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경오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경오란 ‘사리의 옳고 그름이나 이러하고 저러함에 대한 분별’이라고 되어 있고, 고유어 계열의 ‘경오’보다 한자어 계열의 ‘경위(涇渭)’가 더 널리 쓰이므로 ‘경위’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나와 있다. 어쨌든 우리 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동네 어르신들로부터 경위보다는 경오를 더 많이 들으며 살아왔다.

1970년부터 시작된 새마을 운동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지붕개량과 농로개설이라고 생각한다. 초가지붕이 경제적 능력에 따라 기와나 함석, 스레이트 등으로 바뀌었지만 자기 가옥에 대한 투자이므로 민원과 관련된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농로개설은 상황이 달랐다. 사람 혼자만이 다닐 수 있었던 좁은 길이 리어카나 마차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면적의 논과 밭이 농로에 편입되어야 했으니 농토에 대한 애착심이 유독 강했던 농촌 어르신들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일이었다. 더구나 농토에 대한 보상 없이 단순히 희사(喜捨)로 농로가 확장되던 때라 한 평도 농로에 편입되지 않는 농가와 수백 평이나 포함되는 농가와의 형편성 문제는 난제 중의 난제였다.

이 때 동네 어르신들이 사랑방에 모여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던 잣대가 바로 ‘경오’인데, 다른 집들은  문전옥답을  내놓는데 우리 집만 안내놓으면 농로가 막히는 데 그렇게 하면 쓰나?(경오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 였다. 이처럼 경오는 나(我)와 상대방을 동일 선상에 올려 놓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옳고 그름을 잘 구분하는 분을 가리켜 ‘경오가 밝다’라고들 한다.

다음은 상식에 대해 살펴보자.

앞에서 언급한 사전을 빌리면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라고 기술되어 있고 비슷한 말은 ‘보통지식’이라고 되어 있다. 가령 상식이 풍부하다고 할 때 연상되는 것은 한 마디로 ‘똑똑하다’와 ‘이것저것 두루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때는 공기업이나 은행 등 일반 민간 기업의 취직시험에 일반 상식은 필수 과목이었고, 라디오 퀴즈 프로에 나갈려면 일반상식은 훤히 꿰뚫고 있어야 했다. 따라서 그 당시에는 서점에 두툼한 ‘일반 상식’ 책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란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이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런 모범적인 사회에는 이웃간, 계층간에 갈등 요인이 전혀 없을까? 필자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만은  않는다. 왜냐하면 풍부한 상식은 상대방보다는 나(我)를 우선하는 도구로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법의 허술한 미비점을 이용한다든가, 법망을 교묘히 빠져 나간다는 말들은 이를 두고 일컫는 것이 아닐까?

이제 황금 개띠의 해인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뀔 때마다 지난 1년을 되돌아 보면서, 새로운 각오로 가정과 사회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나름대로 다짐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마치 어린 초등학교 시절 공책을 새로 사면 ‘이제부터는 아주 깨끗하게 써야 겠다’라고 다짐했듯.

새해부터는 그런 맑고 깨끗한 자기 성찰의 다짐 속에서 상식보다는 경오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여, 당진시에서 만큼은 모든 갈등 요인이 술술 잘 풀려 지역경제가 되살아남으로써 거리에는 활력이 넘쳐 나고, 17만 시민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소망은 필자만의 바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