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있는 전국의 자치단체장 - 이 재 용 대구남구청장

“합법성보다 합리성이야말로 자치행정의 원리”

쾌적한 환경위해 각종개발에 ‘이유있는 반대’ 제시해

퇴폐거리를 문화거리로 바꾼 결단과 용기의 단체장

전국 17개 지역신문사로 구성된 바른지역언론연대(회장 이창식, 부천시민신문 발행인)에서 마련하는 공동기획 ‘소신있는 자치단체장’으로 이번에는 이재용 대구남구청장을 소개합니다.

3월의 김두관 남해군수, 4월의 김태홍 광주북구청장에 이어 바른지역언론연대 97년 상반기 정기총회(4월, 서귀포)에서 이번에는 이구청장을 만나기로 결정, 「진주신문」에서 그를 취재한 내용을 그대로 싣습니다.

시민운동가ㆍ연극인 구청장

이재용(43세) 구청장은 대구 북구 칠성동에서 태어나 옥산초교, 대구중, 경북고를 거쳐 서울대 치과대학을 나왔다. 공중보건의로 근무한 그는 1983년부터 대구에서 ‘이재용치과의원’을 운영했다.

시민운동가로도 잘 알려졌던 인물이었다. 고속철도 지상화반대 시민단체연합회 집행위원장, 공산댐살리기 범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시민환경감시단장, 대구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을 지내는 등 오랫동안 시민운동과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또 연극인으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대구지역의 극단 「처용」 대표를 맡고 있으며, 94년에는 한국연극협회 대구광역시 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요즘도 대구지역 주요 연극공연장에 가면 그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는 95년 6월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순수 시민후보로 추대되어 출마, 당선됐다.

이재용 대구남구청장은 불법퇴폐업소를 뿌리뽑기 위해 애쓰다가 폭력배로부터 협박을 받았지만 끝까지 단속을 벌이고 그의 뜻을 꺾지 않은 소신있는 단체장으로 알려져 있다.

퇴폐업소 강제봉인ㆍ근절

남구청은 올해 1월 상습위반과 행정조치를 무시한 35곳의 업소에 대해 무더기로 출입문을 강제 봉인하는 조치를 내렸다. 봉인을 훼손하거나 봉인을 뜯고 출입할 경우 식품위생법과 형법에 따라 징역이나 벌금형(5백만원)을 받는다. 그동안 전국 대부분의 관청에서 불법퇴폐업소에 대해 영업정지등 가벼운 행정조치만 내렸고, 업소형태는 바꾸지 않은 채 업주만 바꾸어 다시 영업해 퇴폐업소는 근절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봉인을 풀고 영업을 재개하려면 업태를 바꾸어야만 가능한데 그만큼 이재용 구청장의 퇴폐업소 근절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대구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후문 일대 양지로에는 80년대부터 1백여곳의 업소가 밀집, 미성년자를 고용해 심야퇴폐영업을 해왔다. 1995년 민선 남구청장에 당선된 이구청장은 계속해서 집중단속을 벌였고 이럴 때마다 업소들은 업주명의만 바꾸거나 무허가로 영업을 계속했다.

지난해 9월에는 구청직원과 경찰합동으로 업소문 앞에서 단속을 펴는 이른바 ‘문지기 단속’을 폈고, 12월에는 이 일대 업소주변 폭력배들이 이구청장에게 단속중지를 요구하는 협박전화를 걸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고 지역의 한 유력인사가 폭력배를 동원해 직접 협박하기까지 했다.

“폭력배들의 협박을 참기는 힘들지 않았는데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비리나 부도덕함이 있는지에 대해 뒷조사를 벌이고 다닌 일은 참기 어려웠고, 가족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것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이 참아준데 대해 감사하다. 무슨 일이든지 소신있게 일을 하려면 의지가 중요하고 과거행적이 깨끗해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퇴폐업소근절 노력은 그동안 깨끗하게 살아왔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조금이라도 부정한 모습이 있었다면 중간에 의지가 꺾였을 것이다.”

퇴폐거리를 꽃과 문화의 거리로

그가 이 일을 추진하게 된 데는 하나의 일화가 있다. 10여년 전이었다. 친구들과 우연히 양지로에 있는 한 업소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10대 소녀를 만났다는 것. 그 미성년자 접대부는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고 솔직히 말했고 ‘감시가 심해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 상황을 알아차린 이구청장은 당시 치과의사였는데 이빨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자신의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올 것을 권유했다. 치과의원에 10여차례 치료를 핑계로 방문할 때마다 감시원이 따라 다녔다. 한달 가까이 되던 어느날 감시원은 오지 않고 혼자왔다는 말을 듣고는 도망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그 미성년자 이외에도 여러명을 구해주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구청장이 되면 꼭 퇴폐업소 근절과 미성년자 고용업소에 대해 철퇴를 가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이구청장은 설명한다.

대구 남구는 ‘퇴폐업소의 거리’였던 양지로를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벚꽃거리, 거리음악회, 전시회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하기도 하고, 지난 5월초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이구청장은 “정비계획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주민의견을 반영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이 일대를 대구에서 가장 청결한 거리로 만들 각오를 갖고 있다.

가정문제 상담실 개설

이재용 구청장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데 노력하고 있다.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가정문제 상담실」이 그 하나다. 4백80만원의 예산을 들여 구청사내에 종합상담실을 설치하고 윤락여성, 미혼모와 학대받는 여성등 보호가 필요한 여성과 노인문제 등을 상담하고 있다. 상담결과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대상자들에게 보건소나 병ㆍ의원등과 합의해 완치될 때까지 치료를 해주고 법률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변호사 등을 통해 도움을 준다.

또 그동안 소년소녀가장들에 대해 보호정책이 경제적 지원에만 치우친 것에서 탈피, 소년소녀가장들의 효율적인 보호를 위해 「1가정 1후견인제」를 시행키로 했다. 대구 남구는 또 종합사회복지관을 내년까지 건립하기로 하고 이곳에서 장애인과 주부, 유아, 청소년 등을 위한 편의시설과 복지센터, 직업훈련 등을 벌이기로 했다.

쾌적한 환경위해 개발반대

이구청장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은 무엇보다 쾌적한 도심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보고 각종 개발에 있어 ‘이유있는 반대’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일이 대구 앞산공원에 눈썰매장 건립과 관련하여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 사업은 94년 대구시의회에서 서면결정되자 환경단체에서 강력한 반발을 했고 흐지부지되다가 최근 대구시에서 다시 공청회를 열었는데 이구청장은 업자가 관계 공무원에게 로비를 벌였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반대 목소리를 다시 높인 것이다.

“앞산공원은 달서구 방향에서 불어오는 대기오염을 막아주며 대구시민 특히 남구지역의 유일한 산소 공급원”이라며 주민들의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해 무조건적인 개발을 차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20년 넘게 도시계획 도로개설을 가로막고 있는 미군 점유지의 반환을 요청하고 나서 또 관심을 끈다. 미군 제20지원단 ‘캠프워커’의 A3비행장 이전문제와 관련하여, 이 일대에 도시계획 도로개설을 20년전부터 세워놓고 있으나 미군 점유지로 인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점유지 반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구청장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도로확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주민들이 참여하는 대표단을 구성해 국방부와 미8군을 방문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주민위해 타관청 일도 적극개입

이재용 구청장은 주민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면 주무 관청이 다른 데도 적극 나서서 점검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일이 대구지하철공사와 관련한 일인데 남구청내를 통과하는 지하철공사의 안전을 위해 안전진단을 직접 하고 나선 것이다. 지하철공사는 대구시 소관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철건설본부와 가스안전공사 시공업체 관계자를 불러 안전문제를 논의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남구의 발전과 지역민의 숙원을 해결하는데 권한밖의 일이라고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다.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진정한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면 시행주체가 어디든 상관치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구 남구는 인구 22만명에 재정자립도는 32%다. 재정자립도를 도시지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대구 남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경영수익사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구청장은 재정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도 결코 소홀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쓰레기봉투를 구청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해 재정확충에 도움을 삼는 사업이 그 하나다. 구청 별관 지하창고에 시설을 갖추고 원단을 구입해 인쇄-제단-가공-포장등 모든 공정을 마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는 8개월동안 운영했는데 무려 1억2천만원의 순수익을 올렸고 올해는 2억원의 순수익을 거뜬히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하창고서 쓰레기봉투 제작

남구청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하고 있는 쓰레기봉투의 자체 제작은 지난해 내무부에서 선정한 자치단체 경영사업 우수사례에도 뽑혔다. 이구청장은 “민간기업에서 하고 있는 사업을 기관이 빼앗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열악한 구재정확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설명. 대구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쓰레기봉투 제작관련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반대도 많았고 일부에서는 구청장 개인의 비리가 없는지에 대해 뒷조사까지 하는 일도 있었지만 구청의 재정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을 때 모두 이해를 하더라는 것.

이구청장은 이외에도 많은 경영수익사업을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자료수집 단계이고 실행에 옮기지 않은 일들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민간기업에서 하고 있는 일이라도 경영수익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맹인용 명함 만들고

실과 직접 돌며 결재해

이재용 구청장은 취임 2년동안 돋보이는 일들을 많이 했다. 맹인들을 위해 점자명함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맹인을 위한 이런 배려는 장애인을 위한 우선정책을 펴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영호남지역 갈등해소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광주 북구청(구청장 김태홍)과 정책교환 세미나를 열었고 직원 상호교환 근무도 벌이고 있다.

이구청장이 직접 각 실과를 돌며 하고 있는 현장결재도 특징적인 일이다. 그동안 계장이나 과장등 간부급 공무원들에 의한 결재를 해왔으나 헤이해진 공직기강을 세우고 구청과 동사무소 사이의 업무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근무제를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공무원 목죄기’라는 지적도 있지만 시민들의 편견을 씻어주고 민선단체장과 직원이 함께 구정을 이끈다는 점을 강조하고 말단 공무원의 어려움을 듣는 기회 등으로 삼기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흡연 들키면 벌금내도록

대구 남구청 내에서는 마음대로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사무실과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여직원에게 적발될 경우 벌금(3천원)을 내야 한다. 흡연실을 따로 마련해 놓고 담배를 피우도록 해놓았는데 이구청장도 이곳에 가서 담배를 피운다. 구청내에 찾아온 손님과 함께 하는 수 없이 담배를 피우다가 여직원에게 들켜 벌금을 물었던 적도 있다. 흡연실을 가끔 찾는 이구청장은 이곳에서 공무원들을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어려움도 함께 듣고 나누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소신있는 행정을 펼치고 있는 이재용 구청장은 대구지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구청장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를 움직이는 지도급 인사가 누구인가에 대한 한 조사논문(경북대 손준영 교수)에서 다른 구청장의 경우 3군에 들었지만 그는 2군에 들어 있었다.

환경과 시민운동가에서 일선 행정책임자로 변신한 이재용 구청장. 6.27선거 당선 후 ‘시민운동의 승리’로 자평했던 그는 취임초기까지만 해도 가장 많이 받았던 지적이 ‘행정전문가가 아니다’는 말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그는 이런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 공직사회에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몰고 온 젊은 구청장인 그는 이런 지적이 오히려 강점이었다고 설명한다.

“관료출신이 아니거나 행정경력이 없다는 말이 오히려 힘이 되었습니다. 공무원들도 시민운동가가 구청장이 되어 ‘우리는 한마디로 끝장이다’는 말을 할 정도로 처음에는 경계를 하는 분위기였지요. 얼마 시간이 지난뒤 직원들에게 ‘양심선언’이란 것을 하고 변화와 개혁의 자치시대에서 주인공인 공무원들의 바람막이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지요. 98년 6월 임기를 마칠 때 구청장 혼자가 아닌 공무원과 구민 모두가 구청장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지요. 이후 결재를 할 때 공무원들이 오히려 ‘양심선언’을 하며 일할 의욕을 느낀다는 말을 해왔어요.”

합법보다 합리성을

그는 자치행정에 있어서 몇가지 원칙이 있다면 그것으로 「주민편익 우선」 「공개의 원칙」 「참여의 원칙」이라고 제시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일률적으로 법에 따라 정해놓고 따르도록 한 합법성이 우선이었다면, 지금은 각 지역특성에 맞추어 일을 하는 합리성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며 이것이 자치행정의 최우선 원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합법행정보다 합리행정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합법성만 따지다 보니 주민의 특수성을 들을 필요가 없었는데 지금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행정에 옮겨야 하는 합리성이 최우선 원칙이 되어야 한다며 대구 남구청은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효 진주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