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당진시청 중회의실에서 연구포럼 ‘당진 합덕제를 마주하다’가 열렸다. 회의실 100석 자리가 가득 찰 정도로 참여도가 높았다.
당진시에서 제공한 연구포럼 자료집 <당진 합덕제를 마주하다>를 보고 나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했다. 면천에 ‘진달래축제’가 있고, 합덕에 ‘합덕축제’가 있는 줄 알았다. ‘일정표’와 ‘차례’를 살펴보고, 주제 발표가 끝날 때까지 ‘ICID 세계관개시설물유산에 등재된 공식 명칭’을 알 수 없어 질문했지만, 아무도 명쾌하게 밝혀 주지 않았다.
국어사전의 포럼 뜻은 고대 로마에서 행하던 토의 방식의 하나로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연설한 다음 사회자 진행으로 청중이 질문하는 토론 방식을 말한다. ‘공개토론회’로 순화한 까닭도 열린 토론의 성격이 뚜렷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포럼은 지역 문화와 관련된 주제이기에 학술적인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이 포럼의 핵심 개념인 용어 정의, 합덕제 축조시기, 설화의 문화적 의미, 주제 발표자 선정의 엄정성, 포럼 자료집 표기까지 꼼꼼히 살펴야 당진시정과 시민의 눈높이로 문화 자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이 토론회의 주제를 함축하는 학술 용어 정의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이 토론회는 ‘당진 합덕제(Dangjin Hapdeokje)’의 세계관개시설물유산 등재 과정과 의미 찾기이다. 그런데 발표 자료집 어디에도 ‘당진 합덕제’ 용어 정의가 나와 있지 않다. 당진시민은 다 아는 ‘합덕제’라 하지만 용어의 개념 정의를 분명히 해야 토론이 올바로 진행될 수 있다.
둘째 ‘당진 합덕제’의 용어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국어사전에는 합덕제(合德堤)를 “충청남도 당진군(唐津郡) 합덕읍(合德邑)에 있었던 조선시대의 저수지. 合德池”로 풀이해 놓았다. ‘合德堤’에 쓰인 ‘堤’는 둑과 방죽을 함께 일컫는다. 이와 같이 합덕제는 물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쌓은 둑의 ‘堤’와 방죽의 ‘合德池’도 포함한다. ‘합덕제’ 용어 제정 과정에서 이런 논의가 이루어졌는지도 궁금하다. 더욱이 포럼 자료집 어디에도 이 주제를 드러내는 공식 명칭이 사용되지 않았다. 이를테면 ‘당진 합덕제를 마주하다’라는 포럼 제목에는 ‘ICID 세계관개시설물유산에 등재된 공식 명칭’이 정확하게 표기되어 있지 않다.
등재된 명칭은 당연히 ‘한글·영자’로 표기되었을 것이고, 그 용어는 언급 대상으로서 문장부호와 함께 표기되어야 언급 대상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이 토론회에 참여한 누구도 등재된 학술 용어 ‘당진 합덕제 Dangjin Hapdeokje’에 인용의 문장부호를 써 고유명사 ‘당진 합덕제’로 표기한 이가 없었다. 나는 한국관개배수위원회 이승원 이사에게 따로 전화하여 이런 용어 관련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것이 용어의 정체성 찾기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셋째 이 포럼에서 ‘합덕제’ 축조시기를 역사적으로 고증하지 못하였다. 이는 이 포럼 기획자의 안목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토론 과정이나 이정재 사회자의 정리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인화 박사는 《삼국사기》《고려사》《조선왕조실록》《일본서기》와 관련하여 축조시기를 언급했을 뿐만 아니라, ‘합덕제’의 길이도 조선시대 기준척을 파악하지 못해 합덕제의 규모를 잘못 환산하는 오류를 지적(15세기 합덕제의 길이, 둘레, 넓이)해 주었기 때문이다. 토론에서 합덕제 추진위원장이 사실 기록을 바탕으로 합덕제 축조시기를 밝혀 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주제 발표에서 지리, 역사, 설화 전공과 관련 있는 연구자의 고증과 해석이 중요하다. 그래야 포럼의 취지와 시민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합덕제방과 관련된 전설을 문화사적인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신화와 민담은 증거를 댈 수 없지만 전설은 반드시 증거와 함께 전승된다. 따라서 합덕 지역에 전승돼 온 전설을 수집 고찰하여 축조시기를 방증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표기에서도 ‘3. 어떻게 있을가?’는 ‘어떻게 있을까’의 오기이다. 토론하면서 ‘목차’는 일제의 잔재이므로 ‘차례’로 바꿔 써야 한다고 지적해서 모두 공감했다.
이 토론회에는 ‘연구포럼’이라는 별난 딱지가 붙었다. ‘포럼’은 연구보다 토론을 지향하는 말하기 형식이다. 그러므로 ‘연구포럼’보다 ‘당진포럼’이 적합하다. 발표자들도 논문으로 써 오지 않고 영상자료로 준비했다. 이런 출발로 새해에는 당진시가 더 큰 열매를 딸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