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모임을 찾아서③
당진신협 국악회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집안일에 묻혀 살아가는 그들에게 우리 문화를 배운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즐거움이자 체험이다. 이들은 또 외로운 노인들을 위해 무료공연을 해오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덩 덩따 쿵따…”
“아 ∼ 리 아∼리라앙 쓰 ∼ 리 쓰∼리라앙 아라아 리∼가 나았네∼에에에…”
양손으로는 장구를 치며 장단을 맞추고 입으로는 민요를 부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다. 오랜 경험이 없이는 젊은 사람들도 여간해선 따라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나이드신 아주머니 할머니들이야 오죽할까.
하지만 당진신협 ‘국악회’ 회원들에게는 장구 장단을 치며 노래부르는 일쯤이야 절대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들이 전통무용까지 할 수 있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사실이다. 그들이 연출하는 각양각색의 춤사위는 예사롭지 않다.
당진신협 국악모임은 지난 1994년에 만들어졌다. 신협의 조합원들에게 여가를 즐기게 할 목적으로 조직된 것인데,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40대 이후의 가정 주부들에게는 그야말로 여가선용을 위해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그런 곳이다.
현재 2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이 모임은 사십대 중반에서 일흔이 다된 할머니까지 있다. 모두가 여성 회원이다. 이 모임의 최고 ‘언니’격인 김순근(69세) 할머니는 “한평생 시집살이에 자식들 키우느라 딴 생각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며느리, 손자까지 다보고 이렇게 바깥 세상에 나와서 자유로움을 만끽하니 더할 수 없이 좋다”고 웃음 띤 얼굴로 말하며 연신 장구를 치는데 여념이 없다. 그런 김 할머니의 표정속에는 천진난만 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이 배어있다. 하긴 김 할머니의 말처럼, 힘든 가사노동에 자신의 젊은 시절을 다 바쳐야 했던 수많은 ‘어머니’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체험이 되겠는가.
‘이렇게 배우는 것이 뭐가 좋으냐’는 질문에 여기저기 말들이 쏟아진다. 회원 서로간의 “친목을 다지고 취미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은 기본이고, “… 집안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 운동도 되니 나이먹어서 찾아오는 치매를 예방할 수도 있고, 배우는 일에 집중하다보니 근심걱정 잊을 수 있어 좋다…”는 등 끝이 없다. 50대 중반의 한 회원은 “학창시절 공부를 하던 것이 생각나기도 해 즐겁다”고 말한다.
한편 이들이 우리문화를 배워나가는데 늘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그들의 강사이자 친구인 차삼례(68)씨. 지난 1997년부터 이 모임을 지도하고 있는 차씨는 40대가 넘어서부터 틈틈이 학원을 다니며 장구와 민요, 전통춤을 배워왔다.
“아버지와 오빠가 판소리를 하셨지요. 두분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나이가 들면서 자꾸 그런 것을 배우고 싶더라고요.”
살풀이춤을 가장 좋아한다는 차씨도 칠십을 바라보는 할머니다. 그래서 그런지 회원들은 ‘잘못하면 그가 막 야단을 치기도 한다’면서도 그것이 싫지만은 않은 표정을 짓는다. 고령의 나이임에도 자신들을 가르쳐주는 것이 고맙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일삼아 취미로 ‘우리 것’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더 큰 보람있는 일을 하고 있다. 경로당이나 무의탁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외롭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노인들을 위해 무료공연을 해오고 있어요. 우리모임에도 예순 넘은 분들이 많이 있지만 그렇게 공연도 보여주고 얘기도 나누고 하면서 활동의 재미와 보람을 느낍니다.”
창립초기부터 활동해왔고 현재 이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조영화(55)씨의 말이다. 이들은 며칠 후에 있을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공연을 준비하느라 오후내내 연습을 하고 있다.
현재 이 모임은 신협측이 장소를 제공하고 약간의 운영비를 지원해주고 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수강료를 받고 있다. 수강료는 월 2만원이다.
■당진신협 국악회 명단 △회장:조영화 △부회장:박복희 △총무:유병순 △고문:구자인 △강사:차삼례 △회원:지명자, 김성례, 정정옥, 한상분, 강순자, 이원자, 김종례, 이용례, 정정현, 박상조, 김순근, 유무일, 박숙진, 오효근, 김옥순, 성창순, 최금자
■회원가입문의:018-386-4125, 016-445-9363(조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