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대시론

허충회 / 전농 충남도연맹 부회장, 전 당진군농민회장

모든 농산물에 직불제를!

농림부는 2001년도부터 논농사 직접지불제를 실시하겠다며 2월말까지 신청을 받고 있다. 대상농가는 논에 물을 담수하여 짓는 농사, 즉 쌀, 미나리, 연근, 왕골 등이 해당되는데 보상금액은 3천평당 20~25만원이고 6천평까지만 보상한다.

농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보상의 개념은 크게 두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중시하여 그 댓가를 농사짓는 농민에게 보상하는 것이다. 전쟁이나 재해, 무역마찰 등에 대비한 식량안보적 측면과 홍수 조절기능, 대기정화효과 등을 인정하는 환경보전측면이다.

두번째는 타 산업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한 농업에 대한 소득보전의 측면이다. 이것은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전면적 무역자유화에 따라 더욱 요구되고 있다.

직접지불은 본래 유럽이나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이 제2차 세계대전을 종료한 시점부터 실행하였고, 이웃 일본에선 우루과이라운드를 예상한 시점부터 시작했다.

사람의 현대생활에서 하루도 없어서는 안될 자원이 두가지 있다. 바로 석유에너지와 식료이다. 유럽과 미국은 이 두가지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마찰을 일으켰고 급기야 우루과이라운드를 촉발한 것이다.

유럽과 미국은 농업기반을 육성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농업에 투자했다. 농산물 수출보조금, 수입농산물 관세인상, 소득보전을 위한 직접보조, 이중곡가제도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국의 농업을 보호·육성해왔다.

유럽의 네덜란드는 그동안 너무 많은 국가예산이 농업에 투자되므로 유럽국가 중 유일하게 우루과이라운드를 찬성했다. 농업투자를 삭감했다간 국민들로부터 정권의 목이 날아갈 판이니 우루과이라운드를 핑계삼아 점진적으로 삭감하려는 의도였다.

아무튼 농업부문에 과잉투자하는 유럽에 불만을 품은 미국이 우루과이라운드를 주도하여 농업부문 보조를 삭감하거나 폐지하도록 했는데 그 피해는 엉뚱하게 한국을 비롯한 제3 세계에 전가되고 말았다. 한국에서 그동안 미흡하게나마 실시해오던 추곡수매제도는 해마다 총액을 삭감하다가 폐지시켜야 하고 농산물 수출보조금 폐지, 수입농산물 관세철폐 등이 지켜져야 하는데 한국은 농업부문에 투자다운 투자 한번 못하고 철퇴를 맞은 꼴이다.

그런데 그 우루과이라운드에 엄청난 모순이 있다. 농업에 대해 환경보존측면으로 정부의 직접보상은 허용된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이 지금까지 해오던 직접지불의 구실은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농민들은 가계소득이 다른 계층보다 월등히 높으므로 소득보전차원의 직접지불은 중지하더라도 환경을 구실삼아 직접지불을 계속하자는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직후 전농 등 우리나라 농민단체들은 하루라도 빨리 우리 정부도 모든 농산물에 대해 직접지불을 할 것을 요구해왔다. 논농사 뿐 아니라 보리, 밀, 콩, 팥, 옥수수 등에 직접지불을 즉시 시행해 우리나라 곡물 자급율을 높이고 재해보상법을 제정하고 폭락한 농산물의 가격지지정책을 펼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까지 모르쇠로 일관해오다 올해부터 처음 논농사 직불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인데 3천평당 약 20만원이면 우리나라 호당 논농사 경지면적 평균이 2,100평이니 호당 평균 14만원 정도 보조하는 셈이다. 속된 표현으로 쥐오줌만큼도 안되는 그런 정책은 철회돼야 한다.

농민들도 사람답게 살도록 모든 농산물에 소득보전 직접지불을 시행하되 우루과이라운드 이행법에 걸리는 점이 있다면 그 우루과이라운드법이 허용하는 농협이나 군청을 통해 지원하고 해당 농협과 군청의 예산을 중앙정부가 보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