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청산칼륨(청산가리)의 원료인 시안화수소를 기준치 보다 5배 이상 배출했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약 2년 동안 은폐했다고 한겨레신문이 지난 23일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감사원의 ‘산업시설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인용,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유독성 특정대기오염물질인 시안화수소를 배출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2017년 2월 20일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 대행업체인 ㄱ업체를 통해 3고로 열풍로와 후판가열로, 철근공장가열로에서 배출한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3고로 열풍로에서 시안화수소가 기준치(3ppm)의 5.6배가 넘는 17.345ppm이 측정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후판 가열로와 철근공장 가열로에서도 각 7.618ppm과 1.952ppm의 시안화수소가 배출된 것으로 측정됐다. 또한 같은 해 3월 14일에도 3고로 열풍로 시설에서 나온 시안화수소 농도는 3.702ppm으로 기준치를 넘었다.
기준치 이상의 시안화수소가 최초 검출된 이후 업체에서는 다시 측정을 진행해 결국 ‘기준치 초과’와 ‘불검출’ 두 가지 측정결과를 내놨지만, 현대제철에서는 시안화수소가 배출된 사실을 시·도지사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출을 허가받지 않은 오염물질이 발견됐을 경우 30일 이내에 해당 지역의 시·도지사에게 배출물질 변경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0월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환경부가 점검을 다녀간 지 나흘이 지나서야 충남도에 신고했다. 최초 측정된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감사원은 “해당 배출시설에서 시안화수소가 배출되는 정확한 원인과 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고도 시안화수소 배출 기준을 맞출 수 있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것을 요구했으나 (현대제철은) 소명하지 못했고, 여전히 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측에서는 한겨레신문을 통해 “데이터 측정 과정에서의 오류와 기술적인 부분을 감안해 불검출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2017년에는 시안화수소를 새로운 배출물질로 변경신고하지 않았다”며 “이후 감사원과 충청남도가 의뢰한 국가공인기관의 측정치에서 미량이 검출됐기 때문에 변경신청 절차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청산가스’라고도 불리는 시안화수소는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물질로, 독일의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할 때 사용했던 맹독성 화학물질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진환경운동연합을 포함한 충남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5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계획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현대제철의 시안화수소 배출과 더불어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에서는 배출오염물질로 신고하지 않은 크롬이 검출됐으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본부에서는 불소화합물이 기준치 이상 초과 배출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전·충남에 위치한 측정을 대행하는 일부 업체가 충남도 내 5개 배출사업장에서 실측 없이 허위로 측정기록부를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고, 도내 13개 배출사업자는 조업시간을 축소 신고해, 7개 사업자가 관련 규제를 피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핵심내용
- 2017년 2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시안화수소 기준치 이상 검출.
두 시간 후 재측정 해 ‘불검출’ 결과를 얻음
- 2017년 3월에도 시안화수소 기준치 이상 검출
- 허가받지 않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을 경우 3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하지만,
측정업체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불검출’로 작성된 측정기록부만 첨부해
제출함.
- 2018년 10월,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시안화수소가 최초 검출된 지
1년 8개월 만에 충남도에 신고함.
※시안화수소란? 나치가 유대인 학살에 사용한 청산가스로 알려져 있다. 맹독성 기체로, 대기환경보전법에 사람의 건강·재산이나 동식물의 생육에 직·간접으로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특정대기유해물질’로 지정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