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옛 당진지역 주민들의 삶의 배경이 됐던 원도심이 주민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주민들의 삶과 지역의 문화가 묻어 있던 오래된 건물들이 철거되고, 그곳에 새로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을 지역의 이야기를 역사로 기록하는 것은 변화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현재 세대들에게 맡겨진 책임이자, 이 지역에서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의무이다. 더불어 도시재생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주민들의 목소리도 담아내야 한다.

당진시대에서는 ‘그때, 이곳 – 도시재생의 길을 묻다’라는 기획을 통해 도시재생 사업이 이뤄지는 주요 지점을 중심으로 사진과 영상, 그리고 글로 기록하고자 한다. 또한 도시재생사업의 추진 과정을 점검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살펴보며 디지털 스토리텔링 보도를 통해 주민들의 목소리도 함께 담을 예정이다. 해당 내용은 유튜브 당진방송 채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됩니다.

<글 싣는 순서>

1. 당진시네마(당진극장)

2. 구 군청사

3. 승리봉공원

4. 당진읍사무소

5. 옛 우물터

6. 원시가지

당진극장(당진시네마)은 과거 당진지역의 유일한 극장이었다. 1960년대 문화공간이 전무하던 시절 시민들에게 만남과 소통, 오락, 문화 향유의 공간이었지만 지역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선 이후 점점 쇠락의 길을 걷다 2019년 경영난으로 결국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제 도시재생을 통해 다시금 부활을 꿈꾸고 있다. 당진시가 이곳에 시민문화예술촌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처음 당진극장이 개관할 당시에는 거기가 원래 건물이 창고였어. 내가 알기로는 농협인가 무슨 창고였던거 같아. 1층 목조건물이었지. 창고에다 내부 인테리어를 해서 1960년대 극장을 만들었어. 그전에는 창고였던 거야.” (이덕하 당진농협 이사)

항상 인산인해 이루던 극장

당진시네마 이전엔 당진극장이었다. 당진지역 사람들은 여전히 극장을 처음 갔을 때의 설렘을 기억하고 있다.

“무슨 영화였는지는 생각이 안나는데, 형이랑 같이 가서 영화를 봤어요. ‘극장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했죠. 옛날 터미널 매표소 같은 곳에서 영화표를 사면 직원이 ‘들어가세요’라며 커튼을 확 엽니다. 입장 후 검정색 암막 커튼을 닫는 순간 아무것도 안보이는 거예요. 당시 비상등 같은 게 있었겠어요? 커튼을 닫으면 깜깜하니까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있는 거죠. 그렇게 들어가서 영화를 봤어요.” (김형태 한국생활음악협회 당진시지부장)

“옛날에 당진극장에 들어가려면 정문지기 두 사람이 경비를 서서 사람들을 입장시키고 그랬어요. 삼촌과 함께 가서 ‘나는 고발한다’는 영화를 처음 봤던 기억이 나는데, 사람이 꽉 찼었어요. 당진극장엔 항상 사람이 많았어요.” (홍윤표 당진시인협회장)

당진에 생긴 유일한 문화시설로 얼마나 인기가 좋았던지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명한 영화나 공연을 할 적에는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당진극장에 좋은 영화가 들어오거나 쇼가 있으면 아예 극장 안으로 들어가질 못했죠. 사람들이 시골에서 나와가지고 남진쇼·하춘화쇼와 같은 연예인 공연, 인기영화를 보러 인산인해를 이뤘어요. 그런 거 할 때는 정말 사람들로 난리가 났죠. 그렇게 성황일 때가 있었어요.” (김충완 당진1동도시재생추진협의체 위원장)

문화공간 이상으로 다양하게 활용

당시 당진극장에서는 영화 상영 뿐만 아니라 연예인 공연, 코미디쇼, 그리고 전당대회까지 이곳에서 진행됐단다.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다양한 목적의 시설로 활용됐다. 심지어 결혼식을 당진극장에서 한 사람도 있었다.

“연극, 그리고 지금으로 말하면 코미디쇼 같은 만담 공연도 많았어요. 당시엔 넓은 회의실이나 큰 공간이 없으니까 전당대회라던지, 정치적인 행사도 당진극장에서 진행했죠.” (홍윤표 당진시인협회장)

“우리 어릴 때는 하나의 문화공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당진의 행사를 다 맡아 하는 그런 공간이었어요. 반공규탄대회 같은 걸 한다든지, 아니면 단합대회 같은 걸 한다든지…. 문화공간으로만 생각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실내에 모일 수 있는 당진의 유일한 장소였던 걸로 기억해요.” (김충완 당진1동도시재생추진협의체 위원장)

“제가 1967년에 결혼을 했거든요. 당시에는 당진군농협 회의실에서도 예식을 했던 시절이었는데, 군농협 회의실이 너무 좁으니까 당진극장 사장을 잘 알아서 거기에 임시 예식장을 만들어 결혼식을 했죠.” (이덕하 당진농협 이사)

“시민문화예술촌 활용에 기대”

지난 2003년 비교적 현대적인 당진시네마로 신축개관했지만, 결국 대기업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밀려 당진시네마 조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특히 구 군청사와 당진경찰서, 버스터미널 등 원도심의 주요 시설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유일한 문화공간이었던 당진시네마까지 문을 닫자 원도심 주민들의 상실감이 상당히 컸단다. 하지만 이제 시민문화예술촌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소한 10년 정도 꾸준히 문화예술 공연을 열고, 전시도 하고, 계속 무언가를 이곳에서 진행하면서 사람들에게 ‘여기에 이런 곳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편하게 가서 공연도 보고 전시도 볼 수 있게…그렇게 점차 확산시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종호 전 당진문화연대 회장)

“문화 동아리 활동이 많아지고, 민과 관이 협력해 공간을 잘 조성하면, 당진의 역사를 찾을 수 있는, 당진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하나가 되면 틀림없이 당진의 원도심은 사람들이 꼭 한 번 와보고 싶은 그런 장소가 될거라 확신합니다.” (김충완 당진1동도시재생추진협의체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