지원하는 중소기업 육성자금도 마찬가지.
한 업체당 2억이내로 도내 34개 피해제조업체에 50억을 지원하기로 한 이 자금도 1년거치
에 금리 10.5%(자담 7.5%
도비지원 3%)라는 명목에도 불구,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는 과정에서 3개월 단기융자로
축소되고 지원금액도 피해액이나 채권확인된 액수와 관계없이 작아져 업주들은 실망을 감추
지 못하고 있다.
한보철강에 2억5천만원의 피해를 입은 합덕읍 김모씨는 “이 자금에 기대를 걸었으나 막상
3개월 단기로 7천만원밖에 융자를 못받아 다시 돌아올 어음막기도 어렵다”고 울상을 지었
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나마 관내 피해업체들의 80%(업자들의 집계)가 한보철강
의 어음대신 건설이나 판매사업부 어음을 갖고 있어 아직은 1차 해결대상에서 아예 제외되
어 있다는 것이다.
또 음식점, 여관등과 소상인들은 대부분 1차 협력업체, 2차 하청업체등 수단계를 거쳐야 부
채를 해결할 수 있어 아직 당국의 해결책 발표로 아무런 변화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송산면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이모씨는 “방송을 보면 마치 지역경제의 어려움이 상당부
분 해소된 듯이 보이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정치공방속에 이미 당진군민의 경
제적 어려움은 묻혀버렸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이씨는 군의 노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고 말했다.
주민 최모씨도 “결국 지역경제에 신경을 쓸 사람은 우리주민이 아니겠느냐”며 경제회복
을 위한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의 방침이 하루빨리 현실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촉구하는
일도 주민과 군의 몫으로 남은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