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강면 부장리 주민들과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당진지역 시민단체가 지난달 31일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소들섬 일대에 고압송전탑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규탄하고자 대전에 위치한 금강유역환경청(이하 금강청)으로 향했다.

당초 금강청 밖에서 규탄 궐기대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에 당진주민들은 청사 내부로 들어갔다. 청사 입구에서 주민들은 ‘금강유역환경청은 대법원 판결도 무시하는 한국전력공사를 즉각 고발 조치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들고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봉기 우강철탑반대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소들섬 송전철탑 공사 즉각 중단하라! 소들섬 일대 하천 점용허가를 즉각 취소하라!”며 주민들과 함께 부르짖었다. 36년간 우강면 부장리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지킬 곳은 지키며 사는 양심이 있어야 하지 않냐”며 “도대체 당진시와 충청남도, 금강유역환경청,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이후 주민들이 바라던 정종선 청장과의 면담은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금강청에서는 청장이 일정으로 자리를 비워 면담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그대로 찬 바닥에 주저앉았다. 정 청장을 꼭 만나고 돌아가겠다는 굳은 의지였다. 김영란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상임대표는 “우리는 청장을 만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청 직원과 주민들 간 대치가 이어지면서 결국 금강청에서는 집회 신고가 되지 않았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하기에 이르렀다.

“공사중지, 금강청에 법적 권한 없다”

금강청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한 지 두 시간여 만에 정종선 청장과의 면담이 성사됐다. 주민들을 대표해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김영란·유이계·이덕기 공동대표, 이봉기 우강면철탑반대대책위원장, 조영식 우강면 송산리 주민(전 한국농촌지도자연합회 평택시회장), 김희봉 당진시농민회장, 차준국 당진참여연대 회장이 정 청장을 만났다.

주민대표들은 “금강청은 당장 산업통상자원부에 한전의 송전선로 공사 중지를 요청하고,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한 한전을 고발 조치하라”며 “환경영향평가법상 재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부분에 대해 한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식 씨는 “지역의 어린 아이들도 소들섬을 지키고자 소들섬을 주제로 한국내셔널리스트가 주관한 ‘이곳만은 꼭 지키자’ 공모에 참여했고, 환경부 장관산을 수상하기도 했다”며 “우리가 호소할 곳은 금강청밖에 없는데, 금강청에서 지중화를 적극적으로 끌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희봉 당진시농민회장도 “환경 관련 기관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며 “금강청에서 보기엔 한전의 공사가 적법하다고 보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종선 청장은 “해당 민원에 대해서는 이미 답변을 했다”며 “주민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는 그동안 다 들어왔고 답변도 해왔는데 계속해서 반복해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금강청에서는 공사를 중단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1시간이 넘는 면담 내내 금강청에서는 자신들의 권한이 아니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에 대해 김영란 상임대표는 “금강청은 지난 8월 1일자 회신을 통해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전선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시 환경보전방안검토서(4차)에 사업계획변경, 영향예측, 저감방안 등이 반영되어 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사업자가 작성하는 환경보전방안 검토서로 소규모 환경영양평가 절차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승인기관의 장은 승인 등을 받아야 하는 사업자가 제1항을 위반해 공사를 시행했을 때에는 해당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공사중지를 명령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공사중지명령은 재량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끝까지 단합한다면 승리하는 것”

당진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은 분위기가 무거웠다. 어렵게 금강청을 찾아가 청장까지 만났건만, 소들섬과 관련해 이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해 침울했다. 그러자 이덕기 공동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참석자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면서 마이크를 건넸다. 주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을 다짐하며 다음 행보를 위해 서로를 독려했다.

윤순화 우강면 성원리 이장은 “다른 마을에서 철탑이 세워진 뒤부터 암환자들이 다수 발생하고 가축이 새끼를 못 낳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우리는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봉기 위원장은 “같이 힘을 합쳤을 때만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서 “계속해서 투쟁에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남일 초대 당진군농민회장은 “싸움이라는 게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끝까지 가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며 “특히 이런 어려운 싸움은 우리가 얼마만큼 단합해 끝까지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쟁 후 철탑이 서냐 서지 않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까지 우리가 단합하고, 지역 현안에 대해 더욱 열심히 싸울 수 있느냐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무슨 일이 있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가진다면 결과와 상관 없이 이번 싸움은 우리가 승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김영란 상임대표가 당진시민들이 소들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소들섬과 섬에 서식하는 동식물 등을 소개하는 소책자(핸드북) 제작을 제안키도 했다. 김 상임대표는 “책자를 만들어 공공기관·은행 등에 비치해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소들섬에 대해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이를 통해 소들섬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 1. 오전 8시 20분, 우강면 부장리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소들섬 일대에 송전선로 공사 저지를 위해 대전에 위치한 금강유역환경청으로 출발했다.
▲ 1. 오전 8시 20분, 우강면 부장리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소들섬 일대에 송전선로 공사 저지를 위해 대전에 위치한 금강유역환경청으로 출발했다.
▲ 2. 오전 10시 5분, 지역주민들이 한전의 송전선로 철탑공사를 지켜보고만 있는 금강유역환경청을 규탄하며 청사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2. 오전 10시 5분, 지역주민들이 한전의 송전선로 철탑공사를 지켜보고만 있는 금강유역환경청을 규탄하며 청사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3. 오전 10시 38분, 우강면 부장리 주민들이 청장을 만나기 전까지 절대 자리를 뜰 수 없다며 로비 바닥에 주저앉았다.
▲ 3. 오전 10시 38분, 우강면 부장리 주민들이 청장을 만나기 전까지 절대 자리를 뜰 수 없다며 로비 바닥에 주저앉았다.
▲ 6. 오후 3시 22분, 기자회견 및 청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당진으로 향하는 길.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김남일 초대 당진군농민회장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을 이어가자며 시민들을 독려했다.
▲ 6. 오후 3시 22분, 기자회견 및 청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당진으로 향하는 길.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김남일 초대 당진군농민회장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을 이어가자며 시민들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