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임 숙 합덕부녀의용소방대장
공동의 삶 보살피는 여성들의 손길
새벽 산책길이 눈길 닿는 끝까지 흰눈으로 덮여있다. 금년 겨울들어 처음으로 흰눈이 많이 쌓인 날이다. 지구상의 모든 것들을 흰것으로 누군가가 밤에 덮어놓은 듯하다.
온나라가 시끄럽고 더러운 것뿐인 나날이 겉으로 터져나옴을 참고 참다 주체할 수 없어 가려 놓은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광주의 5.18를 다시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가슴이 터져오르는 듯하다. 무등산 기슭에 서럽고 한되고 아귀찬 인생의 젊은 길을 붉은 빛깔로 물들인 그날의 두주먹이, 그 목소리가 15년이 지난 세월에도 보일듯 들릴듯 하는 지금에 그 만행의 본당(本黨)들은 흰옷 입고 독고하는 상태이니 하늘에서 깨끗하게 씻어 버리려고 내려준 흰눈이라 보고 싶다.
조부의 잘못으로 폐국의 아픈 가슴으로 평생 하늘보기가 부끄럽고 사람 대하기도 면구스러워 일생을 삿갓을 푹 눌러쓰고 방랑세월을 하던 시인 김삿갓은 눈이 내린 세상을 보고 이렇게 시를 적었다.
“천황이 돌아가셨느냐/인황이 돌아갔느냐/오만 나무들과 청산들이/다 흰 몽상을 입었네/날이 밝아 태양이 문상을 오자/집집마다 처마끝에/눈물이 뚝뚝 떨어지네”
天皇崩乎人皇崩, 萬樹靑山皆被服
明日若使陽來弔, 家家擔前淚滴滴
맹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다. 우리는 돈을 벌고자 한다. 가난을 면하고자 한다. 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출세를 하려고 한다. 경제의 정의나 벼슬의 바른 길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안하무인격으로 놀아난다. 그러나 덕을 쌓고서 인정을 베풀고서도 출세하고 돈을 버는 자세를 선인들에게서 배워야 할 때가 바로 이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독재정치란 동서를 막론하고 동심(童心)을 맨 먼저 짓밟는 것이다. 아이들이 제일 예민한 촉각을 소유했기 때문이다.
독재자들의 공통점은 똑똑한 사람, 예민한 사람, 정직한 사람, 바른 말 하는 사람, 고집센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 그리하여 심도있는 책을 강제로 수거하여 못보게 하고 불살라 버리고, 바른말 하는 사람을 쇠고랑 채워 감옥에 넣었던 것이다.
그런 감옥에 이제는 원흉들이 흰옷 입고 앉아있는 꼴이 되었다. 참으로 세상만사 무상이로다.
안임숙씨!
안임숙씨는 합덕부녀의용소방대장으로 작년부터 그직을 맡고 있다. 합덕부녀소방대원 31명은 읍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의무와 사명감으로 화재의 예방과 홍보, 그리고 재난을 당한 사람에게 구호의 따뜻한 손길을 펴가는 단체이다.
아득한 옛날, 인류의 은인 프로메테우스가 천상에 올라가 제우스 왕궁의 부엌에서 회양나무가지에 불을 붙여 훔쳐다가 인간에게 준 이후, 인간은 불을 얻어 갖가지 불쓰는 법을 배우고 어두운 밤,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안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기실 인간의 역사는 불을 쓰는 지혜와 더불어 발달해 왔고 한순간도 불이 없는 생활을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우리생활에 큰자리를 차지하는 불은 자칫 순간의 잘못으로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끌고 가고, 땀흘려 평생 마련한 재물을 잿더미로 만들기도 한다.
안임숙씨!
안임숙 대장과 부녀소방대원들은 화합해서 재난을 막아보자고 년 2회씩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가스기구의 안전점검과 가정의 소화기구 보급쪾홍보등을 펴면서 주부들로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매년 가을에는 “젓갈바자회”을 열어 수익금(약 1백만원) 전액을 합덕읍의 서야중, 합덕남쪾여중, 그리고 합덕국교에서 한명씩을 선발, 장학금을 수여하기도 한다.
또한 회원 상호간의 화합과 친목을 다져가는 데도 큰 힘을 쏟고 있는데 회원의 애경사에는 적극적으로 물심양면의 지원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93년 현재 돈을 벌지 않고 가정을 지키는 25~59세 사이의 남성이 총 20만5천명이라고 통계가 나왔다.
이것은 남성이 생계에 문제가 없다면 집에서 아이들과 좀더 많은 시간을 갖겠다는 의도에서이다. 이같은 역할바꾸기의 가장 큰 배경은 무엇보다도 돈 잘버는 여성이 늘어났다는 데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심리학자들은 젊은이들은 여성의 직업을 당연시하며 직업적인 야심이 있는 여성은 자신을 지지해줄 남성을 남편감으로 고르는 것이 요즘의 풍조라고 보고 있다.
남성들도 불만족스런 직업에서 해방돼 다른 길을 찾거나 사회생활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데 매력을 느낀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에서도 여성들의 사회진출에 큰 관심과 배려를 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집에서 애나 키워야지”하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일하는 여성들은 엄마로서 주부로서의 일이 그들의 사람됨의 핵심임을 당당하게 사회생활에서 내세우도록 용기와 힘을 주고 여성들의 꼼꼼함과 섬세함을 수용, 더 밝고 정직한 사회로의 전환점의 시발이 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