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국민의 알권리와 편집권 독립
장 호 순 /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국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주된 이유는 편파보도와 왜곡보도를 일삼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책임이 일선 기자들에게 있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권력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기업의 부당행위를 고발하기 위해 밤낮없이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자들이 취재해 작성한 기사가 국민들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핵심권력의 비리를 다루거나, 광고주의 비위를 거슬리거나, 해당 언론사에 불리한 내용은 언론사주나 편집국 간부에 의해 사전에 제거되거나 변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집권의 독립은 한국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다.
편집권이란 언론인들이 비언론인들의 간섭없이 자유롭게 신문지면이나 뉴스프로그램을 제작할 권리를 말한다. 편집권이 독립되기 위해서는 정부권력이나 광고주의 영향력이 차단되어야 할 뿐 아니라, 언론사 내부 경영진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으로부터도 자유로와야 한다. 그래야만 기자들이 언론사주의 친위대가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는 초병이 될 수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언론사주들이 “국민의 다양한 여론을 반영하거나 전달하는 일보다는 신문지면을 사유화하여 자신들의 특정한 견해를 마치 지배적인 사회여론인 것처럼 전파해 왔다”면서 정기간행물 등록법에 편집권의 독립을 법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언개련은 편집권의 독립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언론사주와 근로자 대표가 균등히 참여하는 편집위원회를 제안했다. 더불어 편집규약을 제정해 편집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함으로써 언론사주의 전횡에 의해 국민의 알권리가 유린되는 것을 예방토록 했다.
이에 대해 언론사주들과 그들의 대변자들은 편집권의 독립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의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편집권의 독립이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은 마치 내 돈으로 산 칼이니 내 마음대로 휘둘러도 된다는 논리나 다름없다. 칼을 소지한 자가 생명의 귀중함이나 공중질서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 칼을 마구 휘둘러 주위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 사용을 제한하거나 규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칼과는 비교가 안되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언론사를 소유한 언론사주들은 국민을 상대로 기만과 협박을 일삼아 왔다.
편집권의 독립은 언론사주의 사유재산권을 탈취하거나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언론의 자유를 개인적 용도로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일 뿐이다. 더욱이 사유재산권이라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규제가 가능하며, 언론도 그 예외일 수는 없다. 자의적이고 악의적인 규제가 아닌 이상은 국민적 합의를 거친 법적 규제를 수용하고 이행하는 것은 민주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지켜야할 도리이자 의무이다.
물론 편집권은 자율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편집권의 독립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마치 부모 공경이나 이웃 사랑과 같이 인간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덕목을 법으로 규정해 강요하는 부끄러운 일이다. 선진국의 경우 편집권 독립은 법적인 강제에 의해서 보다는 언론계의 자율적 관행으로서 이미 오래 전에 정착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은 아직 그런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진실의 조작과 왜곡·편파보도를 서슴치 않는 언론사주들이 아직도 건재하기 때문이다. 언론자유를 주장하는 기자들을 해직시키고, 권력과 재벌의 비리를 감추고, 국민들의 여론을 왜곡하고, 선거 및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부를 축적하고 권력과의 밀월을 즐겨온 것이 한국언론 사주들의 행적이다.
비록 사유재산이라 하더라도 언론기업은 국민들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위탁받은 기관으로, 일반기업이 누리지 못하는 엄청난 특권을 누려왔다. 그러나 한국언론의 사주들은 언론자유의 수탁자로서 특권을 누릴 자격을 상실한 지 오래이다.
언론사주들이 무단 점유한 언론의 자유를 진정한 주인인 국민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서는 편집권의 독립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