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주민 제외한 대다수 주민 “석유화학은 안된다”

ㆍㆍㆍ 석문공단 유공입주를 둘러싼 논란이 가장 뜨거웠던 석문면은 7월초까지만 해도 공단 수용주민을 중심으로 유공입주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우세했으나 지난주부터 석유화학의 공해에 대한 인식이 수용지구를 포함 여타 마을주민들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ㆍㆍㆍ 유공은 지난 3월부터 석문면 주민의 10%가 넘는 1,120명을 대상으로 울산견학을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은 총 1억여원. 통정리, 장고항리, 삼봉리등 수용주민이 있는 마을이 중심이었고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견학을 다녀온 주민들은 “유공은 깨끗하다” “아무거라도 빨리 들어와야 한다”며 유공입주를 사실상 인정하는 반응이었다.

모기관의 한 관계자도 “공단이 빨리 개발되어 보상을 바라는 수용주민들과 개발특수를 노리는 이들을 축으로 석문면민의 2/3가 유공입주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물론 이는 지난주 이전까지의 분석이다.

ㆍㆍㆍ 그러나 지난 7월 13일, 유공 당진사무소 이은규 소장의 고향이자 활동 본거지였던 장고항리 주민들이 시민단체와 울산견학을 다녀오면서 사정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날 견학에 참여했던 이들은 장고항1리 김영기 이장과 유재성 지도자, 장고항2리 박선환 이장등 대부분 젊은 마을대표였으며, 초락1리 주민 8명도 동행했다.

이들은 석유화학단지 주변마을을 둘러보고 온뒤 말그대로 충격에 빠졌다. 장고항2리 박선환 이장은 “그동안 유공에서 선전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공해현장을 목격하고 울분을 삼켰다”며 견학에 갔던 이들 모두가 고향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장고항1리 양태호 총무는 “마치 전쟁이 휩쓸고간 폐허의 현장과 같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마을에 돌아와 주민들에게 공해로 얼룩진 현장사진을 보여주면서 실상을 적나라하게 홍보했다. 급기야 주민들은 전날까지 계획했던 유공측의 울산견학을 취소하고 직접 가서 봐야겠다며 16일 80여명의 주민들이 자체회비를 걷어 울산을 방문했다. 이때에는 장고항3리 손신웅 이장을 비롯한 개발위원 16명과 공단지구로 수용된 장고항1리 주민 일부도 동행했다.

ㆍㆍㆍ 이날 남편과 함께 견학을 다녀왔다는 장고항1리의 한 여성은 “유공에 대해 그동안 전혀 몰랐다. 그냥 좋아지는 줄로만 알았는데 공단주변의 나무가 말라죽고 피해주민들은 10년전에 산정된 지가를 기준으로 쥐꼬리같은 보상을 받고 쫓겨났다고 한다”며 “먹고 살기에 바쁜 처지여서 환경문제라는 것을 생각할 여력이 없었는데 내집 바로 앞에 그런 공장이 들어오는 것은 결단코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면 함께 갔던 수용주민 중에는 “핵폭탄이 떨어져도 좋으니 올해안에 보상을 받고 이주해야겠다”는 이도 있었다고.

ㆍㆍㆍ 이들의 견학내용은 인근 삼봉리로 급속도로 퍼지면서 주민들 사이에선 찬반이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한 마을에서 불과 10여가구 내외인 수용주민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주민이 석유화학은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기 시작했다.

통정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일부가 주거지역으로 묶인 통정1리의 김종성 지도자는 “공해에 대해 잘 모르는 몇몇 주민을 제외하고는 90%가 유공을 반대한다”며 “유공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 주민들에게 관광성 견학을 시킨 것도 공해없는 지역만 보여주고 주민들을 현혹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손인걸 이장은 자신이 석문공단 조기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와전된 소문이라며 “공인으로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통정2리 최춘세 이장은 “100%의 주민이 유공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ㆍㆍㆍ 조병록 군의원은 최근 유공반대에 적극 나서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무척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측면에서는 얼마든지 지원이 가능하지만 공인의 신분으로 선두에 나선다는 것은 어렵다는 게 조의원의 입장이다. 조의원은 최근들어 석유화학의 공해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돼 80% 이상의 주민들이 유공을 반대한다며 “목회자등 지역내 지식인들도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ㆍㆍㆍ 시종일관 석유화학 반대입장을 밝혀온 장준섭 도의원은 당진화력 보상에 관여했던 일부 주민이 유공입주를 앞장서 추진하고 있지만 중심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당진군의회가 지난해말 도지사에게 전달한 유공반대 결의문이 곧 전 군민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장의원은 곧 지역 정치인들도 한자리에 모여 분명한 입장정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ㆍㆍㆍ 석유화학공단을 바라보는 지역 농업계의 시각은 「완강한 반대」다. 석문농촌지도자 회장겸 당진쌀연구회 부회장 김종식(삼봉리)씨는 “광활한 간척농지가 조성돼있는 석문에 유화단지가 들어온다는 것은 농업웅군으로서의 위치를 저버리는 처사”라고 말했다.

한편 석문공해공단 반대투쟁위원회는 지난 14일부터 마을교육에 들어가 그동안 장고항2리, 초락1ㆍ2리, 삼봉4리, 삼화3리 등에서 주민들과 석유화학공단의 공해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각 마을에서 40여명, 많게는 100여명까지 참석하는등 지난 94년 중부권 특정폐기물처리장 반대 때보다 열의가 더 높다고 투쟁위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