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권이란 인간이 성적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성은 인류의 생존과 연결되어 있지만, 자신의 경험과 인식의 수준에 따라 눈높이나 기준이 다르다. 특히 청소년이 유년기를 거쳐 성인으로 접어드는 성인식은 시대나 사회변화에 따라 관점이 다르게 판단되거나 생각의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성교육은 ‘성(性)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을 올바르게 지도하는 교육’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과학적 지식이 아닌 부분은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 걸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성을 금기시하고 상품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최근 성으로 인한 사회적·지역적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올바른 성 가치관의 결여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청소년들은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음란물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실제 지난 3년간 10대 대상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했으며 10~20대의 젠더 갈등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청소년 시기에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자기가 판단하는 성에 대한 불균형적 사고를 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해소되지 않은 성적 궁금증은 여러 곳을 기웃거리게 되고 인터넷과 같은 소셜미디어 공간을 이용해 성지식을 얻고자 한다. 지식을 얻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현상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의 몸은 이차 성징과 함께 급격히 변화하고, 첫 성 경험의 연령은 낮아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해결해야 할 학교 교육은 학년이 올라가도 매번 같은 내용의 성교육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이 알고 싶은 것은 피임과 임신, 성병 등의 구체적인 정보인데 교실에서 듣는 성교육은 정자. 난자. 자궁 등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날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히려 교실 구석에서 또래끼리 모여 “이럴 땐 이렇게 해도 돼”, “그땐 이 방법을 써봐” 등 자기들 방식의 눈높이 해결책을 모색한다. 학과목은 졸업하면 안 배워도 되지만, 아이들의 몸과 성은 다르다. 자기 몸과 성에 대해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타인의 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생리는 왜 못 참냐?”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듣고 지나갈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 성교육가이드라인은 ‘포괄적 성교육’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전 교과에 성교육이 포함되어야 하며, 생물학적 성의 차이는 물론 젠더, 인권과 섹슈얼리티, 결혼과 육아, 관용, 포용, 존중, 동의, 폭력과 안전 등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맺어가는 데 꼭 알아야 할 것들이 포괄되어 있다. 아이들은 성적인 환상이나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관점과 가치를 찾으며 성장하고 있는데 성교육은 여전히 아이들의 몸과 성을 ‘나쁜 짓’과 연결해 가르치고 성에 대해 죄책감부터 심어주면 아이들은 자아 형성과정에서 억압되고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1992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생리와 사정, 성 충동, 이성 교제와 에이즈예방법 등 연간 70시간 이상 다양한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스웨덴, 핀란드, 독일, 영국, 캐나다 등 거의 모든 교육선진국이 성교육 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
성은 ‘크면 알게 돼’ ‘괜한 호기심을 부추겨 공부에 방해 주지 마’라고 피하고 미뤄도 되는 영역이 아니다. 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미루는 동안, 우리가 만든 디지털 세상에서 검증되지 않은 여러 콘텐츠와 성과 관련한 지식과 태도를 습득하여 왜곡된 정보를 가진 채 우리 아이들은 성인이 된다.
기존의 학교 성교육이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을 해소해주는 ‘진짜’ 성교육이 없다는 것에 공감하며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성교육임을 인식하여 지난 2년에 걸쳐 찾아가는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의 문턱은 높고, 원하는 교육 커리큘럼은 정해져 있을 때가 많았다. 청소년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생물학적 지식이 아니라 임신·피임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성교육이다.
일률적이고 단편적인 성교육을 넘어 성교육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에 대한 솔직하고 구체적인 교육이 아이들을 ‘조기 성애화’시킬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불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성교육을 성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건 아닐까 생각된다. 아이들에게 ‘성’은 전혀 외설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아이들은 나와 다른 것에 궁금해하는 것이다.
아동과 청소년들이 자신의 건강과 존엄성을 인식하며, 자신의 권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성교육은 가치관 교육이며 청소년들의 권리다. 더불어 피임은 방어권이 아니라 건강권인 것이다. 10대 자녀들이 분별없는 성관계를 할까 걱정이 된다면 지금 가정과 학교의 성교육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며 관점의 변화를 위한 행동을 시작하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