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물은 들기름에 들들 볶아 먹고, 오이는 살짝 절여 무쳐 먹지. 이 둘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이 뚝딱이여. 옜다, 오이 2개는 내가 서비스 한 셈치지.”

당진읍 신시장 골목 어귀에서 야채 행상을 하는 남언우(73세·당진읍 대덕리) 할머니. 손님에게 덤으로 몇개 더 얹어 주는 인심은 기본이고 행여 몰라서 못해 먹을까 조리법까지 소상히 일러준다.

이곳 신시장에서 좌판을 벌여온지 햇수로 22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두번이나 바뀌고도 남음직한 무수한 시간동안 할머니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이른 아침 손수 밭에서 딴 가장 신선한 야채들을 펼쳐놓고 늘 그 자리를 지켜왔다.

“옛날? 예전하고 비교할 수는 없지. 어디 요즘이 우리 땅에서 나는 농산물만 먹는 시대인가. 수입자율화니 뭐니 해서 죄다 물 건너 온 것들만 판치잖아. 인건비, 비료값은 오르고 농산물 제값은 안 쳐주고. 수지타산이 맞아야 신나게 농사를 짓지. 행인들 표정도 예전보다 어두워. 이게 모두 위에서 정치를 잘 못해서 그래. 매일 저희들끼리만 싸우고 있으니...”

사람들이 얕은 곁눈질로 좌판 앞을 무심히 오고 갔을 긴긴 시간동안 할머니는 시장 한 귀퉁이에서 나름의 세상과 인심을 터득한 듯 했다.

대호지면 마중리에서 태어나 23살에 대덕리로 시집간 이후 남편과 함께 평생을 농사일에 매진했다는 남할머니는 “땅농사 만큼이나 자식농사도 잘 지었다”며 도회지에 나가 성공한 6남매 자랑에 시간가는 줄 몰라했다. 행상 일을 만류하는 아들딸 내외에 떠밀려 ‘그만둘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늙은이가 집에만 있으면 환자가 된다’는 생각에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손을 놓지 못하겠다고 한다.

아직은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한낮 뙤약볕에 팔뚝이 새까맣게 그을렸을 정도로 행상 일은 고된 노동이었을 텐데 할머니는 도통 지쳐하는 기색이 없다.

“장성한 6남매가 서로 의좋게 생활하는 것이 가장 큰복이지, 더 바랄 것은 없어. 내가 젊어 고생했어도 참 잘 살았다 싶어.”

할머니 곁에 놓인 박이 장에 내다 팔 만큼 실한 열매가 됐으니 이제 가을도 코앞이다. 할머니가 손꼽아 기다리는 ‘명절’이 멀지 않았다.