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천면 문봉리 문 형 렬씨

도전으로 이어온 23년 꽈리고추농사

여러 작목반 이끌며 10동의 하우스에 열정쏟아

당진군 면천면은 꽈리고추 주산단지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전국 최초로 꽈리고추를 재배한 것으로 알려진 이명헌 옹에 관한 이야기로 더욱 유명하다.

면천은 산세와 지형만 봐도 여느 읍면과 다르다. 당진을 대표하는 아미산이 있으면서도 굽이굽이 완만한 구릉을 이루고 있어 전설속에 나오는 마을모습 그대로다. 이런 오묘한 전통의 느낌을 갖고 있는 면천에서는 야멸찬 ‘도전의 정신’도 깎이고 다져져 완만한 구릉같은 편안함을 준다.

면천면 문봉리에서 20년 넘게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문형렬(46세)씨는 바로 이런 사람이다. 무슨 일이든 한번하면 확실하고 꼼꼼하게 해야하고 그 가운데에서 남들이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만 너무 도드라지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며 이웃들과 함께 전진하는 사람이다.

문씨는 어려운 시기에 품을 팔다 농사를 가업으로 물려받았다. 오이와 토마토 재배를 조금하다 꽈리고추 재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문씨는 당시 처음으로 비닐하우스라는 것을 만들었다. 거리 6자마다 나무로 말뚝을 박고 그위에 서까래를 걸어 비닐을 씌웠다. 마치 돼지를 키우는 돈사와도 흡사했던 문씨의 초기 비닐하우스는 보온이 필수인 꽈리고추 재배에 대한 문씨의 열정과 남다른 도전정신의 결과였다.

문형렬씨의 도전과 실험정신은 그후 또 한차례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요즘이야 바닥에 보온관을 묻고 기름으로 하우스안을 난방시키지만 당시만 해도 이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문씨는 이때 특유의 자연난방법을 개발해 하우스안의 꽈리고추들로 하여금 야간추위를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

고랑과 고랑사이에 두꺼운 비닐을 깔아 거기에 물을 채워넣으면 낮동안 물이 데워져 저녁에 따뜻한 물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4~5백평밖에 되지 않았던 문씨의 하우스는 보온을 적절히 해줌으로써 2월 조기출하로 남들보다 두배의 소득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지금으로부터 벌써 10년전의 일이다.

“물이 없어 고생을 많이 했죠. 20일동안 물구멍을 찾아 중고 경운기에 양수기를 달아 끌어올렸으니까요.”

당시 문씨의 수막보온방식이 알려지면서 관내뿐만 아니라 멀리 경상도, 전라도에서까지 관광버스를 대절해 현장견학을 오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추울 때 사람들이 움츠러드는 것처럼 작물 역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따뜻한 물이 작물의 스트레스를 풀어주었고 그 결과 작물은 저에게 큰 소득을 안겨주었던 것입니다.”

그의 연구와 노력은 자연의 순리를 발견하고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었다.

“고추묘 하나 하나가 제 생명처럼 여겨집니다. 하나만 죽어도 마음이 아프죠.”

문형렬씨의 말이다.

한번 썼던 비닐은 보온력이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매년 비닐을 새로 덮어가며 문씨는 어느새 1천6백평에 10동의 고추하우스를 갖게 되었다. 그중 꽈리고추가 8동, 맵지 않으면서 딴딴한 녹광고추가 2동이다.

올해는 개인박스를 마련해 자기상품으로 포장해 출하해 볼 생각이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다. 이게 다 돈들 일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문씨는 스무마리의 소값이 땅에 떨어져 고추소득을 가축사육으로 인한 적자 메이는 데 써야만 했다. 게다가 면천면 관내 꽈리고추 작목반의 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그로서는 자신의 새로운 선택 자체가 수많은 꽈리고추 재배농가에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여간 어깨가 무거운 것이 아니다.

요즘 그의 또 한가지 고민은 엄청나게 오른 난방비이다.

“1년 기준으로 1천평에 기름을 때려면 1천5백만원에서 2천만원의 경비가 듭니다. 그런데 생산비가 올랐다고 고추값이 오르기나 하나요?”

그래서 문형렬씨는 중요한 정책회의가 있을 때마다 주장하는 것이 있다. 다른 보조금을 줄이더라도 지하수 개발을 지원한다면 기름값을 1/3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수 온도가 12~15℃되기 때문에 수막을 이용해 이 물을 뿌리면 된다는 것. 이원리는 문씨 자신이 10년전에 이용했던 수막보온과 비슷한 원리이다.

문형렬씨는 요즘 꽈리고추를 일부 놔두고 일부는 대체작목으로 바꿔나가 볼 생각이다. 채산이 맞는 야채나 포도로 전환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는 요즘 이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의 고민은 관내 모든 꽈리고추 재배농가의 고민이고 그의 선택은 개인의 성패를 뛰어넘는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영농에 대한 책임감이 막중하게 느껴졌던 적이 없다고 문형렬씨는 어두워져가는 하우스 안에서 고추묘에 정성껏 보온비닐을 덮어주며 무겁게 웃는다.

어쩌면 바로 지금이 그의 도전정신이 다시한번 빛을 발할 때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