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행정불신의 벽 허물려는 노력 없었다
우강 상수도 개발사업 1차 실패가 남긴 것
지표수 고갈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4개월째 표류하던 우강 상수도개발사업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진군은 지난 28일 우강면 세류리ㆍ원치리 일대 군유지에 추진하려던 지하수 개발사업을 주민반대로 무효화하고 제2지역을 찾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우강 상수도사업은 아무런 성과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돼 수돗물 공급이 여의치 않아 그동안 식수난에 허덕여온 우강면 공포리외 8개리 4천3백여 주민들이 올 여름 역시 큰 고충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사안적으로 중대했던 우강 상수도사업이 막대한 시간적ㆍ경제적 손실만 남긴 채 실패한 것은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뿌리깊은 불신과 변화된 주민의식을 반영하지 못한 군의 타성적인 민원해결자세, 함께 살아보자는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였다.
물부족난을 겪고 있는 우강 들지역 9개리에 현재 1일 공급되는 물은 신평 망객산에서 5백톤, 합덕에서 3백톤등 모두 8백톤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1일 필요량은 1,250톤. 약 450톤에서 5백톤 가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주말이나 명절, 김장철등 물사용량이 늘어날 때에는 합덕에서 보내는 3백톤 마저 끊길 때가 종종 있어 이들 지역주민들은 극심한 물부족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따라 군은 지난해 추경에 5억의 예산을 세워 세류리와 원치리 중간지점에 위치한 군유지에 지하수 4공을 뚫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군은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민원의 여지가 다분한 사업임에도 군은 수도관이 지나는 토지주들과 해당 마을대표 앞으로 지하수를 개발하겠다는 일방적인 성격의 공문만 보낸 뒤 곧바로 1차 시추를 감행했던 것이다.
사전에 공개적인 주민협의과정을 생략한 것에 대해 군관계자는 뚜렷한 근거도 없는 민원이 집단화 될 경우 일은 더욱 어렵게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보자. 시추에 들어가는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이 즉각 마을총회를 열어 결사반대입장을 세웠다. 해당마을 거의 모든 주민이 반대에 나섰다. 집단민원이 발생할 것을 미리 우려해 비공개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 했던 군은 거꾸로 더 큰 민원을 자초하고 만것이다.
관선시대의 권위주의적인 행정에 대한 오랜 불신과 피해의식으로 조그마한 일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민심을 군은 제대로 읽지 못했다.
공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솔직한 자세로 이 사업의 절박함을 홍보하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더라면 반발의 파장을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 그 이후에 계속적으로 이어진 군의 설명회와 주민설득작업도 난항을 겪게 됐다. 피해발생시 간이상수도를 놔주는등 대책이 나오긴 했으나 주민들은 믿질 않았다. 사람이 바뀌면 그만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주민들 사이에서는 물부족난을 겪고 있는 야간지역의 고충을 이해하고 가급적 조건부로 지하수개발을 수용하자는 입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장 물이 급한 야간부 주민들도 세대당 7만원씩 거출해 3천여만원의 피해복구비를 예치해 놓는 등 행정불신의 골을 대신 메꾸기위해 갖가지 묘안을 찾고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군은 이 사업의 필요성을 강변하고 받아들이라는 입장만 내세웠을 뿐 스스로 나서서 행정불신이라는 이 문제의 근본부터 해소하려는 실천적인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단적인 예가 ‘조건부 수용’입장을 보인 일부 주민대표들이 군이 아닌 제3자로부터 지하수 개발사업 전반에 관해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했으나 별다른 이유없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또한 문제의 근본이 관선시대 때부터 뿌리박힌 행정불신에 있었던 만큼 민선군수가 직접 현장에 나와 반대 주민들을 만나보고 신뢰를 심어주려는 성의쯤은 보였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김군수는 읍면 초도순시를 비롯 가는 곳마다 “먹는 물조차 나눠주지 않는 주민들의 극단적인 이기주의”만을 공개적으로 탓했을 뿐 한번도 현장에 나와보지 않았다.
또 한가지, 주민들과 가장 밀접한 위치에 있는 면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보인 권위적인 자세와 감정섞인 언사가 내내 구설수에 올랐던 사실도 짚어보아야 할 문제다.
이번 우강 상수도사업은 지난 28일 강행처리라는 극단적인 처방에 따라 기계를 들이밀려 하자 이를 저지하는 주민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결국 세류ㆍ원치리에선 지하수 개발을 하지 않기로 하고 일단락 됐다.
이러한 불미스러운 상황이 오기까지 오로지 효율성만을 따지며 일을 추진하려 했던 군의 민원해결능력이 무척 서툴렀던 데에 있다. 시급하고 꼭 필요한 사업일수록 절차에 따라 순리적으로 민원을 푸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게 이 사업을 지켜본 이들의 지적이다. 또 예산문제를 이유로 가능한 지역을 최대한 찾아보고 다각적인 방법을 연구하지 않았던 행정 편의주의적인 관행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시일이 지나면서 모든 대안이 다 제시됐음에도 조건없는 반대만을 내세운 주민들의 각박한 사고도 한번쯤 돌이켜볼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