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승 환 / 한터우리문화연구소장

우리 집안에는 끊이지 않고 계속 내려오는 별로 곱지 않은 버릇이 둘 있다.

그 하나는 다리를 떠는 버릇이고 나머지는 잠꼬대 버릇이다.

세상에 안계신 내 아버님 잠꼬대를 조심스럽게 소개한다.

그분은 아주 옛날 농구선수셨다.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참가 하셨을 때 다른 선수들은 한 방에 둘 씩 재우는데 유독 아버님의 방에는 세명이 함께 자라는 감독의 지시가 있었단다. 그 이유를 물으니 그 세 사람들은 한 사람은 코골기, 또 한 사람은 이갈기, 나머지 내 아버님은 잠꼬대 들이 심하니 한 방에 자면서 탱고, 부르스, 왈츠를 맘껏 추어보라는 감독의 해명이었단다.

그럴 정도로 내 아버님 잠꼬대는 국가 대표급이었단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 잠꼬대를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핏줄의 비극이다.

내 결혼 초기에 아내는 사흘이 멀다하고 자다가 벌떡 일어나 앉아 잠꼬대 하는 새신랑을 재우느라 잠을 설쳤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에 나는 기억이 없다고 잡아 떼는 것이다. 솔직히 열 중에 일곱은 기억이 없고 셋 정도만 어렴풋하다. 그러나 싹 잡아 떼어야 한다. 잠꼬대 땜에 신세 볶여서 집에서 쫓겨난 남정네가 하나둘이 아니니까 말이다. 예를 들면 자다가 엉결에 아내를 슬슬...하면서 00희, 0숙 어쩌고 불분명하게 중얼대기만 해도 우리 남자들은 그것으로 끝이다. 이런 위험천만한 버릇을 내려받은 나는 다른 남자들 보다 피눈물 나는 결혼 생활을 했을 것이라는 것은 우리 남자들은 이해할 것이다.

그런데 한 식구라는 운명은 어찌할 수 없는가 보다.

우리집 ‘바다’까지 잠꼬대가 심하다. 요즈음 내 잠꼬대는 횟수가 적고, 얼버무려져 그저 위험 수준은 벗어났는데 이 ‘바다’ 놈은 이틀이 멀다하고 계속한다.

어저께는 잠결에 아내가 살살 흔든다. “여보, 여보. 얘 좀 봐요” 자세히 보니 ‘바다’가 엉거주춤 일어나서는 엉뚱한 데를 향해서 “머먹, 끄끙, 쩝접, 끼잉...” 어쩌구 하며 잠꼬댈 기막히게 한다. 물론 두 눈은 감은 채로 말이다. 그 놈 잠꼬대가 한 두 번은 아니지만 언뜻 내 새 신랑적 생각이 난다.

“여보. 저 눔도 이제는 일어나 앉아서 하네요”

시아버지 흉인지, 신랑 흉인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