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에 출강하면서 당진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보도에서 당진 해나루쌀이 5년 연속 올해의 히트상품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필자의 눈에 크게 들어온 것은 부지불식(不知不識)간 당진에 그만큼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수도권에 거주하던 필자에게 당진은 충청도의 여러 도시들 중 한 도시라고 생각하던 시간이 있었다. 당진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기에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도시에서의 바쁜 일상생활과 도시정책에 대한 관심 역시 대한민국 230여 지방자치단체가 숨가쁘게 도시 간 무한 경쟁의 전쟁터에서 다양한 팔색조를 펼쳐 보이는 현상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던 것이다. 그러던 중 금년 세한대학교 교양학부에서 <도시와 역사>를 강의하며 당진과 인연을 맺었던 것이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지역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싶어 당진이 고향이신 분들에게 당진은 어떤 도시인지에 대해 질문을 드려 보았다. 지금은 고향 당진을 떠나 경향 각지에서 활동하고 계신 그 분들의 답변은 고향, 시골마을, 부모님, 친구 정도의 답변이었다. 특별히 어떤 도시인지를 설명하기 보다는 ‘정서적인 안식처’로서의 이미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답변들이었다.
그저 여느 지방 시골마을처럼 서울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정보와 인력이 부족하며 천천히 도시화가 이루어져 가고 있는 도시라는 생각. 그것이 필자가 처음 접하게 된 당진의 간접 경험이었다. 현실에서 마주한 당진은 기존 저밀도형 주거․상업지역 이외에도 여느 선행 도시화의 진행 도시들과 똑같이 듬성듬성 건립되어 있는 나홀로 아파트 단지들과 새로운 아파트 공사 현장들의 획일화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개발에 목말랐던 우리시대 자화상을 대변시키기라도 하듯 도시개발사업 예정지구라는 커다란 표지판은 이 도시의 밝은 미래를 증명하고 싶어 하는 위정자들의 외침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상가주택과 다세대가 체계적으로 모여있어 공동주택 일변도의 도시모습을 탈피하고 새로운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알았던 다세대 주택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원룸임을 알게 되었을 때의 씁슬함. 그리고 거기에 더해 당진은 ‘원룸도시’라고도 한다는 말에 ‘이건 또 무얼까?’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당진시는 5년 전인 2012년 ‘군’에서 ‘시’로 승격한 도시화가 막 시작된 ‘도농 복합도시’이다. 2016년 12월 현재 인구 166,630명(외국인 제외) 고령화율 16.5%, 2017년도 예산기준 재정자립도 37.6%(충청남도 15개시군중 3위)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4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서베이조사연구센터에서 발표한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별 경제, 주거상태 만족도에 대한 결과에 따르면, 당진시의 주거상태만족도는 충청남도 15개 시.군중 계룡, 예산군에 이어 3위(전국 46위)로 발표된 바 있다. 이러한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잠재력이 있는 도시가 바로 당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지역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지역애 고취를 위한 정책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다수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된 도시들은 외부 인력의 유입에 따른 문화적, 정서적 이질감을 나타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선진 해외도시들은 배타성을 극복하고 관용과 포용의 도시를 지향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수립하여 지역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가치적 측면이기 때문이다.
당진이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도시가 아닌 우리 도시, 나의 미래 도시가 되도록 만드는 시작점은 시민들 각자가 제3자의 시선이 아닌 당사자가 되어야 하며 이는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어떻게 고양시킬 것인가부터 시작될 것이다. 필자부터 당진에 대해 유감(遺憾: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 아닌 유감(有感:느끼는 바가 있음)을 갖도록 해야겠다. 그래서 당진의 오늘과 내일이 함께 하도록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