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로 사회가 분화되고 다원화 되면서 개인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하다. 마찬가지로 우리 고유문화도 저급문화처럼 여겨지고 퇴색되고 있어 쓸쓸한 마음마저 든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우리만의 고유의 두레, 품앗이, 계 등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공동체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해야할 의무가 있다. 현대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만의 공동체문화를 계승하고 장점을 부각시켜 개인주의와 절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한국만의 문화로 자리 잡게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사흘 뒤 열리는 우리지역의 문화유산인 기지시줄다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래 줄다리기는 우리나라 벼농사 지역에서 아주 먼 옛날부터 전해오던 대보름 세시풍속으로, 한해의 풍년과 마을의 평안을 빌던 행사였다.

그런데 500여 년 전 기지시리 일대에 액운이 겹쳐 사람이 다치고, 대낮에도 호랑이가 출몰하는 것도 모자라 인근 한진나루가 넘쳐 5개 마을이 피해를 입으며 인심이 매우 흉흉했다고 한다. 이 때 윤년이 드는 해에 마을 주민들이 정성을 다하고 힘을 합쳐 당제를 지내고 줄을 만들고 줄다리기를 하며 백성들이 힘을 합쳐 재난을 극복하고 태평하게 잘 살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러한 풍습이 오늘날 축제로까지 이어져 오게 된 것이다.

줄다리기를 단순한 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마을주민들의 협동심과 구성원들의 화합과 단합을 다짐하는 행사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남녀노소 신분차별 없이 모두 대등하게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메말라가는 우리 사회에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기지시줄다리기는 암줄과 수줄 각각 무게 20t 길이 100m 직경 1m이르는 규모로 무려 2만여 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혼연일체가 되어 줄을 함께 다리며 공동체의식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줄 제작 과정만 보더라도 50여 일이 걸리는 이 기간 동안 지역 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이 방문해 줄 제작 과정을 지켜봤고, 큰 줄을 만들 때에는 지역의 대학교 재학생과 기업체 근로자, 주민들이 합심하며 공동체정신을 보여줬다.

기지시줄다리기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수상팀이 이기면 한 해가 태평하고, 수하팀이 이기면 그 해에 풍년이 든다. 누가 이기더라도 모두가 승자이고 누구에게나 복이 되는 공동체 가치를 품고 있는 것이 바로 유네스코도 인정한 우리의 기지시줄다리기 문화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립과 갈등은 한강의 기적이 낳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무한경쟁시대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극복해 내야 하는 시대적 과제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바로 공동체의 회복이다. 9일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에서 진행될 승자도 패자도 없는 줄다리기가 우리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계기이자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