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공동생활가정인 ‘그룹홈’을 간절히 원하는 장애인 부모들이 직접 나섰다.
그룹홈이란 장애인 거주시설의 한 종류로 지역 내 일반 주택에서 소수의 장애인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형태다. 사회 자립을 목표로 하며 사회재활교사 및 사회복지사 1명이 3~5명의 장애인과 함께 주거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발달장애인을 발달 장애로 둔 많은 부모들은 자녀의 취업을 희망한다. 그들은 “아이가 돈을 많이 벌어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단지 아이를 필요로 하는 곳, 아이가 갈 곳이 있길 원하는 것이다. 이는 곧 ‘자립’을 의미한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자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진지역만 해도 장애인거주시설로는 정미면의 두리마을과 면천의 한빛공동체, 송악의 샤론의집이 전부다. 시설이 부족해 입소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도심 지역과 멀어 사회 적응도 쉽지 않다. 또한 그룹홈의 경우 현재 한국사회에서 법제화가 돼 있지 않아 체계를 갖춘 곳이 미미한 실정이다. 자립을 원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이를 들어주는 곳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당진지역 부모들이 나섰다. 혼자만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닌 함께 아이들을 돌보고, 더 나아가 자립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자조모임 ‘또래또래’로 시작
지난 2년 전 8명의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된 자조모임 ‘또래또래’로부터 시작됐다. 보통 초·중·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졸업한 순간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현저히 줄어든다. 평일의 경우 주간보호센터와 직업재활시설 등을 이용하더라도 주말이면 갈 곳이 없다.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이기에 대부분 부모가 그 역할을 하거나 혹은 활동 없이 집에서 TV 보는 것 등이 전부였다. 또래또래 구성원들은 이를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만났다. 함께 모여 밥을 먹고 영화를 보거나 서로의 생일을 챙겨줬다. 이 모임이 부모들 사이에 알려지며 현재 발달장애인 19명(청소년 1명 포함)과 그의 부모 19명으로 구성된 ‘또래또래’로 거듭났다.
부모 사비 모아 마련
부모들은 먼저 사비를 모아 공간을 마련했다. 기존의 생활시설과 달리 도심 한 가운데에 마련해 이들이 사회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나름의 규칙을 정했다. A와 B조로 나눠 A조가 식사와 설거지, 청소를 담당하고 B조는 부모 유선우 씨가 진행하는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그 다음 주는 반대로 이뤄진다. 지난 7월부터 운영돼 2달여가 지난 지금 스스로 규칙에 따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의 경우 A조가 카레를 만들었다. A조에 소속된 구성원들은 감자와 당근을 썰어 카레를 만들고 완성된 카레를 차례로 나눠줬다. 상을 차려 식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식사를 마친 뒤에는 설거지와 정리까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도맡아 했다. 23살의 권재한 씨는 “이곳에서 요리하는 것이 즐겁다”며 “또 주말인데 친구들과 함께 해서 좋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민들레일터에서 근무하는 유현민(22) 씨도 마찬가지다.
시설·공간 매우 열악
하지만 한계도 많다. 먼저 공간이 협소하다. 20명 남짓의 구성원들이 활동하기에 적합하지 않은데다 공공성을 가진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봉사원이나 후원처가 없는 실정이다. 그룹홈의 사회복지사 역할을 현재 부모들이 교대로 맡고 있으며 프로그램의 경우 유선우 씨가 매주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사회적응훈련에 필요한 세탁기 등의 물품조차 갖춰지지 않은 것은 물론 기본적인 생활 시설이 부족해 가스레인지 조차 없어 휴대용 버너를 이용하고 있다. 부모 강희숙 씨는 “부모들도 아이들을 위해 돕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및 기반 시설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모 유선우 씨는 “우리 아이들의 최종 목표는 홀로 서기”라며 “그룹홈은 이 아이들과 부모들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또래또래 육현규 총무
“자립할 때 도움될 것”
“또래또래 모임이 생기고 공간이 마련된 이후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고 어울릴 수 있어 좋아요. 다들 평일에는 일이나 시설을 다니지만 주말엔 할 일이 없어요. 지금 이곳에서 배우는 것들은 아이들이 자립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 아이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