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남색이었던 하늘이 점점 바다를 닮아가고 있다.

수평선에는 안개가 아지랑이처럼 움직이고 있다.

잔잔하기만 한 바다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있는.

고깃배들이 해돋이를 기다리는 듯하다.

서해에서 떠오른다는 해를 보기 위해.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모두 한곳을 응시한다.

수평선과 맞닿아 있는 긴 안개띠 사이로 빛이 새어나온다.

바다가 노란빛으로 물든다 싶더니.

어느새 붉은기가 바다를 감싸 안는다.

섬 사이로 부끄러운 듯 붉은 얼굴을 내미는 해.

몇분 지나지 않아 해는 저를 품고 있던.

바다를 뒤로하고 하늘로 오르기를 한다.

그제서야 포구는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한다.

작고 아담한 어촌마을

당진군 석문면 교로2리에는 ‘서해의 반항아’ 왜목마을이 있다.

당진행 시외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내린 후 롯데리아 앞에서 삼길포(교로리)행 시내버스로 갈아탔다. 30분 정도 가다보면 ‘왜목, 해가 뜨고 지는 마을’ 안내판이 보였다. 안내판 앞에서 내려 동인장여관을 끼고 난 길을 따라 300m 들어가자 작고 활처럼 휘어져 있는 포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가는 아스팔트길은 닦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길 양옆으로 키 작은 나무들을 줄지어 심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서면 크고 작은 자갈로 만들어진 해변이 펼쳐진다. 물이 빠져나간 해변에는 고깃배들이 닻을 드러내고 있다.

바다 조금 먼 곳에는 굴 양식장 말뚝 끄트머리가 삐죽삐죽 솟아있다. 해변을 따라서 대 여섯개의 조개구이와 회를 파는 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음식점들 뒤로는 야트막한 석문산 자락이 포구를 둘러싸고 있다. 200m가량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게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다.

‘왜목’의 특별한 지형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왜가리 목’처럼 길게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는 지형 모양을 따서 왜목이라 불려졌다고도 하고, 좁은 땅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에 ‘외길목’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단다.

서해안의 왜목마을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이유도 이 특이한 지형 때문이다. 해변이 남북으로 가늘고 길게 뻗어 있고, 길게 돌아나간 해안이 동쪽을 향해 툭 튀어나왔다. 바다 너머에는 경기도 화성군이 자리잡고 있지만 육지가 멀고 수평선이 동해안과 같은 방향이어서 일출을 볼 수 있다.

왜목마을은 중앙일간지에 서해에서 유일하게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소개되고, 밀레니엄 특수와 맞물려 많은 관광객을 유치했다. 2000년에는 10만여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렸다. 밀레니엄 해맞이를 위해 1999년 12월31일 밤부터 왜목마을로 향하는 지방도 615호선은 주차장을 방불케 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행렬은 더 늘어나 경기도 화성까지 길이 막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로리 횟집 박우석(63)씨는 “엄청났지. 글쎄 산까지 다 새까맣게 사람들로 꽉 찼었어. 이건 일출구경인지 사람구경인지.... 그렇게 사람 많은 것은 내 평생 처음 봤다니까”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정작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해돋이를 볼 수 없었다. 2001년 1월 1일에는 그보다 적은 6만 명 정도가 왜목을 찾았다.

2000년 11월10일 서해대교가 개통된 후로는 관광객이 두세 배로 늘었다. 서울에서 1시간 30분이면 올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절약되고, 또 동해안의 경우 기상변화 때문에 해돋이 장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이 1년 중 며칠 안되지만 왜목에서는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날들이 동해보다 많다. 대기가 비교적 안정된 겨울철에 해돋이 보기가 더 쉽다.

태양과 함께 하루를 보내다

왜목에서는 해가 지나는 행로를 그대로 좇을 수가 있다. 왜목 앞바다에서 떠오른 해는 낮동안 바다와 해변과 마을과 산을 비추면서 오후 4시가 되면 마을 뒤 석문산을 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모습을 감춘다. 석문산 전망대에 올라 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멋진 경험이었다.

왜목의 전망대에서 보는 해넘이는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일곱시가 가까워오고 태양은 쳐다보기 어려운 흰빛에서 주황색이 도는 빛으로 모습을 달리하고 있었다. 해가 점점 내려가면서 닿아있는 하늘은 셀 수 없이 많은 색깔을 풀어냈다. 이구아나의 몸빛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빛은 미처 감지하기도 전에 푸른빛에서 보라빛으로 주황빛으로 노란빛으로 움직였다. 해넘이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해가 완전히 안보였지만 시선을 떼거나 움직이지 않았다. 세상의 심란한 일들을 지는 해에 실어 보내기라도 한 듯, 심오한 표정으로 한동안 자리를 지켰다. 해가 숨은 난지도 주위로 긴 여운이 남았다.

왜목마을 부근에서 바다로 지는 해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는 차로 3분 거리인 대호방조제와 20분 거리의 삽교호방조제가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왜목은 여느 포구와 다름없는 정겨운 모습이었다. 가족 또는 친구, 연인끼리 삼삼오오 둘러앉아 식사도 하고 술도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단란했다.

객원기자 김 미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